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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발렌시아 왕따설, 선택의 시간이 온다 [해외축구 이적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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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발렌시아 왕따설, 선택의 시간이 온다 [해외축구 이적시장]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8.06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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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감독과 구단주의 불협화음이 결국 무고한 희생양을 만들었다. 함께 마음고생한 페란 토레스(20)가 맨체스터 시티로 떠났으니 이젠 이강인(19) 홀로 견뎌내야 하는 상황이다.

토레스는 5일(한국시간) 스페인 라디오 트리뷰나 데포르티바와 인터뷰를 통해 발렌시아 내 따돌림에 대해 폭로했다. 팀을 떠나며 괴롭힘에 대한 부담이 사라진 그의 발언이라 더욱 설득력이 실린다.

골자는 지난 시즌 팀에 코파 델 레이 우승컵을 안긴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감독이 경질됐는데, 동료 선수들이 이 탓을 이강인과 토레스에게 돌렸다는 것이다.

이강인(가운데)의 전 동료 페란 토레스가 5일 자신과 이강인이 팀에서 따돌림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사진=펜타프레스/연합뉴스]

 

토레스는 “마르셀리노 경질 이후 상황은 최악이 됐다”며 “이강인과 나는 원흉이 됐다. 우리는 동료들과 몇 주 동안 대화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마르셀리노 시절 이강인은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1군 무대에 데뷔했지만 스페인 라리가에서 1시즌 동안 단 3경기, 21분 뛰는데 그쳤다.

이강인의 많은 출전을 바라는 축구 팬 입장에선 아쉬웠지만 무조건 마르셀리노를 비판하기도 어려웠다. 시즌 중반 위기가 있기도 했지만 발렌시아를 4위로 이끌어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따냈고 국왕컵에선 우승까지 이뤄냈기 때문.

그러나 마르셀리노는 시즌 후 돌연 경질됐다. 구단주와 생각 차이가 문제였다. 성과를 내는 게 우선인 마르셀리노와 달리 피터 림 구단주는 어리고 유망한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길 바랐지만 자신을 따라주지 않는 감독과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쉽게 납득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었다. 이는 선수단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표적으로, 팀을 이끌어야 할 주장 다니 파레호가 이강인과 토레스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나타냈다는 것. 토레스는 “파레호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지 않는다”며 그와 인사를 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최근 맨시티로 이적한 페란 토레스는 발렌시아 시절 이강인과 자신의 고초를 밝히며 발렌시아가 이강인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맨체스터 시티 공식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강인과 토레스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이강인보다 한 시즌 앞서 1군 무대를 밟은 토레스는 해당 시즌 리그에서 선발 8경기 포함 24경기에 나서 2골을 넣었다. 직전 시즌보다 출전 시간을 늘려가고 있었다. 게다가 스페인 출신으로 아무래도 이강인보다 더 자연스럽게 선수들과 어울리기 좋은 환경이었다.

반면 마르셀리노는 이강인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아직은 충분한 기회를 줄 시기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파레호를 비롯한 동료 선수들이 마르셀리노 경질 이후 토레스보다는 이강인에게 더욱 아니꼬운 시선을 보냈을 가능성이 큰 이유다.

2014년 구단을 인수한 싱가폴 재벌 피터 림은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팀의 재정난을 해결했다. 이적시장에서도 많은 돈을 쓰며 발렌시아가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에 올라설 경쟁력을 갖추는데 많은 기여를 했다.

그러나 감독들은 유망주들을 중용하길 바라는 그의 바람을 따라주지 않았다. 이는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이강인은 올 시즌에도 리그에서 3차례 선발 출전에 그쳤다. 하비 가르시아 신임 감독은 이강인의 능력을 높게 사면서 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시간을 돌이켜봤을 때 시즌에 들어서기 전까진 확신할 수 있는 건 없다.

피터 림을 중심으로 한 팀의 기조는 여전히 이강인에게 유리한 게 사실이지만 다음 시즌 이강인이 중용될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이강인 또한 적은 출전시간에 불만을 갖고 팀에 임대 혹은 이적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강인은 5일 구단의 새 유니폼 모델로 나서는 등 구단의 미래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출전시간 보장, 동료들과 케미 등을 놓고 거취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때다. [사진=발렌시아 공식 홈페이지 캡처]

 

여전히 발렌시아는 이강인에게 매달리고 있다. 피터 림 구단주는 재계약을 희망하고 있고 이강인은 다니엘 바스, 가브리엘 파울리스타와 함께 이날 공개된 다음 시즌 새 유니폼의 모델로 나서기도 했다. 팀에서 이강인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토레스 또한 “이강인을 매우 좋아한다. 그는 위대한 선수가 될 자격을 갖췄다”며 “발렌시아가 나와 재계약에 실패한 것처럼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길 바란다. 이강인은 매우 힘들고 외로운 시간을 보냈다. 구단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의지할 수 있는 토레스는 떠났고 파레호는 여전히 팀의 핵심 자원이다. 다음 시즌 출전시간에 대한 확실한 보장을 받기도 쉽지 않다. 이강인과 발렌시아의 계약기간은 2022년까지. 독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프랑스 올림피크 마르세유 등 이강인을 원하는 구단도 적지 않다. 이강인이 재계약 불가를 선언한다면 발렌시아로서도 최대한 많은 이적료를 챙길 수 있을 때 그를 보내주는 게 나은 선택이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고 발렌시아에서 한 번 더 기회를 기다려볼지 과감히 팀을 옮길지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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