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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한 토론토 류현진, 에이스는 어떻게 달라졌나 [SQ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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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한 토론토 류현진, 에이스는 어떻게 달라졌나 [SQ분석]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8.06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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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2경기 평균자책점(ERA) 8.00 → 5이닝 8K 무실점.

야구에서 류현진(33) 걱정만큼 쓸 데 없는 게 있을까. 류현진이 2차례 부진을 딛고 완벽히 살아났다. 

류현진은 6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트루이스트파크에서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2020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84구를 던지며 1피안타 3볼넷 8탈삼진 무실점 호투, 이적 후 첫 승리(1패)를 따냈다. ERA는 5.14로 확 낮췄다.

구속이 크게 상승하지 않았음에도 완벽한 운영을 펼쳤다는 게 더욱 반가운 경기였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이 6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2020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방문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

 

◆ 강점 잃은 에이스, 커지는 부담감

경기 준비 등에선 특별한 변화를 주지 않았다던 류현진이지만 머리를 짧게 자르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지난해 ERA 1위에 등극한 류현진은 4년 8000만 달러(947억 원), 토론토 투수 FA 최고액을 기록하며 큰 기대를 받았지만 앞선 2경기에서 실망감만 안겨줬기 때문이다.

첫 경기는 크게 문제될 건 없었다. 투구수가 많아 승리투수 요건까지 아웃카운트 하나만을 남겨두고 내려와야 했지만 위기관리 능력을 보이는 등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2번째 경기에선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게 없었다. 특히 140㎞ 초반대까지 떨어진 구속으로 인해 변화구도 위력을 발하지 못했다. 9안타를 맞고 5실점 한 뒤 또다시 5이닝을 넘기지 못하고 물러났다.

5이닝 1피안타 8탈삼진 호투한 류현진은 부진을 씻고 토론토 이적 후 첫 승을 올렸다. [사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공식 트위터 캡처]

 

◆ 완전히 돌아온 류현진, 더할 나위 없었다!

이날도 시작은 좋지 않았다. 1회 첫 타자 로날드 아쿠나에게 5구 만에 볼넷을 내줬다. 하지만 1루 주자를 날카로운 견제로 잡아내며 루상에서 주자를 지우고 부담을 덜었다. 이후엔 댄스비 스완슨에게 하이패스트볼, 마르셀 오수나에게 체인지업으로 연속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2회초 타선의 1득점 이후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1사에서 애덤 듀발에게 안타를 맞고 폭투까지 범해 주자를 2루에 올려 보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지난번 난타당했던 주무기 체인지업이 위력을 발했다. 오스틴 릴리와 요한 카마고를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유혹해 또다시 삼진쇼로 이닝을 마쳤다.

3,4회 풀카운트 승부에서 볼넷 하나씩을 내줬지만 류현진은 적재적소에 땅볼 유도와 탈삼진으로 손쉽게 승부를 마쳤다. 

애틀랜타 타자들이 체인지업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사이 류현진은 5회 카마고를 백도어 컷패스트볼(컷터) 삼진으로 돌려세우더니 찰리 컬버슨에겐 한복판 체인지업으로 8번째 삼진을 잡아내는 과감함까지 발휘했다. 완벽히 자신감을 되찾은 투구였다.

첫 승리공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류현진. 토론토도 SNS를 통해 류현진의 훌륭했던 투구와 승리에 축하를 보냈다. [사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공식 트위터 캡처]

 

◆ 반가운 변화 3가지

투구수가 많지 않았음에도 류현진의 임무는 5회까지였다. 앞선 2경기에서 5회에 급격히 무너졌고 아직 시즌 초반이기에 굳이 무리하기보다는 좋은 흐름으로 투구를 마치도록 한 배려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안정적인 제구력이었다. 류현진의 가장 큰 장점이지만 앞선 경기들에선 살리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우타자에겐 몸쪽으로 파고드는 컷터, 좌타자에겐 바깥쪽 혹은 밑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헛손질과 범타를 유도했다.

구속 변화도 눈에 띄었다. 1회 145㎞ 속구로 삼진을 빼앗은 류현진의 이날 속구 평균 시속은 140㎞ 중반대였다. 만족할 만큼은 아니지만 구속을 어느 정도 되찾자 변화구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다저스 시절에 비해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수비에서도 이날은 도움을 받았다. 3회 담장으로 향하는 스완슨의 큼지막한 타구를 우익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점프캐치로 걷어냈고 4회엔 시프트로 잔디까지 이동해 있던 유격수 보 비셋이 어렵게 잡아낸 뒤 정확한 원바운드 송구로 류현진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류현진의 다음 등판일정은 임시 홈구장 뉴욕주 샬렛필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공식 트위터 캡처]

 

◆ 100% 채울 마지막 2%는?

구속이 완전히 돌아온 게 아님에도 이토록 흠잡을 데 없는 투구를 한 게 놀라울 따름이다. 이날 속구 사용 비중은 17.9%(15/84)에 불과했는데, 구속을 끌어올려 더 과감히 활용한다면 이날 효과를 거둔 체인지업과 컷터는 물론이고 커브까지도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투구수 관리도 여전히 아쉽긴 했다.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인지는 몰라도 탈삼진이 많아지는 만큼 투구수도 늘었다. 제구가 흔들린 건 아니지만 조심스러운 운영으로 인해 볼넷도 3개나 줬다. 자신감을 찾은 만큼 더욱 과감한 승부로 투구수를 줄일 필요가 있다.

다음 류현진의 예정 등판일정은 5일 휴식 후인 오는 12일 임시 홈구장인 뉴욕주 샬렌필드에서 마이애미 말린스와 3연전 첫 경기에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 시작 시간은 오전 7시 37분. 부진의 부담감을 떨쳐낸 만큼 에이스의 위용을 이어갈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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