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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한현희 주효상 케미, 박찬호-크루터 떠올리다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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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한현희 주효상 케미, 박찬호-크루터 떠올리다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8.06 2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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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한)현희가 고민이 많은 스타일인데 (주)효상이와 호흡 맞출 때는 그렇지 않더라.”

손혁 키움 히어로즈 감독은 투수 한현희(27)와 포수 주효상(23)의 관계를 각별하게 바라봤다. 둘이 만나면 시너지를 낸다는 것. 주전 포수 박동원 대신 주효상을 고른 손혁 감독의 선택은 탁월했다.

한현희는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0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홈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동안 86구를 던지며 볼넷 없이 4피안타(1피홈런) 5탈삼진 호투했다. 

키움 히어로즈 주효상(왼쪽)과 한현희가 6일 KT 위즈와 2020 신한은행 SOL(쏠) KBO리그(프로야구) 홈경기에서 위기를 이겨낸 뒤 서로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다.

 

◆ ERA 6.14 투수에 전담포수? 데이터가 증명한다

포수의 제 1덕목은 투수와 호흡이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 불릴 정도로 마운드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게다가 키움과 같이 타격이 강한 팀엔 선발 투수의 역할이 더욱 커진다.

그렇기에 정상급 투수에겐 전담 포수가 붙기도 한다. 메이저리거 시절 박찬호에게 채드 크루터가 타격이 약함에도 늘 따라 붙었던 이유다.

그러나 한현희는 그만한 리그 팀 내에서도 선발 에이스라고 평가하기는 부족하다. 이날 전까지 5승 5패 평균자책점(ERA) 6.14을 기록했다. 주효상 또한 키움에 등록된 포수 3명 가운데 가장 막내다. 타격에서도 일발장타를 갖춘 박동원(12홈런), 3할 포수 이지영(타율 0.318)과 차이를 보인다.

그럼에도 한현희와 주효상이 대부분의 경기에서 붙어다니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만큼 효과가 입증됐기 때문이다. 박동원과 11경기에서 배터리 조합을 이뤄 3승 4패 ERA 7.01로 부진한 것과 달리 주효상과는 3경기 2승 1패 ERA 3.93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한현희는 7이닝 2실점 호투하며 시즌 6승째를 따냈다.

 

◆ 도대체 왜?

경기를 앞두고 만난 손혁 감독은 “효상이와 호흡을 맞추면 현희가 고개를 많이 안 흔든다”며 “효상이가 현희가 공을 어떻게 던지면 가장 유리하게 끌고 갈지 잘 리드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력도 짧은 포수를 믿고 따라갈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다. 손 감독은 “결과가 중요한 건데 6이닝씩 꾸준히 던져주고 있다”며 “현희가 고집 부릴 만도 하지만 많이 따라준다. 그렇게 던졌을 때 결과가 좋으니까 따라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걱정은 있었다. 한현희는 오른손 언더핸드 투수. 통상 언더핸드 혹은 사이드암 투수는 좌타자에게 취약하다. 이날 KT 선발 라인업엔 4명의 좌타자가 포진했는데 특히 멜 로하스 주니어와 강백호는 리그 정상급 타격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다.

속구와 슬라이더 투피치 유형의 한현희에게 불리해보이는 승부였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

한현희는 1회부터 투런 홈런을 맞았지만 이후 무실점 피칭을 이어가며 흠잡을 데 없는 승리를 챙겼다.

 

◆ 12구로 막은 1이닝, 옥에 티는 1회뿐

1회초 조용호에게 안타를 맞은 뒤 로하스에게 우측 대형 투런포를 맞을 때까지만 해도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됐다. 둘 모두 좌타자에게 당한 것이라 뼈아팠다.

하지만 일찍 맞은 매가 약이 된 걸까. 이후 술술 풀렸다. 홈런을 맞은 1회에도 14구로 빠르게 마치더니 2,3,4,회 평균 10구씩만 던졌다. 과감한 몸쪽 승부로 범타를 유도해냈다. 단 하나의 탈삼진도 상대의 허를 찔러 만들어 낸 것이었다.

5회초 수비 실책과 행운의 안타로 1사 2,3루 위기를 맞았다. 한현희와 주효상은 정면돌파를 택했다. 1루가 비어 있었지만 풀카운트에서 한복판 스트라이크를 꽂아 넣어 조용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황재균에겐 바깥쪽으로 살짝 휘어가는 투심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가장 많은 21개의 공을 던졌지만 실점은 없었다.

6회도 인상적이었다. 로하스에겐 3구 모두 슬라이더를 던져 좌익수 뜬공을 유도했고 강백호에겐 몸쪽에서 빨려들어오는 투심으로 시선을 흐트린 뒤 빠져나가는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7회도 삼자범퇴로 마친 한현희의 투구수는 86구에 불과했지만 공을 불펜에 넘겼고 결국 6번째 승리를 따냈다.

경기 종료 후 브랜든 나이트 코치(오른쪽)의 축하를 받고 있는 한현희.

 

◆ 놀라운 투피치, 투수도 공격수가 된다

투수는 늘 수비의 위치에 선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타격하는 팀이 공격권을 지닌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투수도 공격수가 될 수 있다. 손혁 감독은 빠른 투구 템포로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걸 투수의 유일한 공격 방법으로 꼽았다.

그러나 이날 한현희와 주효상의 환상적인 호흡에서 또 하나의 공격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과감한 승부를 펼치는 것. 타자 입장에선 생각지 못한 곳으로 들어오는 공이 자신을 공격하는 것처럼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경기 후 손 감독은 “한현희가 좋은 투구를 해줘서 경기를 잘 풀어갈 수 있었다. 결정구로 사용한 슬라이더가 좋았다”면서 “주효상이 투수가 편안히 던질 수 있도록 리드를 잘해줬다”고 둘의 호흡을 승인으로 꼽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주효상과 한현희는 키움의 에이스 카드라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둘의 시너지는 한현희와 주효상 모두에게 더욱 성장할 수 있는 발전 동력이 되고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다. 둘의 배터리 조합은 팀을 위해서도 긍정적이고 효과적인 무기 중 하나로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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