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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축구 고의패배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SQ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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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축구 고의패배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SQ이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8.19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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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승복할 줄 아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많은 인기를 얻었던 KBS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 출발 드림팀의 클로징 멘트로 잘 알려진 말이다. 진정한 스포츠 정신에 대해 일깨워주는 문구였다.

이를 되새겨봐야 할 이들이 있다. 고등학교 축구팀을 지도하는 두 사령탑과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고교생 축구 선수들이다.

지난 6일 제25회 무학기 전국고등학교 축구대회에서 맞붙은 A,B팀은 의욕 없는 경기 태도로 고의 패배 논란을 빚었다. 사진은 이와 관계 없는 대회 우승팀 마산공고.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지난 2일 경상남도 함안에서 시작돼 13일 막을 내린 제25회 무학기 전국고등학교 축구대회에서 벌어진 일이다. 조별리그 2차전까지 치르며 연승을 달린 서울 A팀과 충청남도 천안 B팀이 지난 6일 맞붙었다.

양 팀 모두 3학년 선수들을 대부분 출전시키지 않았다. 이미 16강을 확정했고 일정이 타이트하게 치러지기에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전반은 나름대로 치열하게 진행됐다. 양 팀 모두 적극적으로 공격을 펼친다는 인상은 주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크게 문제될 것도 없어보였다.

하지만 후반엔 완전히 양상이 달라졌다. B팀이 주로 공격을 펼쳤는데 유리한 위치에서도 적극적으로 전진하지 않았다. 양 팀 모두 경합을 다퉈야 하는 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덤벼들지 않았다. 결국 수비 쪽에만 유리한 상황이 이어졌다.

심지어는 골키퍼와 1대1 상황에서도 일부러 슛을 포기하는 듯한 장면까지 연출됐다.

결국 양 팀 벤치에서 고성이 오갔다. 한 팀 감독은 “뭐하는데 지금”이라고 불만을 표했고 다른 팀 감독도 “(상대가) 공격할 마음이 없는데 왜 수비를 하냐”며 “우리 팀 전략을 왜 당신이 뭐라고 하냐. 웃기다”고 말했다.

어수선한 상황에 선수들도 어딘가 집중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의욕도 크게 보이지 않았다. 언쟁을 벌이는 양 팀 감독을 바라보며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처럼 보였다.

패배 후 아쉬워하는 과천고 권기찬(가운데). 그러나 이번 논란에선 선수들이 패배 후에도 아쉬움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다음 장면이 하이라이트였다. B팀 골키퍼의 골킥을 최전방 공격수가 받았는데 A팀 골키퍼가 하프라인까지 나와 헛발질을 했다. 골키퍼가 수비수들을 두고 하프라인까지 나온 것도 이해가 되지 않지만 문제는 공을 빼앗으러 열심히 따라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마치 일부러 공을 내준 것 같았다.

이상한 건 A팀 공격수도 마찬가지였다. 골문을 향해 질주하거나 곧바로 슛을 쏴 골을 노려야 했지만 속도를 높이지 않았다. B팀 골키퍼의 위치를 확인하며 일부러 기다려주는 것처럼 보였다.

일부 선수들의 마음은 양 팀 감독들과는 달랐던 것 같다. 어쩌면 회의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 A팀 선수들 중 한 명은 “넣어 넣어 넣어”라며 고민하는 듯한 공격수를 향해 외쳤고 B팀에선 “따라가”라고 외치기도 했다. 골을 넣은 선수는 마치 죄라도 지은 것처럼 고개를 숙였다. 전혀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다. 1-0으로 승리를 거둔 B팀 선수들은 경기 후에도 좋아하기보다 고개를 숙이고 피치를 빠져나왔다.

양 팀 상황을 보면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 있다. 두 팀은 이미 2승과 함께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는데, 이 경기에서 이길 경우 8강에 오르더라도 지난해 우승한 C팀을 만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결국 더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전략적 패배를 택하려 했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었다.

성장하는 고등학교 선수들에게 이러한 교육이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공은 둥글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기는 법을 가르치는 게 진정한 지도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어려움을 이겨낼 때 더욱 성장하는 법이다. 재밌는 것은 정작 우려했던 C팀은 16강에서 떨어졌다는 점이다. A팀은 다른 팀에 8강에서 졌고 C팀을 피해 패배를 자처한 B팀도 4강에서 탈락했다.

경기장에 걸린 걸개 문구가 페어플레이에 위배된 플레이로 점철됐던 이번 논란과 대비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대회를 주최한 대한축구협회도 이러한 논란 속 조사에 들어갔는데 경기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승부조작까지는 아니더라도 페어플레이 정신에 위배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징계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지난해 추계 고교연맹전에선 3-0으로 앞서가던 팀이 순식간에 4골을 내주며 패했다. 마지막 골은 골키퍼가 의도성 짙은 골킥 실수 이후 벌어졌는데, 두 팀은 사전에 합의 후 승부를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양 팀은 3년간 연맹 대회 출전 금지, 두 감독은 무기한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절대 벌어져서는 안 되는 일이고 두 감독을 두둔할 수도, 그럴 필요도 없지만 한국 체육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것도 부인할 수는 없다. 고등학교 선수들은 프로나 대학 진학을 꿈꾸는데, 이를 위해선 대회 입상 성적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대학 진학 혹은 프로 진출이 능력의 잣대로 여겨지는 감독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현실 속에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감독직을 이어가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최근 클럽 산하 고등학교 팀들이 늘어나며 어느 정도 해소된 부분들도 있지만 여전히 더 많은 선수와 감독들이 이 같은 문제에 노출돼 있다. 반대로 성적을 내기 위해 특정 선수에 대한 혹사, 골을 넣기 위해 지나치게 정형화된 플레이 스타일 등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궁극적인 방법은 팀 성적보다 개개인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좁게 봤을 땐 상위 라운드로 향할 때마다 대진 추첨을 다시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최근 연이어 벌어진 스포츠계에선 갑질이나 성 추문은 물론이고 이 같은 승부조작 관련 문제 등까지 끊임없는 잡음이 벌어지고 있다. 일이 터질 때마다 뒤늦게 외양간을 고칠 게 아니라 보다 넓은 시선으로 구조적인 개선을 이루려는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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