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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나무꽃과 시린 계곡이 함께하는 김천 수도산 청암사 '8월에 가볼만한 여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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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나무꽃과 시린 계곡이 함께하는 김천 수도산 청암사 '8월에 가볼만한 여행지'
  • 이두영 기자
  • 승인 2020.08.20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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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이두영 기자] 경북 김천시 증산면 수도산(1,317m) 북쪽 아늑한 골짜기에 자리한 청암사. 고색창연한 팔작지붕 건물과 폭염을 반기듯이 활짝 핀 배롱나무 꽃, 계류의 청아한 물소리가 마음에 진정한 평화와 휴식의 느낌을 안겨 주는 사찰이다.

섭씨 30도 중후반의 무더위가 인간을 심하게 괴롭히는 요즘, 비구니 스님들이 정진하는 고찰 청암사는 지친 몸과 마음에 활력과 자존감을 채워 넣기 좋은 절이다.

청암사는 해발 450m 중턱에 자리한 절로 계곡을 두고 가람들이 나뉘어 있다. 북쪽에는 법당인 대웅전을 중심으로 고승 22명의 진영을 모셨던 진영각, 승가대학으로 쓰이는 육화료 등이 올망졸망 모여 있다.

배롱나무꽃이 활짝 핀 청암사 극락전.
배롱나무꽃이 활짝 핀 청암사 극락전.

 

계곡 남쪽에는 고종 9년인 1905년 대운스님이 세운 극락전을 비롯해 관음보살좌상과 각종 탱화가 보관되고 있는 보광전 등이 있다. 계곡에 가까운 서쪽에는 삼층석탑이 자리하고 있다.

청암사는 신라 헌안왕 때 도선국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그 뒤 근대에 이르기까지 화재와 폭우 등으로 전소되거나 일부 훼손을 당했다. 일제 조선 침탈의 직접적 신호탄인 1876년 강화도조약도 절의 쇠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

1897년부터 8년 동안 대운스님이 중수해 상당한 면모를 갖춘 절은 1911년 다시 대화재로 극락전과 백련암을 제외한 모든 가람을 잃고 말았다. 그러나 대운스님은 이듬해에 다시 대대적으로 중창했고, 현재 절의 모습은 그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주문 편액에는 ‘불령산 청암사’라고 한자로 적혀 있다. 불령산은 부처님의 영험함이 깃들어 있다는 뜻이며, 수도산을 달리 부르는 이름이다.

청암사 극락전은 조선 숙종의 아내였으며 궁녀가 쓴 소설 ‘인현왕후전’의 주인공이기도 한 인현왕후와 관련이 있다.

인현왕후는 숙종의 계비(繼妃), 즉 숙종이 첫째 부인 인경왕후와 사별하고 다시 장가를 가서 맞은 둘째 아내였다. 인현왕후는 형조판서 등을 지낸 민유중의 딸로 15세의 어린 나이에 숙종의 아내가 됐다.

민유중은 당시 왕권을 쥐락펴락하던 서인에 속했다. 그러나 1689년 후궁 장희빈이 낳은 윤의 세자 책봉을 두고 ‘아니 되옵니다’를 외쳤던 서인들이 대거 숙청되는 기사환국이 발생했다.

그 일로 인현왕후는 폐위돼 궁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이는 오랫동안 숙종의 마음 속 여인이었으며, 궁 밖에서 와신상담했던 장희빈이 소원을 이루는 사건이기도 했다.

그 시절 인현왕후의 마음을 달래주고 회생 의지를 열어주었던 것이 수도산의 깊은 산세와 청암사의 고적한 분위기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1694년 남인 세력의 쇠퇴에 이어 서인의 입김이 다시 커지고 인현왕후도 궁궐로 복귀했다. 절치부심 끝에 밝게 생기를 되찾았을 인현왕후처럼 그가 기도했던 극락전 앞에는 배롱나무가 화사하게 꽃을 피우고 있다.

청암사 입구 계곡의 작은 이끼폭포.
청암사 입구 계곡의 작은 이끼폭포.

 

장희빈의 질투에 의해 폐서인이 돼 3년간 몸담았던 청암사에는 인현왕후길이라는 걷기코스가 마련돼 있다. 비교적 걷기 편한 고리형 숲길로 총 8.1km다.

시원한 숲 그늘을 거닐며 한 여인이 누렸을 호사와 수치, 치욕의 시간을 생각해보는 것도 청암사를 방문하는 재미다.

절 입구 다리를 건너지 않고 오른쪽 개울로 내려가면 이끼 낀 바위 벽 사이로 물이 폭포수가 흘러내리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아는 사람만 찾는 사진 촬영 명소다.

청암사에서 수도암까지는 산길로 1시간 반 정도 걸으면 된다. 근처에 있는 무흘계곡은 물이 풍성하며 여름에 발 담그고 놀기 좋은 피서지로 유명하다. 그 비경은 무흘구곡으로 칭송된다.

푸른 숲과 넉넉한 계곡 물소리, 붉은 목백일홍(배롱나무꽃), 인현왕후 이야기가 깃든 여승들의 도량 청암사는 8월 하순에 가볼만한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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