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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민과 현대건설 진실게임, 문제는 따돌림이었다? [SQ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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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민과 현대건설 진실게임, 문제는 따돌림이었다? [SQ이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8.20 1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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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고유민의 극단적 선택은 악성댓글 때문이 아닌 현대건설 코칭스태프의 따돌림, 배구 선수로의 앞길을 막은 구단의 사기극 때문이다.”

배구선수 고유민을 안타까운 죽음으로 몰고 갔던 게 세간에 알려진 악성댓글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유민의 유가족을 중심으로 나온 이야기라 설득력이 실린다.

이와 함께 타깃은 생전 마지막 소속 구단이었던 수원 현대건설으로 향한다. 현대건설은 반박했지만 어딘가 석연찮은 부분이 있어 한동안 진실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고인의 어머니 권 모 씨와 소송대리인 박지훈 변호사는 20일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대건설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다.

故 고유민의 어머니 권 모 씨가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딸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자살 이유는 악플 아닌 구단 따돌림?

박지훈 변호사는 경찰이 포렌식 수사로 고인의 휴대전화와 태블릿 PC 등에서 찾아낸 자료를 제시하며 “고유민 선수가 생전 가족, 동료와 모바일 메신저 등으로 ‘감독이 나를 투명 인간 취급한다’, ‘나와 제대로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말을 일관되게 했다”며 “의도적인 따돌림은 훈련 배제로 이어졌다. 고유민 선수는 숙소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동료를 감싸다가 더 눈 밖에 나서 수면제를 먹어야 잠이 들 수 있을 정도로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그 중심에 현대건설 감독과 코치가 있다는 것인데, 권 모 씨는 “주전이 훈련할 때 옆에 세워두기만 했는데 그저 서 있을 때 유민이가 무슨 생각을 했을지 지금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울먹이며 “구단 측에 몇 번이나 유민이와 주고받은 모바일 메시지 내용을 캡처 전송해 ‘살펴달라’고 했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구단도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으나 달라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고유민은 2019~2020시즌 돌연 리베로로 변신했지만 부진에 허덕이며 많은 비판을 받았다. [사진=KOVO 제공]

 

현대건설은 기자회견 종료 직후 입장문을 발표하며 “구단의 자체 조사 결과 훈련이나 시합 중 감독이나 코치가 고인에 대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만한 행위를 했다는 것은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며 이 근거로 고유민이 직전 시즌에 비해 더 많은 경기에 나섰다는 걸 내세웠다.

어찌 보면 이러한 내용은 아직까지 함부로 진위를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하지만 이후 나온 이야기는 결이 달랐다.

2013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4순위로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은 고유민은 백업 레프트로 활약하며 지난해 4월 FA 자격을 얻어 구단의 선택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2019~2020시즌 중 올 초 김연견이 부상 이탈하자 낯선 자리인 리베로로 투입돼 부진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러한 과정 속 고유민은 2월 29일에 팀을 떠났는데 유족과 변호인은 “(따돌림 등으로) 선수가 팀을 떠나게 하는 전형적인 행태”라고 주장했다.

유가족과 변호인 측은 이도희 감독(가운데)과 코치진이 따돌림의 중심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사진=KOVO 제공]

 

◆ 계약해지-임의탈퇴 과정, 진실은 어디에?

유족과 변호인은 계약상 문제도 제기했다.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싶었던 고유민은 트레이드를 요청했고 이 과정에서 구단의 권유로 지난 3월 30일 합의서까지 쓴 뒤 계약해지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건설이 5월 1일 일방적으로 고유민을 임의탈퇴했다는 것.

임의탈퇴로 묶인 선수는 원소속구단이 이를 해지하지 않으면 한국프로배구 V리그에서 뛸 수 없다. 고유민의 현역 생활 연장 의지를 구단이 꺾었다는 것이다.

현대건설의 이야기는 달랐다. “고인이 2월 29일 팀을 무단이탈했고 구단에서 본인에게 의사를 확인한 결과 악플로 심신이 지쳐 상당기간 구단을 떠나 있겠다고 표명했다”며 “이에 구단에선 상호합의 하에 3월 30일부로 계약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이후 선수 이탈에 관해 한국배구연맹과 협의했고 연맹은 고인에게 직접 연락해 계약의 지속이 어렵다는 것을 확인한 후 FA 절차 종료 이후인 5월 1일부로 임의탈퇴를 정식 공시했다는 것. 이후 6월 15일 본인의 의사를 확인했으나 ‘배구가 아닌 다른 길을 가겠다’는 의사를 확고하게 밝혔다고 보탰다.

박지훈 변호사(왼쪽)은 각종 자료를 제시하며 고유민의 자살의 책임이 현대건설에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뉴시스 제공]

 

하지만 박 변호사는 “한국배구연맹(KOVO)에 확인하니 ‘현대건설 배구단이 선수와 계약해지 합의서를 연맹에 제출한 적이 없다. 그런 게 있는지도 처음 알았다’고 답했다. KOVO의 답변이 사실이라면 현대건설 배구단은 KOVO를 상대로도 사기극을 벌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과 KOVO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딘가 불리한 구석이 있어 이러한 행동을 벌였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계약을 해지하면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되는데, 이 경우 구단에서 임의탈퇴 처리를 할 수 없다. KOVO의 입장이 사실이라면 현대건설은 월권을 벌인 것이 된다.

고유민의 어머니 권 씨는 “유민이가 생전에 수면제를 복용할 만큼 힘들어했다. 구단은 팀 내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방조했다”며 “어떤 심정으로 버텼을지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입관식에서 유민이와 눈이 마주쳤다. 장의사가 ‘도저히 눈이 안 감긴다’더라. 얼마나 할 말이 많았으면 (그랬겠느냐). 유민이를 따돌린 사람들의 죄를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명확한 진실을 밝혀낸다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안타까운 상황을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보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내고 책임이 있는 이들을 엄벌하고 구조적 문제 등에 대한 개선까지도 병행될 수 있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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