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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가지 잠재력 확인' 대전하나시티즌, 애석한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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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가지 잠재력 확인' 대전하나시티즌, 애석한 코로나19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8.25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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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올 시즌 K리그2(프로축구 2부)에선 역대급 승격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개막 전부터 우승후보로 꼽힌 제주 유나이티드와 대전 하나시티즌, 경남FC 세 팀보다 수원FC가 순위표 높은 곳에 오랫동안 위치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현재 선두 수원(승점 29)과 5위 전남 드래곤즈(승점 23)의 승점 차가 단 6에 불과할 만큼 K리그2 상위권은 매라운드 자리를 뒤바꾸며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축구 팬들의 눈길을 끄는 팀은 단연 대전 하나시티즌이다. 그동안 한국축구를 꾸준히 후원해온 하나금융그룹이 올 1월 기존 시민구단 대전 시티즌을 인수해 기업구단으로 재창단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관심이 집중된 올 시즌 대전은 기대에 100% 부응하는 것은 아니나 그런대로 잘 나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성적도 나쁘지 않고, 시장 잠재력도 확인한 터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더 애석하게 다가올 법하다.

대전 하나시티즌은 최근 3경기 연속 승리에 실패했지만 쉽게 지지 않는 끈끈한 축구로 우승 경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6년만의 승격 가시권

대전 하나시티즌은 24일 경기도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FC안양과 16라운드 원정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골대를 3차례나 때리는 불운 속에 승점 1 획득에 그쳤다. 최근 3경기 연속(2무 1패) 승리에 실패, 4위 경남FC(승점 25)에 승점 1 앞선 3위(승점 26)를 유지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시즌 전체를 놓고 보면 재창단 첫 시즌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7승 5무 4패로 1위 수원과 격차는 승점 3에 불과하다. 두 차례 이적시장을 거치면서 전방위적으로 팀 전력을 강화했고, 쉽게 지지 않는 끈끈한 조직력의 축구를 하고 있다.

대전은 기업구단으로 다시 태어나며 포항 스틸러스와 FC서울을 K리그1(1부) 정상에 올린 황선홍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고, 허정무 전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가 이사장으로 의기투합해 화제를 모았다.

겨울에 채프먼, 이규로, 구본상, 이슬찬, 박용지, 윤승원 등 알짜배기를 다수 품었다. 지난 시즌 전남에서 하반기에만 10골을 뽑아낸 바이오를 비롯해 성남FC 주전 골키퍼였던 김동준을 데려오며 신흥 거상 면모를 발휘했다. 비록 두 사람이 부상 등으로 기대보다 활약이 저조하지만 대전의 승격 의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황선홍(사진) 감독의 지휘 아래 대대적인 전력 강화에 성공한 올 시즌 승격을 노리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지난 7월 말 대한축구협회(FA)컵 포함 2연패에 빠진 뒤 구단 내부 갈등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7경기 무패를 달리던 제주를 격침하면서 경기력과 선수 운용에 대한 불신을 잠재웠다.

주포로 영입한 안드레는 11골(득점 2위)을 터뜨리며 이름값을 하고 있다. 여름에 품은 분데스리가2(독일 2부) 출신 레프트백 서영재와 공격형 미드필더 에디뉴도 팀에 순탄히 녹아들고 있어 후반기 기대감을 키운다.

황선홍 감독은 안양전에 앞서 “무더위가 이어지며 모든 팀이 체력적인 부담 속에 여러 변수가 있다고 본다”면서 “좋은 팀이 되기 위해 정신적인 부분을 더욱 강하게 유지한다면 분명 마지막에 웃을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는 말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창단식에서 “한 해만에 대전의 축구가 완벽해질 수는 없음을 잘 안다. 선수들과 차분하게 명문구단으로 가는 초석을 다지고 싶다”고 다짐했다. 지난 시즌 8승 11무 17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로 9위에 머물렀던 그들이 우승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어 고무적이다. 2014시즌 승격해 2015시즌 다시 내려앉은 이후 다시 K리그1 진입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관심 끌기에 성공한 모양새라 코로나19 사태가 애석하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축구특별시' 관심끌기 성공? '하필' 코로나19

대전 하나시티즌은 시·도민구단이 기업구단으로 탈바꿈한 첫 사례다. 축구판 전체를 놓고봐도 5년 만에 탄생한 기업구단이기도 하다. 그 특수성 때문에 큰 주목을 받았다. 이적시장 활발하게 움직였고 팬들의 기대치가 상당했다. 실제 구단 프런트나 황 감독이나 이에 따른 부담감에 짓눌리기보다 이를 동력으로 삼겠다는 각오를 내비치곤 한다.

황선홍 감독은 부임 당시 “새롭게 태어난 팀이라 부담감과 책임감이 따른다. 감독, 선수, 프런트 삼위일체 돼 ‘축구특별시’라는 옛 명성에 걸맞은 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150만 대전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팀이 될 수 있도록 같이 만들어가야 한다. 운동장에 많이 찾아와주시면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대전의 새 구단명과 엠블럼, 유니폼 등 상징을 살펴보면 이전 ‘대전 시티즌’의 정체성과 역사를 이어가며 긍정적인 변화와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일단 관심 끌기는 성공한 모양새다. 미디어가 선정한 올 시즌 K리그2 1차 클럽상(1~9라운드) 부문에서 가장 팬 친화적인 활동을 펼친 구단으로 꼽혀 ‘팬 프렌들리 클럽(Fan-friendly Club)상’을 수상할 만큼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인 효과가 있었다.

지난 8일 올 시즌 첫 유관중 홈경기였던 경남FC전에서 K리그2 시즌 최다관중을 동원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기존 충성심 높은 팬들을 지키는 것은 물론 신규 팬층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적극적인 홍보와 꾸준히 상위권을 달린 성적에 힘입어 대전을 향한 팬들의 관심이 높아진 상황. 구단 관계자는 “실제로 올 시즌 시즌권 및 티켓북 구매자가 예년보다 3배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 8일 경남전을 통해 시즌 첫 유관중 홈경기를 진행했는데 경기 당일 지속된 호우에도 불구하고 1444명이나 입장하며 올 시즌 K리그2 최다관중을 기록했다. 경기장 수용규모의 10%에 한해 제한적으로 관중을 들였는데 악천후 속에서도 시장 잠재력을 보인 셈이다.

대전의 과거 최전성기는 2003시즌으로 기억된다. 12개 팀 중 6위를 차지했으니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직전연도 단 1승에 머물렀던 팀이 환골탈태하며 홈 승률 77.3%, 평균관중 1만9000여 명, 주중 최다관중 4만3700명을 기록하며 축구특별시로 거듭났던 때다. 

대전월드컵경기장은 피치와 관중석이 가까워 K리그 구장 가운데서도 경기를 관전하기 가장 좋은 경기장 중 하나로 꼽힌다. 무더위가 꺾임과 동시에 순위 쟁탈전이 치열해지는 가을을 맞아 관중몰이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전면 시행됨에 따라 다시 무관중 체제로 돌아가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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