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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2] '무실점 승리' 수원 박배종, 그 원동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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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2] '무실점 승리' 수원 박배종, 그 원동력은?
  • 김준철 명예기자
  • 승인 2020.08.25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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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Q(큐) 김준철 명예기자] “오히려 기회가 온 것이라 생각하고 긴장 없이 할 수 있는 플레이를 보여줬다.”

수원FC(이하 수원) 골문을 지키며 무실점 승리 일등 공신이 된 박배종(31) 골키퍼의 배짱 있는 소감이었다.

수원은 지난 25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2 2020 16라운드 서울이랜드FC(이하 서울) 전에서 후반 17분과 경기 종료 직전 터진 안병준의 멀티골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수원은 3경기 무승(1승 2패)에서 탈출하며 승점 29로 선두를 지켰다.

팀 무실점 승리를 지킨 수원 박배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팀 무실점 승리를 지킨 수원 박배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수원은 경기당 2골에 육박하는 가공할만한 득점력을 앞세워 경쟁자인 제주와 대전 등을 따돌리고 8라운드 이후부터 1위를 내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라운드에서 만난 서울은 까다로운 상대임이 틀림없었다. 수원이 최근 3경기에서 1무 2패를 거두는 동안, 서울은 2승 1무로 쾌조의 흐름을 타고 있었기에 독주 체제를 구축하고자 하는 수원으로선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었다.

게다가 전력 누수라는 악재도 겹쳤다. 올 시즌 수원 골문을 든든하게 지키던 유현이 직전 라운드에서 무릎 인대 파열을 당해 명단 제외됐다. K리그 통산 238경기 출전 기록을 지닌 유현은 이번 시즌 전 경기 출전하며 16골만 허용하는 선방쇼를 펼쳤다. 이는 2부 리그 구단 중 4번째 적은 실점으로 유현 덕분에 수원 수비 라인 안정감이 올라갔다는 평가도 종종 나왔다. 그의 부상 정도가 심해 복귀까지 3개월이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 수원은 대체 골키퍼 고민이 필요했다.

수원 선택은 박배종이었다. 지난 경기에는 대기 명단에 있던 이시환이 유현 대신 골문을 지켰지만, 이날 경기에선 박배종이 선발 골키퍼 장갑을 끼고 나왔다. 다만 박배종의 경기력은 위험 요소로 꼽혔다. 그는 올 시즌 단 1경기도 실전에 나선 적 없어 경기력에 대한 걱정이 존재했다.

여기에 선두 싸움을 하는 구단 상황과 더불어, 앞선 경기에서 유현이 보여준 좋은 활약은 어쩌면 박배종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오랜만의 출전에도 “긴장되긴 했다. 그런데 이를 다르게 생각하면 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유현 골키퍼가 잘하고 있어서 주위에서 긴장되지 않느냐고 했는데, 나에게는 기회가 온 것이라 생각하고 긴장감 없이 가지고 있는 플레이를 보여주려 했다”며 담담한 마음가짐을 밝혔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두둑한 배짱 덕분이었을까. 박배종은 전반 초반부터 숱한 위기를 맞았으나 결국 무실점 승리를 따냈다. 서울이 올 시즌 첫 출전인 그를 의식했는지 경기 초반부터 슈팅을 아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박배종은 매 차례 선방쇼를 보여주며 수원 골문을 지켰다. 전반 41분 코너킥 상황에서 수비수들이 돌아 뛰는 장윤호를 모두 놓쳤지만 그는 끝까지 공을 따라가며 선방했고, 후반전에도 상대 결정적인 슈팅을 연속으로 저지했다.

그는 “후반전 레안드로와 1-1 상황이 가장 아찔했다. 공이 한 차례 빠져 뒤꿈치를 맞고 들어갔다고 생각했는데 운 좋게도 내 앞에 떨어졌다”고 실점 위기 상황을 설명한데 이어, “올해 처음으로 기회가 왔다.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경기를 준비했고, 팀 승리를 이끌려고 노력했다”고 경기 소감을 전했다.

경쟁자인 유현 골키퍼와 김도균 감독 응원이 그에게 큰 힘이 된 듯했다. 박배종은 “오후쯤에 유현 형에게 카톡이 하나 왔다. ‘너는 준비를 많이 한 선수다. 실력만 보여준다면 충분히 좋은 모습이 나올 것이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며 유현과 있던 비화를 밝혔고, “감독님께서도 ‘몸 좋냐’고 장난치면서 자신 있게 하고 오라고 했다”며 밝게 웃었다.

김도균 감독도 박배종 활약에 흡족해하는 듯했다.

경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도균 감독은 “사실 유현 골키퍼 부상은 큰 걱정이 안 됐다. 박배종도 경험이 많은 선수였다. 다만 유현이 잘해줬기에 기회가 많이 못 간 것이다. 그를 믿고 있었고 충분히 활약해주리라 생각했다”며 그를 칭찬했다.

프로 무대에서 역사가 짧은 수원에서 박배종은 몇 안 되는 ‘원 클럽 맨’ 선수다. 그는 경찰 복무를 위해 아산에 있던 기간을 제외하면 꾸준히 수원 골문을 지켰다. 2012년 수원시청 축구단에 입단해 1년간 활약하며 내셔널리그 우승에 공헌했고, 이듬해인 2013년 수원이 K리그 챌린지 무대에 참가 선언하면서 프로 데뷔하게 됐다.

이후 꾸준히 선발을 놓고 이정형, 이상기 등과 경쟁을 펼치다 2015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주전 골키퍼로 등극했다. 아산에서도 박주원, 양형모 등을 밀어내고 주전으로 활약하면서 현재까지 총 154경기에서 179실점이라는 굵직한 기록을 남기는 중이다.

특히 이날 박배종은 승리를 지켜내 구단 통산 K리그 100승이란 대기록을 직접 손으로 써 내려갔다. 그는 “솔직히 팀 100승을 달성할 수 있을 때까지 뛸 수 있을지는 몰랐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준비했고, 좋은 결과로 나와서 기뻤다”고 말했다.

박배종은 앞으로도 계속될 주전 경쟁에 대해서도 차분하게 받아들였다. 그는 “골키퍼는 한 사람뿐이다. 올해든 내년이든 똑같이 경쟁해야 한다. 어쨌든 경쟁은 다 똑같다.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준비해서 그 기회를 잡는 것이 골키퍼 의무다”고 각오를 다졌다.

팀이 어려운 순간 골키퍼 장갑을 끼고 무실점 활약을 펼친 박배종. 경기에 대한 절실함과 흔들리지 않는 기개를 보여준다면 이후 경기에서도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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