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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가 CF' 돈이 말라가? 코로나19 여파로 파산 위기 빠진 스포츠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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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가 CF' 돈이 말라가? 코로나19 여파로 파산 위기 빠진 스포츠계
  • 김준철 명예기자
  • 승인 2020.08.26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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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준철 명예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전 세계 경제가 마비됐다. 바이러스 차단을 위해 취해진 공장 가동 중단과 매장 폐쇄는 개인과 중소 사업자들의 수익 창출을 어렵게 하고 있다. 파산 신청을 한 기업 수가 폭증했고, 그 영향으로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도 폐업을 결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전 세계 축구 구단에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코로나19 탓에 안정적인 수입 확보가 쉽지 않아 몇몇 클럽은 구조조정에 들어가거나 파산에 이르고 있다.

말라가는 지난 25일 선수단 집단 해고를 공식 발표했다. [사진=말라가CF]
말라가는 지난 25일 선수단 집단 해고를 공식 발표했다. [사진=말라가CF]

가장 대표적인 구단은 스페인 2부 리그(세군다 디비시온) 말라가 CF(이하 말라가)다. 그들은 지난 25일 재정 위기로 선수단 집단 해고 절차에 돌입해 팬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말라가는 지난 2010년 카타르 왕족 출신 사업가 압둘라 알 타니에게 인수된 후로 승승장구했다. 과거 막대한 부채를 끌어안아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팀을 수렁에서 건져 올렸고, 막대한 부를 앞세워 스타 감독과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초특급 슈퍼스타 영입 정책인 ‘갈락티코’와 비교해 ‘말락티코’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로 말라가의 호화로운 시절은 오랜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세금 미납과 일부 선수에 대한 임금 지급 연체 등 부실한 경영 탓에 급격히 어려움을 겪게 됐고, 2017~18 시즌 최하위로 2부 리그에 내려갔다. 올해 2월 법정 분쟁 끝에 지방 법원이 알 타니 구단주의 경영상 불법 의혹에 대해 경영권을 6개월 박탈하는 결정을 내리는 등 홍역을 치르던 말라가는 최근 코로나19 악재로 경제적 손실까지 겹치면서 사실상 파산 직전까지 몰린 상태다.

말라가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클럽은 최근 몇 달 동안 힘든 결정을 내려야 했고, 이번 구조조정은 1군 선수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여파에 맞서 여러 노력을 이어갔지만 경제적 손실과 복합적인 재정적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영진은 최후 수단인 선수단 집단 해고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스페인 2부 리그 팀인 말라가도 재정 악화로 파산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하위 리그나 변방 리그 팀들 상황은 더 암울하다.

슬로바키아 리그 명문 구단인 MSK 질리나(이하 질리나)는 지난 4월 파산 절차에 돌입했다. 슬로바키아 스포츠 매체들은 코로나19로 리그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질리나가 관중 입장 수익 및 중계권 수익을 올리지 못해 경영이 악화됐다고 밝혔다. 질리나의 주요 자금 조달 방법은 선수 이적료가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보츠닉이 페예노르트로 이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적료 1/10밖에 받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로 이적 시장이 얼어붙으며 올 시즌 이적료 발생은 단 한 푼도 없었다.

질리나 운영비 중 가장 큰 부분은 선수들 연봉이었다. 어려움에 직면한 고위 임원진들이 선수들에게 80% 급여 삭감을 제안했지만 선수 17명이 거부했고, 질리나는 선수들과 계약을 해지했다. 이어 질리나는 악화된 경영을 극복하지 못해 지난 3월 27일 클럽 매각을 결정했다. 

잉글랜드 리그1(3부 리그) 선덜랜드 AFC도 코로나19로 파산 위기에 직면하자 1군 선수단 모두를 임시 해고하는 초강수를 뒀다. 2016~17시즌 2부 강등 이후 구단주인 엘리스 쇼트가 더 이상 클럽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는 등 계속되는 악조건 속에서 코로나19로 수입원이 끊기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무관중 경기로 입장 수익을 올리기 어려운 스포츠 구단들 [사진=연합뉴스]
무관중 경기로 입장 수익을 올리기 어려운 스포츠 구단들 [사진=연합뉴스]

사실 구단 파산 위기는 종목을 막론하고 일어나고 있다. 일정한 수익을 올리지 못해 각국 스포츠 팀, 심지어는 리그, 연맹, 협회 자체가 휘청대고 있다. 프로 스포츠 천국 미국에서도 파산 위기에 따른 연봉 삭감은 뜨거운 이슈다. MLB는 지난 4월 경기 축소에 따른 급여 삭감을 선수 노조에 요청한 바 있고, 사무국 임원진 급여 20%를 삭감한 NBA도 연봉 삭감을 두고 선수 노조와 협상을 시작했다.

2018년부터 재정 위기에 봉착한 미국 럭비 연맹은 3월 들어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활동이 정지되면서 결정타를 맞았다. 지난해 말 사무실을 축소하고 비용 절감 등 자구책을 마련했으나, 코로나19가 이런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다. 결국 연맹은 현 사태를 견디지 못하고 파산 보호 신청서를 제출했다.

매치 데이 수익과 중계권료, 광고 수입이 스포츠클럽 수입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코로나19로 각국 리그 경기가 중단, 연기, 축소됐고, 무관중 경기로 팬들의 직접적인 소비가 줄어들어 안정적인 수입 확보가 어려워졌다.

수입의 급격한 감소는 건강하지 못한 비즈니스 모델을 지니고 있던 구단들에 부담이 됐다. 실제로 중소 리그 클럽들의 경영은 이번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장 입장 수익과 상품 판매 수익 비중이 크기 때문에 무 관중으로 진행되는 작금의 현실은 지옥일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확산이 좀처럼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확진자 수는 25일 기준으로 벌써 23,629,423명이 넘어갔고, 확산세 역시 현재 진행형이다. 스포츠계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올해 초부터 대비하고 있었지만, 그 여파는 예상보다 크다. 요즘 코로나19 시대 일상을 새로운 표준, 즉 ‘뉴 노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담론이 운위되고 있는데 프로 스포츠계도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도래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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