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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MLB, '흑인총격 사건'에 다시 낸 목소리 [SQ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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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MLB, '흑인총격 사건'에 다시 낸 목소리 [SQ이슈]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8.2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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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속에 어렵게 재개하거나 뒤늦게 시작한 미국 프로스포츠가 현지 경찰의 흑인 남성 총격 사건으로 다시 파행을 맞았다. 

지난 5월(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살던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는 체포 과정에서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짓눌려 사망했다. 플로이드는 “숨을 쉴 수 없다”고 고통스러워하다 끝내 목숨을 잃었고, 이는 미국에 만연한 인종차별과 경찰의 무자비한 공권력 집행에 대한 대규모 사회운동으로 번졌다. 

지난 24일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가 비무장 상태로 세 자녀 앞에서 위스콘신주 경찰에 의해 총격을 당한 사건에 항의시위가 격화됐다. 위스콘신주에 비상사태가 선포되기에 이르렀는데, 미국 스포츠산업을 대표하는 프로농구(NBA)와 프로야구(MLB)에서도 선수들의 항의와 경기 보이콧이 이어지며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문구가 적힌 코트 위에서 인종차별 항의 표시로 무릎을 꿇은 NBA 선수들. [사진=연합뉴스]

NBA는 27일 배정한 밀워키 벅스-올랜도 매직, 휴스턴 로케츠-오클라호마시티 썬더, 로스앤젤레스(LA) 레이커스-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 간 플레이오프(PO) 1라운드 경기를 모두 취소했다. 

이날 가장 먼저 경기에 나설 예정이던 밀워키 선수단이 출전을 거부하면서 비롯됐다. 라커룸에 머물던 밀워키 선수단은 코트에 나타나지 않았고, 올랜도 선수들도 몸을 풀다 경기 시작 4분을 남기고 코트를 떠났다.

위스콘신주에 연고를 둔 밀워키 선수단은 “최근 몇 달 새 미국에선 인종차별에 대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졌다”며 “그런데 불과 며칠 전 우리의 연고지에서 흑인을 상대로 한 총격 사건이 벌어졌고 지금 우리는 농구에 전념할 수 없게 됐다”는 입장을 내놨다. 같은 날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3경기도 선수들의 보이콧으로 연기됐다.

NBA PO 일정에 파행이 불가피해보였지만 우선 NBA 선수들이 코트에 복귀하기로 의견을 모으면서 사태가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미국 AP, ESPN 등은 같은 날 “NBA 선수들이 팀에 복귀하기로 결정했다”고 일제히 전했다. NBA 사무국은 “28일이나 29일부터 재개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알렸다.

르브론 제임스는 NBA 동료들의 보이콧 중단 결정에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사진=AFP/연합뉴스]

보이콧 결정 뒤 자체 회의를 연 NBA 선수들은 향후 일정을 두고 격론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LA 레이커스와 LA 클리퍼스 선수들만 리그 중단을 주장했고, 다소 분위기가 격앙됐다. 리그 대표스타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는 회의 막판 먼저 자리를 뜨기도 했다. 

인종차별적 발언을 자주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는 등 정치적 표현을 서슴지 않았던 그가 동료들의 결정에 불편한 심기를 표했다고 전해진다. 하루 뒤 회의가 다시 이어졌고, 제임스 등 레이커스를 포함한 선수들은 결국 시즌을 완주하는 데 뜻을 모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NBA에 대한 평가가 매우 좋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참 안된 일이다. 그들은 정치 집단처럼 됐다. 그건 스포츠를 위해서나 국가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 아니다”라며 경기를 보이콧한 NBA 선수들을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비난 여론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선수들의 보이콧으로 경기가 취소된 28일 토론토의 홈구장 전광판에 '평등'이라는 단어가 새겨졌다. [사진=USA투데이/연합뉴스]

MLB 스케줄에도 변동이 생겼다. 

위스콘신주를 연고로 하는 밀워키 브루어스가 가장 먼저 경기 취소를 결정했다. 구단은 “오늘 경기를 취소하기로 한 선수들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인종차별과 불평등 등을 철폐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MLB에서 가장 많은 흑인선수를 보유한 시애틀 매리너스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방문경기를 취소했고, 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도 동참했다.

MLB 사무국은 “위스콘신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많은 분이 고통받고 있다. MLB에서도 많은 선수가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며 오늘 경기를 치르지 않기로 했고, MLB는 인종차별과 모든 불평등에 대항해 싸울 것”이라며 보이콧 지지를 선언했다.

28일 오전 선발로 마운드에 설 계획이던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등판일정도 미뤄졌다. 토론토와 보스턴 레드삭스 양 팀의 보이콧 참여로 경기가 무산됐고, 류현진은 빠르면 29일 오전 7시 37분 시작될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 나설 전망이다.

무릎을 꿇고 인종차별 반대 목소리를 낸 MLS 선수들. [사진=AFP/연합뉴스]

이날 추신수의 텍사스 레인저스, 최지만이 뛰는 탬파베이 레이스의 경기 등 총 6경기가 취소됐다. 팬들 입장에서 다행인 건 경기 보이콧이 팀당 한 경기로 마무리되는 분위기라는 점이다. 27일 경기를 취소한 팀들은 모두 28일 더블헤더에 나섰다.

미국프로축구(MLS)도 예정됐던 5경기를 치르지 않았다. 킥오프가 가장 빨랐던 올랜도시티 SC-내슈빌 SC 매치업은 정상적으로 행해졌지만 이후 타구단에서 불참 결정이 이어졌다.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웨스턴앤서던오픈 4강에 오른 오사카 나오미(세계랭킹 10위·일본)도 흑인 피격 사건에 항의하며 기권을 선언하기도 했다. 아이티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를 둔 오사카는 자신의 SNS를 통해 “나는 운동선수 전에 흑인 여성”이라며 기권 의미를 설명했다.

플로이드 사망 당시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 유니폼을 입거나 그라운드에서 무릎을 꿇으며 인종차별 반대 운동에 동참했던 각 종목 선수들이 이번에는 경기를 거부하는 방법으로 다시 인종차별 철폐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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