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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전5기' 권순우, 절호의 기회 놓치지 않았다 [US오픈 테니스대회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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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전5기' 권순우, 절호의 기회 놓치지 않았다 [US오픈 테니스대회 일정]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9.0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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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세계랭킹 144위 정현(24·제네시스 후원)과 함께 한국 테니스 '투톱'으로 꼽히는 권순우(23·당진시청·CJ제일제당 후원)가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4전5기 끝에 마침내 메이저대회 단식 본선 첫 승의 감격을 누렸다.

세계랭킹 73위 권순우는 1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5340만 달러·632억 원) 첫날 남자단식 본선 1회전에서 타이-손 크위아트코스키(187위·미국)를 3-1(3-6 7-6<7-4> 6-1 6-2)로 눌렀다.

이로써 이형택(은퇴)과 정현에 이어 한국 남자선수로는 세 번째로 메이저 단식 본선에서 승리하며 2회전에 오른 선수가 됐다. 이형택과 정현은 각각 2000년과 2015년 US오픈에서 메이저 단식 본선 첫 승을 땄는데, 권순우도 그 뒤를 이어 같은 대회에서 첫 기쁨을 누렸다.

권순우가 마침내 메이저대회 단식 본선 첫 승을 따냈다. [사진=미국테니스협회/연합뉴스]

권순우는 1세트 자신의 첫 서브게임을 내주며 끌려갔고, 결국 세트를 내줬다. 2세트도 게임스코어 4-4에서 서브게임을 내주며 위기에 몰렸지만 재차 상대의 서브게임을 가져오며 분위기를 반등한 뒤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2세트를 거의 따냈다가 놓친 크위아트코스키가 3세트 이후 급격히 흔들리자 권순우가 이를 놓치지 않았다. 3, 4세트 상대를 압도하며 2시간 49분 만에 2회전 진출을 확정했다. 그동안 체력이 약점으로 지적됐는데 승부처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권순우는 이날 서브에이스에서 3-11로 밀렸지만 공격 성공횟수 50-33으로 우위를 보였다. 

또 강점인 템포 빠른 포핸드 공격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1회전에 출전한 64명 가운데 포핸드 위닝샷(득점) 25개로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위닝샷이란 상대방이 라켓에 건드리지도 못한 완벽한 득점을 말한다. 권순우가 기록한 위닝샷 51개 중 그라운드 스트로크(서브와 네트 플레이, 스매시 등)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베이스라인 스트로크 대결에서 뽑아낸 득점만 무려 28개에 달했다. 그 중 25개가 포핸드 강타에서 비롯됐으니 그 위력을 알 수 있다.

상금 10만 달러(1억1000만 원)를 확보한 권순우는 오는 3일 2회전(64강)에서 데니스 샤포발로프(17위·캐나다)를 상대한다. 왼손잡이 샤포발로프는 1999년생 어린 선수지만 이미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우승 경험이 있고, 올 1월에는 13위까지 올랐던 톱랭커로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된다. 샤포발로프는 2017년 US오픈 16강에 오른 게 메이저 최고성적이다. 이번 대회 1회전에선 서배스천 코르다(205위·미국)를 제압했다.

권순우는 서브에서 밀렸지만 3세트부터 강점인 포핸드에서 상대를 압도했다. [사진=AFP/연합뉴스]

앞서 권순우는 2018년 호주오픈에서 메이저 단식 본선에 데뷔했다. 지난해 윔블던과 US오픈, 올해 호주오픈까지 총 4차례 본선에 올랐지만 모두 1회전에서 탈락했다. 그동안 투어 대회에서 착실히 경험을 쌓았고, 메이저 본선에서 강호들을 맞아 선전했지만 늘 2%가 부족했다.

2018년 8월만 해도 273위였던 권순우는 지난해 8월 처음 100위 안(97위)에 들더니 이제 70위권에 안착했다. 1년 반 만에 200계단이나 올라왔으니 괄목할만한 성장세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9월 주하이 챔피언십에서 뤼카 푸유(당시 24위·프랑스)를 잡더니 올 1월 호주오픈 1회전에서 니콜로즈 바실라시빌리(당시 29위·조지아)와 접전을 벌인 끝에 분패했다. 2월 뉴욕오픈에선 밀로시 라오니치(당시 32위·캐나다)를 눌렀고, 같은 달 멕시코오픈에서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을 상대하는 등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권순우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딛고 힘겹게 돌아온 테니스, 그 재개 첫 메이저대회부터 국내 팬들에게 낭보를 전해 고무적이다. 2회전 경기 역시 JTBC3 골프&스포츠에서 생중계할 예정인데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권순우는 “초반에 너무 긴장해 생각한 플레이를 못 했지만 2세트 위기에서 브레이크를 따내면서 경기가 잘 풀렸다. 그동안 메이저대회에서 체력 때문에 진 경우가 많았는데 오늘 이겨내서 기쁘다. 체력이 좋아진 걸 느낀다”면서 “2회전 상대는 랭킹이 높지만 배운다는 마음으로 재미있고, 쉽게 물러나지 않는 경기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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