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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시절'의 그 리즈가 돌아왔다 [김의겸의 해축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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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시절'의 그 리즈가 돌아왔다 [김의겸의 해축돋보기]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9.02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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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해버지(해외축구의 아버지)'로 통하는 박지성이 지난 2005년 7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 진출한 이래 대한민국 축구팬들은 주말마다 해외축구에 흠뻑 빠져듭니다. 그 속에서 한 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흥미로울 법한 이야기들을 인물을 중심으로 수면 위에 끄집어내고자 합니다. 고성능 돋보기를 갖다 대고 ‘숨은 그림 찾기’라도 하듯. [편집자 주]

‘리즈 시절’이란 말은 축구팬들뿐만 아니라 국내 사회에서 ‘전성기’ 혹은 ‘황금기’의 뜻으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19년 전 2000~2001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4강까지 진출했던 리즈 유나이티드가 하부리그를 돌고 돌아 다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로 돌아왔습니다.

리즈는 2019~2020시즌 챔피언십(2부)에서 우승하며 16년 만에 EPL에 복귀하게 됐습니다. 박지성이 맨유에 입단한 이후 EPL을 챙겨보기 시작한 국내의 젊은 축구팬들이라면 리즈의 ‘리즈 시절’은 어땠는지 잘 모를텐데요. 스포츠Q(큐)와 함께 리즈의 과거와 오늘 그리고 내일까지 한 번 짚고 넘어가는 건 어떨까요.

리즈 유나이티드가 2019~2020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에서 우승하며 16년 만에 프리미어리그(EPL)로 승격했다. [사진=리즈 공식 홈페이지 캡처]

◆ 리즈의 ‘리즈 시절’

리즈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유럽 클럽대항전 단골로 참가할 만큼 EPL 대표 클럽 중 하나였습니다. EPL 출범 직전인 1991~1992시즌이 마지막이긴 하나 1부 우승트로피를 3회나 들어 올린 명문입니다. 마지막 우승은 맨유 레전드 에릭 칸토나와 함께 했죠. 앞서 언급했듯 밀레니엄 시대에 접어든 뒤 유럽 4강에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03~2004시즌 19위로 강등되면서 암흑기를 맞습니다. 2000년대 초 EPL ‘빅4’를 구축하던 당시 멤버가 리오 퍼디난드, 해리 키웰, 앨런 스미스, 마크 비두카, 나이젤 마틴, 로비 킨, 조나단 우드게이트, 올리비에 다쿠르, 로비 파울러 등입니다. 모두 이후 리즈를 떠나 맨유, 리버풀, 토트넘 홋스퍼 등 라이벌 클럽으로 떠나게 됐으니 ‘몰락’이란 단어가 적절해 보입니다. 

리즈는 UCL 진출 경쟁력을 믿고 대규모 대출을 받았지만 순위가 하락해 빚이 늘어만 갔습니다. 자연스레 선수 수급에도 애를 먹었고, 재정 압박 속에 스타플레이어들을 시장에 내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심지어 홈구장 '앨런드 로드'와 훈련장까지 판매하며 빚 탕감에 나섰다고 하니 말 다했습니다. 

리즈는 2007~2008시즌부터 리그1(3부)에서 3시즌을 보내는 수모도 견뎌내야 했습니다. 리즈가 하부리그를 전전하자 국내에선 ‘리즈 시절’이란 말이 생겨났습니다. 맨유 시절 박지성의 동료인 앨런 스미스가 리즈에서 활약했던 시절을 일컫는 말에서 비롯됐는데, 이제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두루 쓰이는 국민 유행어가 된 셈이죠. 

리즈는 몰라도 ‘리즈 시절’이란 말은 아는 사람은 많을 겁니다. 지난해 영국에서 출간한 축구 서적 'Do You Speak Football?'은 축구와 관련한 세계의 재밌는 표현을 소개하며 지구 반대편 한국에서 탄생한 ‘리즈 시절’을 언급했고, BBC가 이에 주목해 화제가 됐습니다. 잉글랜드에선 리즈의 추락을 빗대 ‘돈을 비효율적으로 쓰는 행위’를 ‘리즈하다(doing a Leeds)’고 표현한다고 합니다.

'명장' 마르셀로 비엘사(사진) 감독 부임 후 과거 영광을 되찾기 위한 시동을 제대로 걸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 '비엘사호' 리즈 부활에 들뜬 EPL

리즈는 2017년 스포츠마케팅 전문가 안드레아 라드리차니가 새 구단주가 되면서 오너리스크에서 벗어나 비상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홈 경기장을 되찾고, 아르헨티나 축구 대표팀을 이끈 명장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깁니다.

비엘사 감독이 부임한 2018~2019시즌 리즈는 정규리그 3위를 차지하며 기지개를 켜더니 지난 시즌 종료 2경기를 남겨놓고 한 시즌 최다승점 구단 기록을 새로 쓰면서 승격을 확정합니다. 최종 결과 2위 웨스트브롬위치 알비온(WBA)에 승점 10 앞선 1위로 마감하며 화려한 복귀를 신고했죠. 

리즈의 승격은 잉글랜드 축구판을 놓고 봐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2, 3부 시절에도 시즌 티켓값이 1부 소형 구단들보다 비쌌을 정도로 인기가 상당했으니 팬들의 화력은 두 말하면 잔소리겠죠? 남미 최고 전술가로 꼽히는 비엘사 감독이 팀을 이끌고 있으니 ‘빨간 장미’ 맨유와 ‘흰 장미’ 리즈가 벌일 ‘로즈더비’가 벌써부터 기대를 자아냅니다.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에게 전술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비엘사 감독이 과르디올라 감독과 만나 펼칠 지략 대결 역시 관심이 모아집니다.

발렌시아로부터 공격 전 포지션에 설 수 있는 로드리고 모레노(사진)를 영입했다.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를 들였다. [사진=리즈 공식 홈페이지 캡처]
스리백과 포백을 혼용하는 비엘사 감독은 로빈 코흐(사진)에게 중책을 맡길 전망이다. [사진=리즈 공식 홈페이지 캡처]

◆ 리즈, 명가 부활을 꿈꾼다

리즈 프런트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이적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서도 명가 재건을 위해 그야말로 ‘열일’하고 있습니다.

리즈는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 4000만 유로(563억 원)를 들여 발렌시아 간판 공격수 로드리고 모레노를 영입했습니다. 이전 최고 이적료 지출은 2000년 퍼디난드와 계약하며 쓴 1800만 파운드(284억 원)였습니다. 프라이부르크에서 뛰던 독일 대표팀 센터백 로빈 코흐도 1300만 유로(183억 원)에 품었습니다. 토트넘에서 얀 베르통언의 대체자로 염두했던 후보 중 한 명입니다.

공격 전 포지션에 뛸 수 있는 베테랑 로드리고와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소화할 수 있는 코흐가 공수 중심을 잡을 전망입니다. 두 사람은 스리백과 포백을 혼용하는 비엘사 체제에서 리즈의 잔류를 이끌 핵심으로 지목됩니다.

리즈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심산입니다. 지난 시즌 울버햄튼에서 임대돼 좋은 활약을 펼친 윙어 엘데우 코스타를 완전 영입했습니다. 나아가 수비 유망주 요스코 그바르디올(디나모 자그레브),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중앙 미드필더 로드리고 데 파울(우디네세)까지 노리고 있습니다. 공격부터 수비까지 전방위적 보강 행보로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리즈가 명장 비엘사 감독과 함께 제2 '리즈 시절'을 구축할 수 있을지는 새 시즌 EPL 최대 관전포인트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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