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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택 감동의 고별식, 직접 만들어가는 존중 문화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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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택 감동의 고별식, 직접 만들어가는 존중 문화 [SQ초점]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9.09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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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성대한 은퇴 투어는 아니었지만 레전드를 존중하는 마음만큼은 충분히 전달됐다. KIA 타이거즈 선수단이 LG 트윈스 박용택(41)을 생각하는 마음이 적지 않은감동을 자아냈다.

KIA는 8일 LG와 홈경기를 앞두고 19년 프로 생활을 정리하는 박용택의 고별식을 마련했다. 팀은 다르지만 프로야구에 족적을 남긴 그의 마지막을 장식해주겠다는 선수단의 마음이었다.

무관중 경기가 이어지는 도중이라 팬들과 함께 할 수 없기에 더욱 값지게 느껴진 순간이었다.

LG 트윈스 박용택(가운데)이 8일 KIA 타이거즈 선수단이 마련한 고별식에서 KIA 맷 윌리엄스 감독(왼쪽), 주장 양현종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KIA 타이거즈에선 ‘굿바이 박용택! 제 2의 인생을 응원한다’는 문구를 전광판에 띄우며 경기 전 작은 행사를 마련했다.

맷 윌리엄스 감독과 양현종이 박용택에게 꽃을 전달했고 선수단 전원이 나와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선수단에서 구단에 건의를 해서 이뤄지게 됐고 구단은 다르지만 프로야구상에 업적을 쌓은 레전드를 향한 존중을 보이며 감동을 자아냈다.

당초 프로야구선수협회는 박용택을 위해 은퇴 투어를 마련할 예정이었다. KBO 차원에서 진행한 이승엽 때와는 달리 선수협에서 준비해 진행하는 이호준 때와 같은 방식이 예상됐다.

양 팀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로 나와 박용택(가운데)과 함께 기념 촬영을 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팬들의 반대가 거셌다. 팬들은 이승엽 때와 같은 성대한 은퇴 투어를 생각했다. 홈팀이라면 모를까 타 구장에서 다른 팀 선수를 위해 행사를 마련한다는 게 영 탐탁지 않았다.

더불어 박용택이 그만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 선수인가에 대한 찬반 대결까지 펼쳐졌다. 결국 박용택은 정중히 사양했다.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하지 않는 게 맞다는 것이었다.

통산 19시즌을 뛰고 있는 박용택은 타율 0.308 2492안타 213홈런 1185타점을 기록한 레전드다. 특히 안타는 프로야구 역대 최다 기록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만큼 오랫동안 꾸준한 성적을 내온 것이라는 방증이다.

KBO 차원이 아닌 선수협에서 계획한 은퇴 투어가 무산된 것은 아쉬웠다. 그렇다면 앞으로 은퇴 투어를 치를 선수가 몇이나 나오게 될지도 의문이었다.

19년 동안 3할 타율은 지키고 역대 최다안타 기록을 갈아치운 박용택은 팬들의 반대로 은퇴 투어가 무산됐지만 각 구단 선수단에서 준비한 작은 고별식을 통해 마지막을 장식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팬들의 반대가 단지 성적 때문만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2009년 시즌 최종전에 나서지 않았고 당시 팀에선 롯데 홍성흔을 상대로 팀에선 고의볼넷을 내주며 박용택의 타격왕 타이틀을 챙겨줘 ‘졸렬택’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이로 인한 만들어진 안티 팬들의 반대도 거셌던 게 은퇴 투어 무산에 영향을 미쳤다는 반응도 나온다.

박용택으로선 20년 가까운 커리어에서 ‘흑역사’로 기억될 만한 순간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결코 그가 걸어온 여정 전체를 무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박용택의 커리어는 그대로 충분히 인정을 받을 만한 것들이다.

그런 면에서 먼저 나서 박용택의 마지막을 배웅한 KIA 선수단의 고별식은 더욱 감동적이었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고 함께 마지막을 맞아줄 관중도 없었지만 박용택을 향한 마음만큼은 충분히 전달됐다.

선수협, KBO 차원에서 이뤄진 게 아님에도 선수단 스스로 나섰다는 것도 의미 있다.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멋지게 마지막을 장식하는 스타에 대한 예우를 안 좋게 볼 이유가 없다. KIA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다른 구단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관심이다. 공식 은퇴 투어는 무산됐지만 박용택을 향한 선수단만의 작은 고별식 행사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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