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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餘滴)] 일본 규모 6.6 강진, 그렇다면 한반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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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餘滴)] 일본 규모 6.6 강진, 그렇다면 한반도는?
  • 류수근 기자
  • 승인 2015.05.13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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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대비, 교육과 훈련의 필요성

[스포츠Q 류수근 기자] “아직 새벽인데 누가 날 깨워?”

일본에서 정주하며 취재하던 2001년쯤의 기억입니다. 새벽 녘에 갑자기 누가 나를 깨웠습니다. 아직 잠기운이 남아 있던 저는 옆을 손으로 툭 치며 짜증섞인 목소리로 이같이 내뱉으며 두꺼운 눈꺼풀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방에는 여전히 혼자였고 다다미 바닥이 불규칙하게 흔들렸습니다.

벌떡 일어난 나는 반사적으로 베개를 머리 위에 덮어 쓴 채 후다닥 철제문을 열어젖혔습니다. 하지만 잠시 흔들리던 건물은 다행히 곧 고요해졌습니다.

TV를 틀자 일본 공영방송인 NHK에서 지진 속보방송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머물던 지역에서 꽤 먼 곳에서 진도 4의 지진이 관측됐고 “쓰나미 우려는 없다”는 방송이었습니다. 제가 머문 곳의 일본 지진 진도는 3이라고 했습니다.

이게 ‘진도 3’이라고? 순간 얼굴에 식은 땀이 흐르고 온몸에 기운이 쭉 빠졌습니다. 일본에서 난생 처음 겪은  지진 경험이었습니다. 13일 일본에서 발생한 규모 6.6 강진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피부로 절감하는 기회였습니다.

▲ 우리 주변에는 지진에 취약한 곳들이 널려 있다. [사진= 스포츠Q DB]

일본은 지형과 지질학적으로 세계에서도 크고 작은 지진이 많이 일어나기로 유명합니다.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유감 지진’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일본 열도 곳곳에서 일어나기도 합니다. 1995년 고베 대지진 때는 6천명이 넘는 생명들이 희생당했고, 2011년 동 일본 지진 때는 쓰나미로 2만여 명의 소중한 목숨들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요즘 전세계가 지진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많은 생명을 앗아간 네팔 대지진은 제대로 수습할 시간도 없이 계속되는 여진에 현지인들은 망연자실하고 있고, 오늘(13일) 아침에는 일본 동일본 지역 근해에서의 규모 6.6 강진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아직 별다른 지진 피해가 없다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한국은 지진에서 자유로울까요?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규모 2.0 이상 지진 발생 횟수가 50여 회 가까웠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우리나라도 지진 위험국이 아닐까요? 지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땅은 지구상에서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그렇다면 지진에 대한 대비는 어떨까요? 아직 지진과 관련한 전 국민 대상 교육이나 정확한 매뉴얼을 제정하고 각 가정에 배포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당연히 일반인들은 지진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자세히 알 리가 없습니다.

일본에서 몇 년간 머물면서 느낀 점은 ‘철저한 대비만이 지진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일본 주재를 위해 현지 동사무소에 들러 신고할 때 맨처음 받았던 자료는 바로 지진 대비 요령이었습니다.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간략하게 만들어진 매뉴얼과 자세한 설명이 담긴 자료였습니다.

그 자료들을 받아들고 동사무소를 나오면서 ‘지진 대국’과 ‘준비성’에 실감했습니다. 그리고 NHK를 통해 지진발생과 동시에 전광석화처럼 이뤄지는 전국 생중계 속보 체제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유치원부터 의자나 책상아래에 숨거나 헬멧을 갖춰쓰고 총총히 대피하는 일본 사람들의 훈련 모습을 보며 ‘철저함’에 놀라곤 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틈틈이 매뉴얼을 보고 혼자서 연습하곤 했죠.

“지진이 발생하면 우선 낙하물에 주의하고, 문을 개방해 대피로를 확보하고...” 등의 내용이었습니다. ‘진도’ ‘리히터 규모’ ‘마그니튜드’ ‘진앙지’ 같은 용어는 물론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몇 OO배의 위력’ 같은 말에 익숙해졌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지진을 강건너 불 보듯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남의 얘기처럼 여기고 있는 거죠. 하지만 지진이 어디에서 일어날지는 신들만이 아는 영역이 아닐까요?

물론 우리나라도 각종 언론에서 위험성을 지적하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네팔 대지진을 보며 철근 콘크리트가 들어가 있지 않은 일반 벽돌집의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합니다. 내진 설계의 중요성도 강조합니다.

하지만 정책 당국자들이 지진 위험성에 우선 순위를 그다지 높이 두고 있지 않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의 지진에 대한 의식은 희미하다 못해 무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인명을 앗아간 대형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터지는 총체적 비리에 온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사고가 나면, 그동안 '이 것만은 괜찮겠지'라고 믿었던 것들도 그 속은 썩어 문들어져 있었다는 사실에 허탈해지곤 합니다.

지진을 위한 대비는 그래서 더 완벽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서둘러서 제도를 정비하고 허술한 곳이 없는지 세밀하게 점검해야 합니다. 주저리주저리 엮어 책장 속에 처박아 두게 만드는 전시용 두툼한 책자가 아니라 현실에서 당장 쓸 수 있는 실용적인 매뉴얼도 만들고 대국민 교육도 체계적으로 실시해야 합니다.

일본 지진, 네팔 대지진은 무관심한 우리에게 경고장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philip@spor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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