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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희 승부조작 반성 그리고 허재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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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희 승부조작 반성 그리고 허재의 속내
  • 민기홍 기자
  • 승인 2020.09.1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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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프로농구 레전드 강동희(54) 전 감독이 방송에 출연해 화제다. 과거 기아자동차 소속으로 농구대잔치 중흥기를 쌍끌이했던 절친한 형 허재(55)가 은둔하던 후배를 양지로 끌어냈다.

강동희는 10일 밤 방영된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인터뷰게임’에서 승부조작으로 얼룩진 과거를 돌아보며 주변인들에게 사죄했다. “제가 지켜주지 못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뒤늦게나마 용서를 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많은 사람들 앞에 제가 다시 서는 걸 상상 못해봤다. 계속 저는 그냥 죄송스런 마음으로 이렇게 살아가야 하는 마음이었기 때문에 더 두려웠던 게 사실”이라고 어렵게 말을 뗐다.

마이크를 잡고 주변인들에게 미안함을 전하는 강동희 전 감독. [사진=SBS '인터뷰게임' 캡처]

 

송도고, 중앙대 출신 강동희는 농구대잔치에서 신인상(1987), 최우수선수(MVP) 1회(1993), 베스트5‧도움왕 각 6회(1991~1993,1995~1997), 스틸왕 3회(1995~1997)를 프로농구에서 정규리그 MVP 1회(1997), 베스트5 6회(1997~2001,2003)를 차지한 ‘코트의 마법사’였다. 은퇴 후에도 감독상(2012)을 받는 등 선수‧지도자로 승승장구한 국보급 포인트가드였다. 농구를 전혀 모르는 한국인도 허재와 강동희는 안다고 했을 만큼 슈퍼스타였다.

2013년 9월 승부조작이 발각돼 농구계에서 영구제명됐다. 10개월 실형도 선고받았다. 원주 동부(현 DB) 지휘봉을 잡고 있던 2011년 2월이 참사의 시작이었다. 그는 “저희는 순위가 다 결정이 됐고 플레이오프를 준비하는 시점이었다”며 “오래된 후배한테 전화가 와서 ‘남은 경기는 어떻게 하냐’고 물었다. 언론에 제가 다 공표를 했기 때문에 ‘비주전이 나간다’ 이야기했고 고마움이라면서 어느 날 돈을 저한테 주고 갔다. 제가 그 유혹을 못 벗어났다. 받았으면 안 되는데, 받은 게 모든 일의 시작이자 핵심이었다. 큰 잘못을 한 것”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인터뷰를 제안한 건 최근 예능인으로 자리매김한 허재였다. 그는 “걱정이 된다고 그럴까. 형으로서 너무나 답답하다”며 “동희가 모자 쓰고, 마스크 쓰고 한 4~5년은 그러고 다닌 것 같다. 모든 걸 털어놓고 같이 인터뷰를 하면, 대화를 한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음속에 있는 사람들이 많으니, 미안한 마음을 주위 분들한테 찾아가 ‘제가 정말 잘못했습니다’ 이야기 했으면 좋겠다”고 대인기피증을 겪는 강동희를 독려했다.

2016년 8월 야구선수를 상대로 부정방지 교육에 나선 강동희. [사진=연합뉴스]

 

강동희는 “돌아보면 사람들한테 마음만 있지 ‘한번이라도 표현을 해본 적 있냐’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정작 미안함을 나타낸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며 “많은 고민 끝에 이번 기회에 한 번 조금이나 전달하고자 방송에 나오게 됐다”고 응답했다.

그는 마이크를 들고 어머니와 아내를 찾았다.

강동희를 홀로 키운 어머니는 승부조작 사건을 돌이키며 “말도 할 수 없었다. 항상 말은 안 해도 너를 보면 가슴이 미어질라 했다”며 “그때부터는 다른 사람이 농구하는 것도 보기 싫어하고 어떤 팀이 이기고 지는지도 모르고 지금까지 살아왔다”고 울먹여 먹먹함을 자아냈다.

아내는 “승부조작이란 건 상상도 못했다. 오빠는 어떻게 될까. 우리 애들은? 나는? 그때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팠다”며 “그게 우리의 인생이 다는 아니니까 원망하지 않지만 오빠가 항상 얘기한 것처럼 애들의 안위를 항상 걱정했으니까”라고 돌아봤다.

강동희의 두 아들 강성욱과 강민수는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농구를 하고 있다. 장남 강성욱은 지난해 KBL 유스 엘리트 캠프에서 중등부 MVP를 거머쥘 정도로 기량이 출중하다. 몇 년 후면 허재(허웅‧허훈), 김유택(최진수‧김진영), 강동희(강성욱‧강민수)까지 ‘허동택 트리오’의 2세를 한꺼번에 프로농구 코트에서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2012년 1월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이벤트 매치. 허재(왼쪽부터), 강동희, 김유택 트리오. [사진=연합뉴스]

 

강동희는 “저는 농구장에서 좀 많이 멀어지고 싶었다. 관두게 하고 싶었는데 마음대로 안 되더라. ‘왜 내 꿈을 아빠가 막느냐’는 말에 졌다”며 “제가 응원갈 수도 없는 상황이고 주변에서는 ‘그래도 체육관에 가서 아빠가 와 있는 게 어떠냐’ 해도 용기가 나지 않더라. 농구인이나 체육관 사람을 만날 용기가 안 났기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한 순간의 실수로 수년간 쌓은 명예를 날린 전설 강동희. 무관용 영구 퇴출이 마땅한 승부조작을 저질러 프로 현장으로 돌아오기는 힘든 게 엄연한 현실이다. 그 역시 “평생 갚을 수 없는 마음의 빚이 있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2016년에는 한국프로스포츠협회가 진행한 부정방지 교육에 강사로 참여해 받은 전액을 기부했고 유소년 육성에 힘을 쏟는 등 속죄의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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