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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뚝이' 이승우, '비웃어라' 진짜를 보여주리! [SQ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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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뚝이' 이승우, '비웃어라' 진짜를 보여주리! [SQ인물]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9.14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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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후전드’, ‘불백’ 등. 이승우(22·신트트라위던)를 향한 비아냥의 표현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웠다. 축구계에서도 기대주의 몰락이라고 여기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이승우가 일어섰다. 이승우는 14일(한국시간) 벨기에 신트트라위던 스타이언에서 열린 앤트워프와 2020~2021 벨기에 주필러리그 5라운드 홈경기에서 선발로 풀타임 활약하며 2골을 몰아쳤다.

성인 무대에 승격한 뒤 단연 최고의 활약이다. 단순히 골 자체보다는 이승우의 밝은 미래를 암시하는 듯해 더욱 의미가 깊었다.

신트트라위던 이승우가 14일 2020~2021 벨기에 주필러리그 5라운드 홈경기에서 앤트워프를 상대로 멀티골을 작성했다. [사진=신트트라위던 홈페이지 캡처]

 

◆ 긴 오욕의 시간, 무너지지 않았기에

이승우는 백승호(다름슈타트), 장결희 등과 함께 바르셀로나가 손꼽는 세계적 명문 바르셀로나 꼽는 최고 유망주였다. 특히 이승우를 향한 관심은 남달랐다. ‘코리안 메시’라는 말이 괜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가 유소년 해외 이적 금지 조항을 어겼다는 이유로 국제축구연맹(FIFA)의 징계를 받으면서 이승우는 팀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 경기 출전은 물론이고 훈련에도 참여할 수 없었다. 이승우의 성장이 멈췄다.

반면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는 ‘훨훨’ 날며 완만해진 상승세와 달리 그를 향한 기대감은 자꾸만 커져갔다. 3년을 허송세월한 이승우는 바르셀로나가 이전에 기대하던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했다. 당연한 이치였다. 바르셀로나B팀에서 기회를 충분히 얻지 못한 채 이탈리아 세리에A 승격팀 헬라스 베로나로 자리를 옮겼다.

세리에A서 잔류가 최우선인 베로나를 이끄는 감독과 이승우 사이의 이해관계가 맞지 않았다. 어떻게든 버티며 비기거나 행운의 승리를 기대해야 하는 베로나에서 전진성은 뛰어나지만 쉽사리 몸싸움을 버텨내지 못하는 이승우는 많은 기회를 받지 못했다.

지난 시즌만 해도 대부분을 벤치에서 보내야 했던 이승우는 일부 누리꾼들의 악의적인 비아냥을 견뎌내야 했다. [사진=신트트라위던 홈페이지 캡처]

 

팬들은 바르셀로나 유스팀 후베닐의 레전드라며 ‘후전드’라고 조소를 보냈다. 베로나가 강등된 뒤에야 주축으로 자리 잡으며 상승세를 탄 이승우는 벨기에 신트트라위던으로 거액의 이적료와 함께 자리를 옮겼다. 당연히 이승우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럼에도 납득할 수 없는 벤치 신세를 보내야 했다. 이승우의 에이전트 역할을 맡았던 그의 친형 이승준이 “KING IS BACK(왕이 돌아왔다)”고 한 걸 두고는 일부 누리꾼이 ‘킹 이즈 불백’이라고 쓴 말이 화제가 됐다. 은퇴 후 돼지불백집이나 하고 있을 것이라는 비아냥이 그를 놀리는 하나의 문화가 된 것.

이승우는 이 같은 표현을 알고 있었다. 대표팀에서도, 인터뷰에서도, 유튜브 방송 등에서도 과거 당당했던 태도와 달리 조심스러워 하는 게 느껴졌다. 실력으로 보여주는 수밖엔 없었다.

◆ 이 악문 이승우, 진짜는 지금부터

올 시즌을 앞두고 근력 강화에 많은 힘을 썼다. 뛰어난 발재간과 패스 센스 등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몸으로 버티는 게 중요했다. 엄청난 체력 관리로 대표되며 최근 현역으로 복귀한 조원희(수원FC)에게 집중 과외를 받았다.

프리시즌 그 효과가 나타났다. 처음엔 주로 교체 출전했고 그마저도 잘 살리지 못했다. 교체 출전해 연이어 경고를 받아 퇴장을 당하며 현지에서도 비판이 일었다.

이적 13개월 만에 데뷔골을 멀티골로 장식한 이승우는 꾸준한 활약을 펼쳐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사진=신트트라위던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서서히 보여줬다. 친선경기에서 페널티킥 골을 넣었고 몸싸움에도 쉽사리 밀리지 않았다. 개막전에 교체로 출전했고 결승골의 기점이 되기도 했다. 점점 비중이 높아졌고 선발로 나서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날 앤트워프전은 앞으로 이승우의 장밋빛 미래를 보여주는 듯한 더할 나위 없는 경기였다.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장한 이승우는 시작한지 1분도 지나지 않아 왼쪽으로 침투하며 파쿤도 콜리디오의 패스를 받아 구석을 노리는 정확한 왼발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지난해 8월 신트트라위던 이적 후 13개월 만에 터뜨린 리그 첫 골이다.

전반 16분엔 문전 경합 상황에서 흘러나온 공을 잡아 페널티 박스 왼편에서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멀티골을 작성했다. 팀이 진 게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이승우의 플레이엔 나무랄 곳이 없었다.

현지에서도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벨기에 매체 넷 벨랑 판림뷔르흐는 “침착하게 선제골을 넣었고 골키퍼 실수에 멀티골까지 작성했다. 자칫 해트트릭까지 달성할 뻔 했다. 오늘의 선수”라며 평점 8을 부여했다.

고개를 숙일지언정 어떠한 시련에도 무너지지 않았던 이승우는 다시 기지개를 활짝 켜고 있다. 긴 기다림 끝 나온 달콤한 골이 밝은 미래를 향한 첫 걸음이 될 수 있을까. 진짜는 지금부터다. 이제 진짜를 보여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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