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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인' 비엘사의 화끈한 EPL 데뷔, '비엘시즘'은 리즈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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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인' 비엘사의 화끈한 EPL 데뷔, '비엘시즘'은 리즈에서 계속된다
  • 신동훈 명예기자
  • 승인 2020.09.15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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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신동훈 명예기자] '광인' 마르셀로 비엘사(65·아르헨티나) 감독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감독으로 데뷔했다. 패했지만 '디펜딩 챔피언' 리버풀을 상대로 '비엘시즘'을 완벽히 구현하며 안필드를 뒤흔들었다. 

비엘사 감독이 이끄는 리즈 유나이티드는 2019~2020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우승을 차지하며 EPL에 합류했다. 이후 지난 13일 지난 시즌 우승팀 리버풀을 상대로 16년 만의 EPL 복귀 경기를 치렀다

리즈는 비엘사 감독의 지휘 아래 엄청난 강도의 전진 압박과 역동적 스위칭 공격으로 리버풀 수비를 혼란으로 빠뜨렸다. 결과는 3-4 패배였지만 경기력 면에서는 찬사를 받을 만했다. 

13일(한국 시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라운드에서 리버풀을 상대하는 리즈의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 [사진=연합뉴스]
13일(한국 시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라운드에서 리버풀을 상대하는 리즈의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 [사진=연합뉴스]

◆ 비엘시즘이란?

경기를 관통한 키워드는 비엘사 감독의 이름에서 따온 전술인 '비엘시즘'이다. 비엘시즘은 1998년 비엘사 감독이 에스파뇰 감독직을 수행한 이후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고 아르헨티나, 칠레 사령탑을 거쳐 아틀레틱 빌바오 감독직을 맡으면서 제대로 형성됐다. 기본 대형은 4-1-4-1이지만 경기를 자세히 보면 선수들의 움직임은 3-3-3-1 대형을 형성한다. 

수비적이지만 패스 능력이 좋은 미드필더가 핵심이다. 수비수 사이에 들어가 센터백과 다름없는 위치에 있지만 실제론 수비보단 좌우 전환 패스와 직선적인 롱패스 등 전체적인 빌드업을 주도하는 '비엘사 감독의 뇌'라고 칭할 수 있다. 리즈에선 이 선수가 칼빈 필립스(24·잉글랜드)다. 필립스는 리버풀전에서 잭 해리슨의 득점을 돕는 등 챔피언십에서 보인 탁월한 기량을 EPL에서도 과시했다. 

또 비엘시즘을 보자면 선수들의 끊임없는 스위칭이 눈에 띈다. 필립스를 제외한 미드필더진은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위치를 바꿔가며 상대 수비를 흔든다. 수비 시에는 계속해서 압박하며 상대 공격을 방해하는 형식이다. 전체적으로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과 궤가 같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클롭 감독이 중도 성향의 '헤비메탈 축구'라면, 비엘사 감독은 좀 더 진보적이고 과감한 헤비메탈 축구다.

비엘시즘을 '광적인 축구', 비엘사 감독을 '광인(=엘 로꼬)'이라고 칭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엄청나게 세심하고 꼼꼼하며 90분 내내 3-3-3-1 대형, 엄청난 강도의 압박과 전환을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리버풀전에서 이런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경기 내내 리버풀 선수들과 전면전을 펼치며 리버풀보다 더 많은 점유율을 가져오기도 했고, 슛 숫자는 밀렸지만 전체적인 압박과 중원 싸움에선 절대 밀리지 않았다. 

2019~20 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하고 세레머니를 하는 리즈 [사진=연합뉴스]
2019~20 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하고 세레머니를 하는 리즈. [사진=연합뉴스]

◆ 이번에는 다를까?

비엘시즘은 분명한 매력이 있고 강점이 있다. 상대 전력과 상관없이 일관된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고, 선수단 구성이 비엘시즘과 맞는다면 엄청난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다. 리즈는 비엘시즘을 잘 수행하고 이행했기에 챔피언십 우승이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이러한 공격적인 축구가 ‘강팀들이 대거 버티고 있는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먹힐까’ 하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비엘사 감독은 첫 경기만에 의문을 씻어냈다. 

하지만 불안요소도 있다. 일정 이상 성과는 내고, 확실한 매력 포인트가 있지만 그 이상으로는 가지 못했다. 비엘사 감독이 축구 전술사에 한 획을 남긴 감독은 맞지만 유럽 강호들, 혹은 국가대표팀들이 비엘사 감독을 선임하지 않은 데에는 최상위 리그, 최상위권에서 비엘사 감독의 축구는 분명한 불안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확실한 전술을 구축하지만 그 대안이 부족했다. 주전 혹은 주전으로 분류할 수 있는 몇몇 선수들이 다치거나 이적하면 전체 비엘시즘이 무너졌다. 또 선수들과 마찰이 잦았고 비정상적인 돌출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잦았다. 

감독 생활 동안 얻은 트로피도 아르헨티나 국가대표를 이끌 때 2004 아테네 올림픽과 2019~2020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뿐이다. 트로피가 감독의 모든 능력을 대표할 수는 없지만 최상위권에서 우승을 놓고 다투기는 한계점이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리즈의 현실적인 목표는 우승 아닌 생존이다. 하지만 리즈가 가진 전력으로 38경기를 치르며 비엘시즘을 구현하면 어느 시점 한계점이 올 게 분명하다. 주전이 지치고 이적, 부상을 통해 이탈이 생길 경우 비엘시즘 구조가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이전에 비엘사 감독을 봤을 때, 이러한 상황에도 자신이 짜 놓은 전술을 추구했고 성적 부진으로 이어져 팬, 구단 보드진과 갈등 후 팀을 떠나는 상황이 대부분이었다. 

과연 비엘사 감독은 비엘시즘을 한 시즌 내내 성공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까? 잉글랜드 축구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이제 더 나아가 리즈가 어떻게 EPL에서 생존할 수 있을지 비전을 제대로 구축하는 게 더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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