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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초 만에 골을?! 축구 최단시간 골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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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초 만에 골을?! 축구 최단시간 골의 실체
  • 김준철 명예기자
  • 승인 2020.09.15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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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준철 명예기자] 축구에서 빠른 득점은 쉽지 않다. 아무리 뛰어난 공격수라도 경기 시작과 동시에 하프라인 아래 서 있는 11명을 뚫고 골을 넣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보다 빠르고 쉽게 골을 넣어 팬들의 놀라움을 자아낸 선수들이 있다.

포항 스틸러스는 지난 13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2020 하나원큐 K리그1(프로축구 1부) 20라운드 강원FC전에서 3-0 대승을 거뒀다.

포항은 팔라시오스가 33초 만에 선제골을 넣었기에 보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가능했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빠른 공격을 전개한 송민규가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렸고, 일류첸코의 헤더가 골대를 맞고 나왔다. 쇄도하던 팔라시오스가 흘러나온 볼을 가볍게 밀어 넣으며 득점에 성공했다.

지난 13일 강원 전에서 올 시즌 K리그 최단 시간 골을 터뜨린 포항 팔라시오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지난 13일 강원 전에서 올 시즌 K리그 최단 시간 골을 터뜨린 포항 팔라시오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이는 올 시즌 1·2부 통틀어 최단시간 득점이다. 지난 5월 23일 K리그2(2부) 안산 그리너스와 부천FC 간 경기에서 부천 이현일이 전반 56초 만에 득점했지만, 팔라시오스가 이번 라운드에서 경신했다. 

팔라시오스는 골만 빠르게 넣는 선수가 아니다. 지난해 최고 순간 스피드 35.8㎞/h를 기록해 K리그에서 가장 빠른 선수로 꼽혔다. 그리고 올 시즌 FC안양에서 포항으로 유니폼을 갈아입고 빠르게 적응 중이다. ‘스피드 레이서’ 완델손 공백을 메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으나, 장점인 스피드를 앞세워 18경기 5골 3도움을 기록하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 K리그 최단시간 골, ‘11초’ 방승환

팔라시오스 33초 골도 상당히 빨랐지만 이 분야 대선배 격인 선수가 있다. 바로 방승환이다. 그는 2007년 5월 23일 삼성 하우젠컵 조별리그 최종라운드 포항전에서 킥오프 11초 만에 골을 기록하며 1986년 권혁표(한일은행)가 세운 19초 기록을 무려 8초나 앞당겼다. 킥오프 후 포항 김명중의 백패스를 가로챈 그는 페널티아크 정면으로 거침없이 공을 몰고 갔고, 과감한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방승환은 당시 경기 후 인터뷰에서 “솔직히 너무 빨라서 당황스러웠다. 포항 수비가 좋은 패스를 해준 꼴이 됐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데 이어 “11초 만에 골을 기록했는지 몰랐는데 다른 골보다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방승환 벼락골은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데얀의 감각적인 발리슛으로 인천이 2골 차 리드를 잡으며 승리를 눈앞에 뒀지만 경기 종료 2분을 남기고 포항 최효진과 최태욱에게 연속골을 허용해 2-2 무승부를 거뒀다. 선제골도 눈 깜짝할 새였지만, 경기가 동점이 되는데도 순식간이었던 특이한 명승부였다. 

# ‘영원한 리베로’ 무너뜨린 터키 영웅 하칸 쉬퀴르

2002 FIFA 한·일 월드컵 3·4위전에서 10.8초 골을 기록한 터키 쉬퀴르 [사진=연합뉴스]
2002 FIFA 한·일 월드컵 3·4위전에서 10.8초 골을 기록한 터키 쉬퀴르 [사진=연합뉴스]

쉬퀴르는 1987년부터 2007년까지 A매치 112경기에 출전해 51골을 남긴 터키 간판 스트라이커였다. 이는 골키퍼 뤼쉬튀 레츠베르(120경기)에 이은 터키 대표팀 최다출전이자 역대 최다득점 기록이다. 대표팀뿐만 아니라 클럽 경력도 화려했다. 세리에A 인터 밀란 등에서 활약한 그는 자국리그 갈라타사라이에서 13시즌 동안 227골을 터뜨리며 인기를 끌었다.

특히 그는 우리나라 축구 팬들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02 국제축구연맹(FIFA) 한일 월드컵 3·4위전에서 경기 시작 10.8초 만에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의 수비 실수를 가로채 선제골을 넣었다. 이는 역대 월드컵 본선 최단득점 기록이고, 지금도 기네스 세계신기록에 올라있다. 쉬퀴르는 당시 경기에서 공식 맨 오브 더 매치(MOM)에 선정됐다. 터키는 쉬퀴르 활약에 힘입어 한국을 3-2로 꺾고 터키 역사상 월드컵 최고성적인 3위를 차지했다. 

# 레알 마드리드 3연속 16강 수모 안긴 ‘Das Phantom’ 로이 마카이

레알 마드리드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강호다. 지난 2017~2018시즌까지 총 11회 우승으로 역대 최다우승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들도 암흑기가 있었다. 2004~2005시즌부터 2009~2010시즌까지 6년 연속 16강에 그치며 자존심을 구겼다. 앞선 2년간 8강 진출 고배를 마신 레알 마드리드는 2006~2007시즌을 앞두고 반 니스텔루이, 파비오 칸나바로, 라사나 디아라 등을 영입하며 UCL 우승 도전에 강한 의지를 다졌다.

그러나 바이에른 뮌헨 로이 마카이에 의해 레알 마드리드 야심찬 꿈은 산산조각 났다. 16강 2차전 킥오프 후 호베르투 카를로스가 놓친 공을 가로챈 하산 살리하미지치가 마카이에게 패스했고, 마카이는 이를 페널티 에어리어 중앙에서 받아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출렁였다. 공식 기록은 10.12초. UCL 역사상 가장 빠른 시간에 득점한 선수가 됐다. 뮌헨은 마카이의 이른 선제골에 힘입어 레알을 2-1로 꺾었고 원정 다득점 원칙(1차전 2-3 패)으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현역 시절 마카이는 전형적인 스트라이커였다. 188㎝ 신장에 탄탄한 체구로 수비수와 경합에서 좀처럼 밀리지 않았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상대를 힘으로 누르고 득점하는 경우가 많았고, 헤더 골도 다수 넣었다. 뮌헨 시절에는 위치선정이 뛰어나 갑자기 어디에선가 나타나 골을 넣는다고 해서 ‘다스 판톰(Das Phantom·유령)’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의 플레이 스타일로 미뤄보면 10.12초 만에 넣은 골도 납득이 간다.

# 킥오프 휘슬 울리고 꽝, 마크 버로스 ‘2.5초’ 골

버로스는 경기 시작 2.5초 만에 골을 넣어 세계 최단 시간 골을 기록했다. [사진=BBC 캡쳐]
버로스는 경기 시작 2.5초 만에 골을 넣어 세계 최단 시간 골을 기록했다. [사진=BBC 캡쳐]

축구에서 2초라는 시간은 찰나의 시간이다. 그렇기에 2초 안에 골을 넣는 건 쉽게 상상할 수도 없다. 하프라인에서 골대까지 거리가 50m 이상임을 고려하면 시속 100㎞ 속도로 공이 날아간다고 해도 약 1.8초 이상 소요된다. 따라서 2.5초 만에 골을 터뜨렸다는 것은 킥오프 패스를 받자마자 슛을 시도해 성공하는 단 하나의 경우의 수밖에 없다.

하지만 2004년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이 벌어졌다. 잉글랜드 아마추어리그 코에스스포츠 소속 버로스가 이스트레이 리저브스와 경기에서 시작 2.5초 만에 첫 골을 넣었다. 잉글랜드 축구협회(FA)가 심판 경기 보고서를 검토한 뒤 이를 세계 최단시간 골로 인정했다.

FA는 “2.5초가 골을 넣기에 충분한 시간이 아닐 수 있겠으나 예외적으로 강한 바람이 불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버로스 종전 기록은 1998년 아르헨티나 리오네그로 소속 올리베라가 소리아노와 경기에서 작성한 2.8초였다.

기네스북 역대 최단시간 골은 2009년 사우디아라비아 컵대회에서 2초 만에 터뜨린 알 힐랄 공격수 나와프 알 아베드가 갖고 있다. 그러나 부정선수 의혹으로 무효경기가 되면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 기록을 제외하면 버로스 2.5초 골이 기네스가 공인한 최단시간 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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