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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크 팀-즈베레프, '빅3' 도장깨기는 이제 진짜 [남자테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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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크 팀-즈베레프, '빅3' 도장깨기는 이제 진짜 [남자테니스]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9.15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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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세계랭킹 3위 도미니크 팀(27·오스트리아)이 마침내 남자프로테니스(ATP) ‘빅3’ 아성을 깨고 메이저대회를 제패했다. 14일(한국시간) US오픈에서 우승하며 남자단식 차세대 20대 기수 중 가장 먼저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18, 2019년 프랑스오픈, 올해 호주오픈 결승에 올랐지만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 노박 조코비치(1위·세르비아)에 져 준우승에 그쳤던 그가 3전 4기 끝에 감격을 맛봤다.

팀에 맞서 결승전 코트에 선 건 23세 알렉산더 즈베레프(7위·독일)였으니 낯선 광경이었다. 조코비치와 나달, 로저 페더러(4위·스위스)까지 30대 베테랑을 일컫는 빅3는 지난 2017년 호주오픈을 시작으로 13개 대회 연속 메이저 우승트로피를 나눠 가지며 천하를 삼분했다.

빅3가 한 명도 없는 메이저 8강 대진표는 무려 16년 만이었다. 빅3 부재 속에 차세대 주자들이 그 바통을 이어받을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에 저마다 동기부여가 대단했던 이번 대회였다.

도미니크 팀이 US오픈에서 우승하며 남자 20대 현역 중 가장 먼저 메이저대회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페더러는 무릎 부상으로, 나달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이번 대회 불참했고, 조코비치는 4회전(16강)에서 어이없이 실격 당했다.

2011년 데뷔했으니 메이저 우승까지 꼬박 10년이 걸렸다. 팀은 극적인 역전승을 따낸 뒤 코트에 드러누워 기쁨을 만끽했다. 

1세트 첫 서브 성공률이 37%에 그칠 만큼 출발은 불안했다. 하지만 3세트 들어 체력 저하 탓인지 즈베레프의 샷이 무뎌졌고, 팀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반격에 성공했다. US오픈 결승에서 첫 두 세트를 내준 뒤 뒤집은 건 1949년 판초 곤잘레스(미국) 이후 무려 71년만이다. 그만큼 어려운 과정을 거쳐 정상에 섰다.

팀은 이번 대회 16강부터 20대 젊은 유망주들을 연파하며 차세대 기수답게 승승장구했다. 16강에서 20세 펠릭스 오제 알리아심(21위·캐나다), 8강에서 21세 알렉스 드미노어(28위·호주), 4강에서 지난해 US오픈 준우승자 24세 다닐 메드베데프(5위·러시아)를 차례로 제압했다.

3전 4기 끝에 메이저에서 우승한 팀은 위닝포인트 직후 코트에 누워 승리를 만끽했다. [사진=AFP/연합뉴스] 

키 185㎝에 오른손잡이로 원핸드 백핸드를 구사하는 팀은 즈베레프(198㎝)보다 키가 10㎝ 이상 작고, 서브 최고시속 역시 215㎞로 즈베레프와는 10㎞ 정도 뒤졌다. 190㎝를 훌쩍 넘는 장신들이 즐비한 테니스계에서 체격이나 파워가 압도적인 편은 아니나 코스 공략 등 영리한 테니스를 한다는 평가가 따른다.

그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클레이코트에서만 강한 반쪽짜리 선수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2018년까지 11차례 투어에서 우승했는데 8번이 클레이코트 대회였다. ‘차세대 흙신’이라는 별명 역시 나달이 젊었을 때 클레이코트에서 유독 강했기 때문에 붙은 별명 '흙신'에서 따온 것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 3차례나 하드코트에서 우승(지난 시즌 총 5회 우승)하며 최근 들어 약점을 보완했다는 인상을 강하게 남겼다. 결국 이번 대회에서 그 기대에 제대로 부응했다.

다만 팀은 공이 튀는 속도가 빠른 잔디코트 대회 윔블던에서는 최근 2년 연속 1회전 탈락하며 약한 면모를 보였다. 또 이 대회 전까지 5세트 경기 성적 8승 7패로 상대적으로 뒷심이 부족하다는 점 역시 보완사항으로 꼽힌다. 이번 결승전에서도 5세트 막판 다리 쪽에 불편함을 느끼는 듯한 장면이 눈에 띄었다.

팀은 우승한 뒤 “오늘 승자가 두 명이면 좋겠다. 우리 모두 우승 자격이 있다”는 말로 같은 20대 대표주자 즈베레프를 위로했다. 유명한 ‘코트의 신사’답게 마지막까지 매너를 잃지 않았다.

처음으로 메이저 단식 결승에 진출했던 즈베레프는 통한의 역전패에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AFP/연합뉴스]
치치파스 등 20대 차세대 주자들의 앞으로 활약은 큰 기대를 모은다. [사진=AP/연합뉴스]

이달 말 개막하는 프랑스오픈은 팀이 원래 강했던 클레이코트 대회다. 이번에 불참한 나달과 신구 ‘흙신’ 대결을 벌이게 될지 시선이 쏠린다. 그는 지난해 1000시리즈 인디언웰스오픈에서 페더러, 500시리즈 바르셀로나오픈에선 나달을 꺾고 정상에 섰다. 연말 ATP 파이널스에선 페더러, 조코비치와 같은 조에 편성돼 2연승으로 4강에 진출하는 등 견고한 ‘빅3’ 체제를 허물 일순위가 아닐 수 없다.

처음으로 메이저 결승에 올랐던 즈베레프는 역전패로 분루를 삼켰다. 시상식에서 뜨거운 눈물을 감추지 못한 그는 이번 대회 앞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부모님을 위해 우승을 노렸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도 패했으니 스스로 느낄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즈베레프는 조코비치가 실격으로 탈락하자 “메이저 챔피언들이 전멸한 만큼 지금부터 진짜 재밌는 승부가 벌어질 것 같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ATP 투어에서 11회 우승했지만 메이저와는 인연이 없었는데 또 다시 2%가 부족했다.

이밖에 지난해 ATP 투어 파이널스에 우승한 스테파노스 치치파스(6위·그리스) 역시 팀, 즈베레프와 함께 빅3 바통을 이어받을 대표주자 중 하나다. 메드베데프, 24세 마테오 베레티니(8위·이탈리아), 23세 안드레이 루블레프(14위·러시아)의 성장 역시 기대를 모은다.

이번 대회는 코로나19와 빅3의 불참 및 조기탈락이라는 변수가 많았다. 이번 20대의 반란이 ‘이변’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앞으로 행보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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