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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김도훈-전북 모라이스 감독, '명장'과 '운장' 사이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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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김도훈-전북 모라이스 감독, '명장'과 '운장' 사이 [SQ초점]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9.1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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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울산 현대가 또 절호의 기회를 놓치는 걸까. 15년 만의 정상 탈환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전북 현대와 간격이 다시 좁혀졌다. 남은 6경기 살얼음판 경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울산은 15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하나원큐 K리그1(프로축구 1부) 전북 현대와 21라운드 원정경기에서 1-2로 졌다. 시즌 2패째(14승 5무) 당하며 승점 47에 머물러 전북(승점 45)의 추격을 허용했다. 이겼다면 승점 차를 8로 벌리며 사실상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지만 패하면서 승점 차는 2로 줄었다.

지난 시즌 전북과 마지막 맞대결에서 승리를 챙기지 못한 울산은 37라운드까지 1위였지만 최종라운드에서 포항 스틸러스에 완패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울산으로선 이날 결과 역시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올해 전북에만 2번 모두 졌다. 정신적으로 쫓기게 된 건 당연하다.

김도훈 울산 감독이 들고 나온 전술이 패착이었다는 분석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2000년생 박정인을 야심차게 선발로 최전방에 세웠지만 27분 만에 주니오로 교체했다.

◆ 김도훈 감독의 지나친 모험

김도훈 울산 감독이 내놓은 선발명단은 의아함을 자아냈다.

사실상 챔프결정전에서 최전방을 책임진 건 압도적 득점 선두(23골) 주니오가 아닌 22세 이하(U-22) 자원(2000년생) 박정인이었다. 박정인은 전반 13분 페널티아크 부근에서 수비를 따돌리고 강력한 슛을 때리는 등 번뜩이기도 했지만 1선에서 버텨주는 무게감은 현저히 떨어졌다.

결국 전반 27분 만에 박정인 대신 주니오를 투입하며 교체카드를 허비했다. 주니오가 들어온 뒤 전북 수비진에 부담을 가하며 결정적인 기회가 만들어졌다. 그는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 만회골을 넣기도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 감독은 경기 뒤 “박정인의 침투 능력에 기대를 걸었다”고 설명했는데 결과적으로 아쉬운 선택이었다.

의외의 선택은 또 있었는데, 포백 대신 스리백으로 전환한 것이다. 울산은 리그 최고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라서며 ‘제2 기성용’ 별명을 얻은 원두재를 포어 리베로처럼 활용하는 스리백을 들고나왔는데, 기존에 좋았던 포백 대신 갑작스레 이날 스리백으로 바꾼 게 악효과로 이어졌다.

전북을 상대로 수비 시 파이브백 가까이 밀집해 힘과 높이를 갖춘 전북 원톱 구스타보를 견제하려는 시도였다고 볼 수 있지만 패착이었다. 뜻 밖의 이른 실점 역시 한 몫 했다. 좌우 윙백으로 나선 홍철과 김태환은 골을 위해 공격적으로 전진했고, 자연스레 측면 배후 공간을 내줬다. 측면 수비는 헐거웠고, 전북의 두 골은 모두 윙어 모두 바로우와 한교원의 합작을 통해 나왔다.

김 감독은 “준비 과정에서 생각이 너무 많았다”며 전술적 결함을 인정했다. 평소 공수 전반에 걸쳐 폭넓은 로테이션을 가동하고, 다양한 U-22 카드를 활용해온 그가 장고 끝에 악수를 둔 꼴이다.

전북은 측면 공략을 통해 2골을 만들어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모라이스 감독은 선수들에게 승리의 공을 돌렸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모라이스는 ‘덕장’인가 ‘운장’인가 

반면 3경기 동안 승리가 없던 전북은 최근 좋지 않았던 흐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포메이션, 내세울 수 있는 최상의 라인업을 꺼냈다. 베스트일레븐에 U-22 자원은 없었다. K리그에선 U-22 자원을 1명 이상 선발, 1명 이상 벤치에 두지 않으면 교체카드가 1장 준다. 교체카드 감소를 감수하면서까지 선발라인업에 힘을 줬다.

조세 모라이스 전북 감독은 “나는 울산의 강점을 분석해 선수들에게 전달만 했을 뿐, 선수들이 서로 소통하며 대비책을 찾아 나갔다”면서 “선수들이 해낸 승리”라고 공을 돌렸다. 큰 틀만 잡아줬을 뿐 선수들에게 높은 전술적 자유도를 부여했다. 스쿼드에 대한 자신감이자 선수들에 대한 믿음에서 기인했다.

지난 시즌 전북은 37라운드까지 울산에 승점 3 뒤진 2위였다. 홈 최종전에서 반드시 승리하고, 울산이 포항에 패하기를 바라봐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울산이 믿기 힘든 패배를 당한 반면 전북은 안방에서 강원FC를 차분히 잡아내면서 승점은 같지만 다득점에서 앞서 우승할 수 있었다.

지난 시즌 최강희 감독의 지휘봉을 이어받았을 때 ‘조세 무리뉴 감독의 오른팔’로 큰 주목을 받았던 모라이스 감독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에서 탈락하고, 리그에서도 막판까지 2위에 머물며 기대에 못 미쳤다. 하지만 결국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전북의 3연패를 완성했고, K리그1 감독상까지 거머쥐었다. 

올 시즌 역시 지금까지는 흐름이 비슷하다. 2경기만 치렀을 뿐이나 ACL 성적은 1무 1패로 아쉬웠고, 전 포지션에 걸쳐 폭풍 영입행보를 보였음에도 최근 리그 성적이 하락하며 의구심을 자아냈다. 하지만 벼랑에 내몰린 위기 순간 울산을 잡아내며 반등에 성공했다.

양 팀은 K리그1 파이널라운드에서 한 번 더 만난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실질적 결승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에서 격돌할 가능성도 적잖다. 김도훈 감독과 모라이스 감독이 다시 벌일 지략대결에 시선이 쏠린다. 울산과 전북 양 팀의 스쿼드가 너무 좋은 만큼 결과에 따라 두 사령탑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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