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21:53 (목)
컬링연맹-경북체육회 '바람 잘 날 없네' [SQ이슈]
상태바
컬링연맹-경북체육회 '바람 잘 날 없네' [SQ이슈]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9.16 11: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최근 컬링계는 바람 잘 날이 없다. 한국컬링 산실로 자리매김한 경북체육회의 내분 소식이 전해진 지 얼마 되지 않았건만 이번에는 대한컬링경기연맹이 부정채용 등 논란으로 시끄럽다.

14일 대한체육회는 지난 3월부터 5월에 걸쳐 진행한 대한컬링경기연맹에 대한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부정채용 △코리아컬링리그 개최 과정에서의 부적정 행위, △갑질 및 직장내 괴롭힘 등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 3월 SBS가 보도한 내용에 대한 감사가 진행됐고, 경력직 채용 과정이 정당하지 않았음이 밝혀진 것이다. 체육회는 해당 직원의 합격을 취소하고 관련자를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대한컬링경기연맹에 대한 감사 결과 부정채용 등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졌다. [사진=EPA/연합뉴스]

연맹은 A부회장의 고향 후배 B씨의 입사가 유리하도록 공인중개사에게 가산점을 주는 이례적인 조항을 갑자기 추가했다. B씨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다른 후보자를 서류전형에서 아예 탈락시키기까지 했다. 김재홍 전 회장이 면접 심사위원들에게 노골적으로 B씨를 칭찬하는 등 공정성을 훼손한 정황도 있다.

이에 따라 체육회는 연맹에 B씨 합격을 취소하고 채용을 주도한 A부회장을 중징계할 것을 요구했다. 감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 4월 사퇴한 김 전 회장 등 관련자에 대해선 ‘위력에 의한 업무 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체육회는 또 연맹이 코리아컬링리그에 국고보조금을 부정하게 사용한 점, 신임 집행부 인수위원의 직장 내 괴롭힘 등 인권침해가 있었던 점도 지적하며 후속조치를 요구했다.

한편 연맹은 앞서 지난달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임명섭 경북체육회 코치에 1년 자격중지 중징계를 내렸다. 임 코치뿐 아니라 지난해 새로 합류한 안재성 코치와 전재익, 송유진, 성유진 등 경북체육회 믹스더블 컬링 선수들도 주의를 주는 수준의 ‘견책’ 징계를 받았다.

경북체육회 믹스더블 장혜지는 같은 소속인 전재익(왼쪽)-송유진 조가 '부당한 사유로 전국동계체전에 출전했다'는 취지의 진정서를 냈다. [사진=스포츠Q(큐) DB]

지난 7월 경북체육회 믹스더블 장혜지가 연맹에 제출한 진정서가 발단이다. 그는 ‘지난 2월 개최된 전국동계체육대회 컬링 믹스더블에 부당한 이유로 경북체육회 A팀(장혜지-성유진)이 아닌 B팀(송유진-전재익)이 대표로 출전했다’고 주장했다.

조사 결과 임 코치는 국가대표 선발전에 A, B팀 모두 나갈 수 있게 하려고 동계체전에 B팀만 내보냈다. 현 국가대표 장혜지-성유진은 자동으로 선발전에 뛸 수 있지만 송유진-전재익은 여러 대회에서 포인트를 쌓아야만 선발전 참가 자격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코치진과 선수들은 공정위에 출석해 “선수들 모두 합의해 내린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장혜지의 파트너인 성유진도 동의했고, 합의 과정에서 장혜지가 반대 의사를 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부 전문가와 법조인, 타 종목 스포츠인 등으로 구성된 연맹 공정위는 ‘코치가 먼저 제안한 내용을 선수가 거부하기 쉽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직권남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A팀 장혜지가 합의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정당한 경쟁을 거치지 않았기에 스포츠정신에 위배된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임 코치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재심을 청구했다. 컬링연맹이 아닌 대한체육회 공정위가 담당하는 재심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통상 접수 60일 이내 결론이 난다.

임명섭(가운데) 코치와 경북체육회 여자컬링 '팀킴' 등은 모두 "합의한 내용"이라며 징계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장혜지를 제외한 팀킴 등 경북체육회 컬링팀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장혜지도 동의한 사실’이라는 취지의 탄원서를 대한체육회에 제출했다. 2019년 6월 중국투어 대회 당시 믹스더블 한 팀만 출전할 수 있었는데 A팀이 나가는 등 B팀을 편애했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임명섭 코치는 “국가대표였던 A팀은 자동으로 선발전에 참가할 수 있기 때문에 B팀에게도 기회를 주자는 차원에서 다 같이 모여 상의했던 것”이라며 “A팀이 2019년 태극마크를 달 때는 B팀이 훈련 파트너가 돼줬다. A, B팀 함께 노력한 결과인데 이런 사태가 벌어져 안타깝다”고 밝혔다.

임 코치는 경북체육회에서 믹스더블뿐 아니라 여자, 남자팀까지 모두 지도하고 있다. 자격정지 처분이 확정되면 경북체육회 컬링팀 전체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여자컬링 팀킴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은메달 신화 이후 큰 주목을 받았지만 김경두 전 연맹 부회장과 김민정·장반석 감독 등 지도단으로부터 부당대우를 받는 과정 속에서 정상적인 훈련 및 대회 출전에 어려움을 겪었다. 대중에 이 사실이 알려진 뒤 '갑질' 가해자들로부터 벗어난 팀킴이 전열을 재정비하는 데 큰 도움을 준 게 임 코치다. 이후 쭉 팀킴을 지도해왔다.

임명섭 코치가 재심을 청구하면서 징계는 일단 효력이 정지됐다. 지난 7일 시작될 예정이던 컬링 국가대표선발전(한국컬링선수권대회)에 지도자로 참가 신청을 했지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대회가 연기됐다. 경북체육회가 임 코치 없이 선발전을 치를 가능성도 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