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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 마스터' 아길라르 활약, 인천 생존 가능성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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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 마스터' 아길라르 활약, 인천 생존 가능성 높인다
  • 신동훈 명예기자
  • 승인 2020.09.2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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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Q(큐) 신동훈 명예기자] 인천 유나이티드가 울산 현대와 정규라운드 마지막 대결에서 패하며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생존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패스 마스터' 엘리아스 아길라르(28·코스타리카)의 능력을 더욱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인천은 2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울산 현대와 2020 하나원큐 K리그1(프로축구 1부) 21라운드 홈경기를 치렀다. 인천은 아길라르를 최전방에 활용하는 전술로 울산에 대응했다. 아길라르가 기점이 돼 패스를 전개하고 측면에서 빠르게 역습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인천은 전반 25분 주니오에게 실점하며 0-1로 끌려갔다. 인천은 후반 시작과 함께 송시우를 투입하고 수비수 김대중을 최전방 원톱으로 기용하는 과감한 시도도 했지만 득점하지 못하며 결국 패했다.

아쉬운 패배였다. 인천이 울산에 대응하는 접근방식과 경기운영은 훌륭했다. 인천은 5-4-1 대형이 기본 포메이션이었지만, 공격 시 아길라르가 2선 중앙으로 내려와 공을 받고, 순간적으로 우측에 최범경과 김준엽이 동시에 오버래핑해 공격루트를 만들었다. 아길라르는 정확하고 빠른 패스를 연결했고, 슛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이른 시간 실점이 아쉬웠고 여러 차례 유효슛을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한 게 뼈 아팠다.

아길라르는 20일 울산과의 대결에 제로톱으로 출장해 출중한 기량을 보였다 [사진=프로축구연맹]
아길라르는 20일 울산과 대결에 제로톱으로 출장해 출중한 기량을 보였다. [사진=프로축구연맹]

◆ 돌아온 아길라르, 2년 전 모습 보여주다

정규 라운드를 패배로 마무리한 인천이지만 아길라르의 활약은 반가웠다. 2018년 코스타리카 리그 CS 에레디아노로부터 인천으로 임대오며 K리그와 인연을 맺은 아길라르는 인천에서 35경기에 출장해 3골 10도움을 기록했다. 당해 인천이 강등권 경쟁 끝에 시즌 9위를 기록, 겨우 강등을 면했음에도 불구하고 아길라르는 개인 활약을 인정받아 2018시즌 K리그1 베스트일레븐 미드필더 부문에 선정됐다.

아길라르는 인천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제주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 원 소속팀인 CS에레디아노로 돌아간 이후 2019시즌을 앞두고 제와와 계약하며 새롭게 출발했다. 하지만 인천에서의 아길라르는 찾아볼 수 없었다. 부상이 반복되며 제대로 출장 기회를 잡지도 못했고, 경기에 나서도 기대 이하 활약을 펼쳤다.

제주가 12위로 강등되자 아길라르의 거취가 주목을 받았다. 아길라르의 선택은 K리그2(2부)에서 재기를 노리는 것이었으나 새로 부임한 남기일 감독은 아길라르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결국 아길라르는 경기에 나서기 위해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인천 6개월 임대를 선택했다. 10라운드 울산전부터 인천 유니폼을 입은 아길라르는 빠르게 적응해 2년 전 인천 팬들을 들썩이게 만든 활약을 재현했다.

아길라르의 활약은 경기가 치러질수록 좋아졌다. 인천 이적 이후 12경기에 출장(교체 6회, 972분)했고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연맹이 비프로 데이터와 합작해 K리그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는 'K리그 데이터포털'에 따르면 아길라르는 인천 내에서 키패스 1위(15회), 공격 지역 패스 5위(93회), 롱패스 4위(59회), 탈압박 1위(3회) 등 패스 지표 대부분에서 상위권에 올라있다. 아길라르가 여름에 합류한 것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수치다.

아길라르는 인천에 생존을 이끌어줄 핵심 자원이다 [사진=프로축구연맹]
아길라르는 인천에 생존을 이끌어줄 핵심 자원이다 [사진=프로축구연맹]

◆ 생존 위해 아길라르 활용 중요하다

아길라르가 빌드업에서 힘을 보태면서 인천은 더 조직적인 운영이 가능했다. 그동안 수비와 공격이 분리된, 즉 중원이 '삭제'된 팀이었다. 연결고리 역할을 할 이가 없어 오직 윙백에게만 공을 보내 측면 공격을 전개하는 패턴이었다. 전술은 상대에게 쉽게 읽혔고, 결국 경기는 상대방이 장악하고 인천은 수비만 하다가 실점해 패하는 경기 흐름이 이어지며 최하위로 추락하게 됐다.

하지만 아길라르가 들어오며 상황이 바뀌었다. 중원에서 혹은 2선 중앙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패스를 전개했고, 무고사, 지언학을 비롯한 인천 공격진이 살아나 공격력은 살아났다. 아길라르 합류 이전 9경기에서 3골만 기록했지만, 합류 이후 13경기에서 12득점을 기록한 게 이를 증명한다. 단순히 득점력만 오른 게 아니라 공격루트 자체가 다양하게 창출됐다.

조성환 인천 감독은 아길라르의 특성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중원에서 김도혁과 더블 볼란테를 구성해 후방 빌드업과 중원 구심점 구실을 맡길 때도 있고, 2선 중앙에서 프리롤 역할을 부여해 수비 부담을 최소화하고 공격력을 극대화하기도 한다. 아길라르는 지난 울산전엔 제로톱으로 출전했는데, 공을 잡고 2선에 내려와 수비진을 끈 뒤에 측면으로 침투하는 선수에게 빠르게 패스를 연결했다.

이렇듯 아길라르의 다양한 활용은 인천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었다. 조성환 감독도 울산전 경기 후 인터뷰에서 "아길라르의 수비 부담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김도혁과 문지환 같은 수비적인 선수들을 배치했다. 뒤에 선수들이 훌륭하게 뒷받침을 해준다면 아길라르는 더욱 좋은 활약을 할 것이다"고 전했다.

인천은 현재 승점 18(4승 6무 12패)로 최하위다. 승점 21을 기록하고 있는 부산(4승 9무 9패)-수원(5승 6무 11패)과는 3점 차. 파이널B(하위스플릿) 경기에서 인천이 호성적을 거둬야만 잔류의 불씨가 살아날 수 있다. 아길라르의 능력을 더욱 활용해 생존의 활로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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