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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식의 아트&아티스트] 공공예술단체의 존재 이유와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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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식의 아트&아티스트] 공공예술단체의 존재 이유와 역할
  • 스포츠Q
  • 승인 2020.09.2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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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최준식 칼럼니스트] 공공예술단체를 알고 계십니까. 국립발레단, 서울시립교향악단 등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교향악단, 무용단, 합창단, 국악단 등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국가나 지자체 공무원 신분이거나 정부 산하 법인 직원으로 고용돼 예술활동을 수행하는 조직입니다. 공공예술단체는 정부가 운영하는 문화시설에 상주하고 있고 정부지원금, 출연금, 공적자금 등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일종의 공무원 조직, 공기업 등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매년 발행하는 공연예술실태조사(2019)에 따르면 전국에 직업적인 예술단체 3634개가 있습니다. 그 중 공공예술단체는 349개입니다. 공공예술단체 중 국립단체가 14개, 광역공립예술단체가 67개, 기초공립예술단체가 268개입니다. 공공예술단은 전국 예술단체 중 채 1%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영향력은 예술 생태계에서 매우 큽니다. 재정상태를 보더라도 민간예술단체의 연간 재정규모는 5000만 원이 안 되는 경우가 전체의 60%에 이르는 반면, 공공예술단체는 70% 정도가 연간 재정 50억 원이 넘어가고 100억 원 이상도 여러 곳입니다. 역사가 50년이 넘은 곳도 여러 곳입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운영하는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1965년, 서울시무용단은 1974년, 서울시합창단은 1978년에 각각 창단돼 대한민국 공연예술문화를 전승하고 이끌고 있습니다.

 

서울시향은 전문공연장에서의 콘서트 외에도 다양한 공익공연 활동을 통해 서울시민과 호흡하며 시민의 삶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SNS]

 

공공예술단은 예술계에 어떤 존재일까요. 특히 시민 세금이 투여되는 조직이기에 공적 가치를 생각해봐야 할 듯 합니다.

첫째로, 예술의 전승에 지대한 역할을 합니다. 순수예술은 대중예술보다 자생력이 약합니다. 향유자는 많지 않으나 이를 전승하거나 보존하지 않으면 안되는 예술 장르입니다. 국악이 특히 그런 이유죠. 문화예술은 보전해야 할 우리의 문화재일 수 있습니다. 무형문화재 제도가 비슷한 이유이기도 하고 우리 음악을 공부하고 연주하는 이들에게 실력을 향상시키고 활동할 무대를 제공하는 것이 공공예술단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둘째, 예술생태계의 다양성을 위해서도 공공예술단이 필요합니다. 한국의 대중예술음악, 즉 K팝은 경쟁력이 대단합니다. 방탄소년단(BTS)은 빌보드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다양한 우리의 대중예술인들이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음악을 하는 순수예술인들에게 주어진 무대는 좁고 처우는 대중예술인보다 박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문화예술은 특정 장르만으로는 발전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장르가 경쟁하고 협업하고 향유하면서 문화예술의 전체적 가치가 올라갑니다. 경쟁력 있는 우리 K팝도 우리 민족문화의 저력에서 발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의 DNA에는 ‘흥’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민족성은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되어온 것입니다. 우리의 전통문화는 K팝 힘의 원천입니다. 다양성 있는 예술 장르가 융화하고 교류하면서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경쟁력은 계속 이어질 수 있습니다.

 

[사진=국립국악원]
현재 국립국악원은 서울 본원을 비롯하여 남원의 민속국악원, 진도의 남도국악원 그리고 부산국악원에 지역 거점을 두고 전통예술의 온전한 보존과 계승에 힘을 쏟고 있다. [사진=국립국악원 홈페이지]

 

셋째, 예술인들에게 공공예술단은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합니다. 당연히 예술 계승의 관점에서도 우리 국악은 공공예술단에서 다양한 일자리가 창출돼야 합니다. 그렇다면 뮤지컬이나 연극은 어떨까요. 일자리 측면에서 국악보다는 나을 수 있겠으나 일부 상업 공연을 제외하고 자생력 있는 예술단체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상업 뮤지컬에서도 일부 스타 배우만이 엄청난 개런티를 받지만 앙상블 출연자는 적절한 페이를 받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예술인을 위한 안정된 일자리는 많을수록 좋습니다. 일자리가 많아지면 예술계에 진입하고자 하는 예비 예술인들이 많아지고 다양한 경쟁을 통해 예술인의 실력향상을 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공공예술단체가 앞으로 많이 설립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프로축구를 보더라도 여러 시민구단을 통해 2부 리그가 성립되고 축구가 활성화되는 것을 우리는 경험한 바 있습니다. 공공예술단체가 많이 설립될수록 예술생태계는 풍성해지고 예술가의 활동 폭이 넓어지며 대한민국 예술 진흥에 기여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예술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공공예술단이 새로운 노력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시민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공공예술단체는 특정 예술장르나 특정예술인들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예술을 통한 공공 가치를 실현해야 합니다. 시민들의 예술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시민에게 먼저 다가가는 다양한 공연도 추진해야 합니다.

세종문화회관 산하 9개 서울시 예술단은 ‘나눔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문화 소외 계층과 예술을 접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한 찾아가는 공연을 수행해온 바 있습니다. 또한 지자체 전통시장, 자치구 문예회관 등에서 다수의 공연과 협연을 통해 시민 일상에 예술이 뿌리내리는 역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공공예술단체는 시민과 함께 호흡하는 예술사업을 중점적 사명으로 추진해야 된다고 봅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
시민연극교실은 2009년 제1기를 시작으로 올해 11년 째 진행중인 서울시극단의 시민대상 연극 교육 프로그램이다. [사진=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 시계방향으로 2019년 제11기 시민연극교실 포스터, 제11기 수업사진 및 연습사진]

 

둘째, 시민이 예술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예술교육과 생활예술사업에 공공예술단체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합니다. 시민에게 예술을 이해시키고 감상하고 향유하는 방법을 전달하는 것이 예술교육입니다. 예술교육은 예술을 즐기고 표현하는 시민예술가를 양성합니다. 그리고 예술과 함께하는 생활예술을 촉진하게 됩니다.

공공예술단체는 예술교육과 생활예술의 큰 가치를 전파하고 보급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서울시 예술단은 ‘강사단원제’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술단체의 단원이 무대가 아닌 예술교육과 예술현장에 파견돼 강사로서 자신의 예술적 역량을 지도하는 제도입니다. 이것은 공공예술단체의 단원에서 새롭게 부여 받은 사명입니다. 공조직에 소속된 신분이기에 자신의 예술적 역량을 발현시키는 것은 물론 꾸준히 시민과 예술적 호흡도 해야 합니다. 또한 단원과 시민이 만나 협업하며 예술 창작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도 합니다.

셋째, 공공예술단체는 우리 사회 다양한 사회적 주체와 협업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공예술단체는 당연히 예술성 향상에 매진해야 합니다. 하지만 예술성에 매몰되어 고립을 자초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 사회는 요즘 문화예술을 원하는 곳이 많습니다. 그리고 예술은 다양한 분야와 융합돼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합니다. 기업의 문화마케팅이나 시민 참여 문화예술행사에 공공예술단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우리 사회 예술의 가치를 다양하게 전파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최근 국립국악관현악단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덕분에음악회’를 준비했습니다.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위로와 공감의 음악회였습니다. 이외에도 여러 공공예술단체에서 ‘덕분에콘서트’를 지속적으로 준비하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공공예술단체의 존재 이유를 확인해봅니다. 우리 공공예술단은 문화예술로 국가적 위기에 따뜻한 위로를 전달해주는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시민에게 다가가는 공공예술단으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합니다.
 

최준식
- 스포츠Q(큐) 문화 칼럼니스트
- 예술평론가, 서울시 세종문화회관 재직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축제 심의위원
- 한국콘텐츠진흥원 문화콘텐츠 평가위원
- 한국디자인진흥원 우수디자인 심사위원
- 저서 : 세종공연제작안내서(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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