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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희 인터뷰-고우석 인사, 정(情)이 있는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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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희 인터뷰-고우석 인사, 정(情)이 있는 프로야구
  • 민기홍 기자
  • 승인 2020.09.23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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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브룩스 가족을 위해 기도합니다.”

한현희(키움 히어로즈)가 22일 수훈선수 인터뷰가 마무리될 즈음 “할 말이 하나 더 있다”고 자청하며 한 말이다.

프로야구가 ‘동업자 정신’으로 훈훈함을 자아내고 있다.

키움 한현희. [사진=연합뉴스]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키움과 KIA(기아) 타이거즈 간 2020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 팀 간 12차전. 선발투수 양현종을 비롯한 KIA 선수단의 모자‧헬멧‧보호구 등에 흰색 영문 문구가 보였다. 팀 동료 애런 브룩스의 세 살배기 아들 웨스틴의 쾌유를 바라는 의미에서다.

플레이볼 4시간여 전, KIA 구단이 “브룩스가 교통사고를 당한 가족의 간호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며 “브룩스의 아내‧자녀 2명이 탄 차량이 신호위반 차량에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알린 터였다.

6위 KIA에겐 악재도 이런 악재가 없었다.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가 달린 중요한 시점에 평균자책점(방어율) 2위, 다승 공동 5위, 탈삼진 공동 3위를 달린 에이스가 이탈해야 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온 것.

브룩스 아들의 이름을 모자에 새긴 양현종.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김민식의 포수 헬멧과 프로텍터에 브룩스를 응원하는 메시지가 적혀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하지만 KIA는 망설이지 않았다. 관계자는 “브룩스가 가족 옆에 있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브룩스의 가족 모두가 건강에 이상이 없길 바란다”고 특별 휴가를 부여했다.

동료들은 한 마음이 됐다. 양현종 모자와 김민식 포수 헬멧, 김선빈 얼굴 보호구 등에 웨스틴 브룩스가 보였다. 김민식은 프로텍터에 ‘모두 잘 될 거야(ALL IS WELL)'이란 문구도 새겼다.

소식을 들은 브룩스의 아내 휘트니 브룩스 씨는 트위터 계정에 “KIA 타이거즈와 팬들로부터 받은 성원이 놀라울 정도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웨스틴은 계속해서 싸우고 있다. 그의 상태를 조만간 업데이트하겠다. 계속 기도해달라”고 적었다.

상대 키움도 브룩스 가족의 무사를 기원했다. 7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시즌 7승을 거둔 한현희는 방송사 인터뷰를 “브룩스 가족을 위해 기도한다”면서 매듭지었다. 뿐만 아니라 키움 선수단은 격한 세리머니를 자제하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호에게 끝내기 사구를 허용하고 사과 인사를 건네는 고우석. [사진=SPOTV 중계화면 캡처]

 

지난 15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장면이 나왔다. 10회말 2사 만루, LG(엘지) 트윈스 마무리 고우석은 정진호의 옆구리에 공을 던져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마무리투수에겐 최악인 블론세이브를, 그것도 초구 사구로 저질러 짜증이 났을 법 했는데 고우석은 곧바로 짐을 싸지 않았다. 한화 이글스 선수단이 세리머니를 모두 즐길 때까지 기다린 뒤 반대편 더그아웃의 정진호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이후 고우석은 “화가 난 건 화가 난 거고 해야 할 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음을 전하고 싶었고 운 좋게 눈이 마주쳤다”고 말했다. 정진호는 “기분이 안 좋았을 텐데 선배를 예우하려 기다렸다 인사해줘 고맙다”고 화답했다.

고교야구 팀 수 80여개로 10구단이 운영되는 KBO리그다. 그만큼 판이 좁아 한 두 다리만 건너면 서로 아는 선후배가 가득하다. 브룩스를 위한 한현희, 정진호에게 사과한 고우석. 한국 특유의 정(情) 문화가 프로야구에 녹아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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