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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WKBL) 변수, 개막 관전포인트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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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WKBL) 변수, 개막 관전포인트 셋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9.2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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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여자프로농구(WKBL)가 돌아온다. 포스트시즌 진출 팀을 기존 3개 팀에서 4개 팀으로 확대한 건 물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9년 만에 외국인선수 없이 치러지는 만큼 예년과는 색다른 양상 속에 치열한 순위 싸움이 예상된다.

한국여자농구연맹은 28일 서울 영등포구 글래드 여의도 호텔에서 타이틀스폰서 조인식 및 미디어데이를 개최, 새 시즌 개막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오는 10월 10일 지난 시즌 우승팀 아산 우리은행과 타이틀스폰서 청주 KB(국민은행)스타즈의 맞대결로 포문을 열 2020~2021 KB국민은행 리브 엠(Liiv M) WKBL을 관통하는 변화는 크게 3가지다. 변화의 폭이 제법 굵직해 6개 구단 감독과 선수들 모두 "변수가 많다"고 입을 모으며 저마다 동기부여가 상당하다.

28일 여자프로농구(WKBL) 6개 구단 감독과 대표선수들이 새 시즌 출사표를 던졌다. [사진=WKBL 제공]

◆ 외인 빠진 골밑, 박지수 천하?

2007~2008시즌부터 2011~2012시즌까지 5시즌 간 외인 제도를 폐지했던 WKBL은 이후 2012~2013시즌 3라운드부터 다시 외인을 들였다. 국내선수로만 정규리그가 열리는 건 2011~2012시즌 이후 9년만이다.

미디어데이 앞서 WKBL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올 시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 팀은 지난 시즌 조기 종료된 탓에 아쉬운 2위에 머문 KB스타즈다. 팬과 미디어, 선수단을 가리지 않고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 외인을 선발할 때 주로 인사이드에서 활약하는 자원을 뽑아온 반면 올 시즌에는 외인이 전무하다. 한국 여자농구 국가대표팀 주전 센터이자 미국여자프로농구(WNBA)까지 경험한 박지수(196㎝)를 견제할 인물이 마땅찮다.

안덕수 KB스타즈 감독은 “박지수라는 훌륭한 선수가 있어 그런 평가를 받는 것 같다. 박지수를 골밑에 머무르게 하기보다 동료들을 활용하는 플레이를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박지수는 “골밑에서 유리한 장점을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내가 얼마나 똑똑하게 하느냐에 따라 팀이 이기고 지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가대표 센터이자 WNBA까지 경험한 박지수(오른쪽)를 보유한 KB국민은행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라는 평가다. [사진=WKBL 제공]

상대적으로 골밑이 좋은 용인 삼성생명과 부천 하나원큐도 이번 시즌 수혜 구단으로 꼽힌다.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은 “배혜윤과 김한별이 인사이드에서 잘해주고 있지만 40분 내내 뛸 수는 없다. 두 사람이 쉴 때 이를 커버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훈재 하나원큐 감독 역시 “이정현, 양인영 등 ‘빅맨’이 보강됐지만 결국 뛰는 건 1명 내지 2명이다. 최적의 조합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 시즌 속공에 중점을 뒀는데 올해는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디펜딩챔프 우리은행은 전력 약화를 우려했다. 위성우 감독은 “센터가 없다보니 약점이 될 것”이라며 “빅맨이 없는 대신 중간급 선수들이 있다. 조금 걱정되는 건 훈련이 미흡했다는 점이다. 시즌 통해 맞춰 나가다보면 나아질 것”이라 봤다. 위 감독은 우리은행의 정규리그 예상순위를 3위라고 밝히는 등 그 특유의 '엄살'은 올해도 계속됐다.

유영주 부산 BNK 감독은 “한 사람이 아닌 전원이 박스아웃, 리바운드에 참여하는 농구를 하겠다. 높이 대신 활동량으로 커버하기 위해 속도를 내겠다”고 예고했다.

정상일 신한은행 감독 역시 “지난 시즌 잦은 부상과 교체로 외인 덕을 못 봤다. 높이로 따지면 BNK도 신한은행도 낮지만 작으면 작은 대로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의 '엄살'은 올 시즌 미디어데이에서도 계속됐다. [사진=WKBL 제공]

◆ 국내파 잔치+4강 PO, 전력평준화 기대

올 시즌부터 종전보다 1개 팀 늘어난 총 4개 팀이 ‘봄 농구’에 나선다. 정규리그 1위가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하고 2, 3위가 플레이오프(PO)를 벌이는 기존 포스트시즌 방식에서 벗어나 4위까지 진출해 4강 토너먼트가 꾸려진다. 1위와 4위, 2위와 3위가 각각 3전 2선승제로 PO를 치른 후 승자끼리 5전 3선승제 챔피언결정전에 돌입한다.

PO 제도 개편과 외인 부재로 인해 변수가 많아졌다. 자연스레 6개 구단 전력이 다소 평준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훈재 하나원큐 감독은 이에 대해 “전에는 다소 시시했다. 좋은 변화지만 감독들은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정상일 신한은행 감독은 “지난 시즌에는 전력이 온전치 못하다 보니 특정 팀을 상대로 많은 승리를 노렸다. 올 시즌엔 (전력의) 30~40%를 차지하는 외인이 없어 부상이 변수가 될 것 같고, 서로 물고 물리는 재밌는 시즌이 될 것”이라며 “5개 구단 모두가 라이벌이고 도전해야 할 팀이다. 설문에서 많은 분들이 6위를 예상했는데 한 번 붙어보겠다”고 했다.

위성우 감독은 “1위 아니면 큰 의미가 없다”는 말로 달라진 포스트시즌 제도로 인해 정규리그 1위가 갖는 이점이 감소했음을 시사했다.

유영주 BNK 감독은 '전 구단 상대 승리'를 목표로 꼽았다. [사진=WKBL 제공]
지난 시즌 아쉬운 4위로 마친 신한은행도 변수가 많은 올 시즌 플레이오프(PO) 진출을 노린다. [사진=WKBL 제공]

종전 방식에선 2, 3위끼리 PO를 거친 뒤 챔피언결정전에 오르더라도 정규리그 우승팀과 맞대결에서 체력적 열위에 놓여 고전하는 일이 많았다. 실제로 2015~2016시즌부터 2017~2018시즌까지 3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서 정규리그 1위 우리은행이 3연승으로 시리즈를 끝냈고, 2018~2019시즌에도 정규리그 우승팀 청주 KB스타즈가 3연승으로 용인 삼성생명을 제압했다.

유영주 감독은 “확실히 지난 시즌보다 변수가 많이 작용할 것이다. 순위권 승률은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며 “전 구단 상대로 승리하는 게 목표다. 지난 시즌(10승)보다 많이 이기기 위해선 모든 팀들을 꼭 이겨야 한다. 이런 과정이 젊은 선수들에게 큰 배움이자 경험이 될 것이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시즌에는 코로나19로 정규리그도 모두 마치지 못한 채 종료됐다. 지난 시즌 ‘강제 2위’에 머문 KB스타즈는 올 시즌 공공의 적으로 꼽힌다. 올 시즌 타이틀스폰서 자격으로 공식 개막전에 나서는데 우리은행을 상대로 지목했다. 이날 미디어데이에서도 라이벌 의식을 드러냈다.

안덕수 감독은 “좋은 팀으로 봐주셔서 감사하다. 마지막에 우리은행과 챔프전을 치렀으면 하는 마음으로 PO에서 피하고 싶은 팀으로 지목했다”며 “많은 기대를 받는 만큼 상당히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다. 박지수뿐 아니라 외적으로 기량이 좋아진 선수들도 많다. 똘똘 뭉쳐서 팬들에게 실망감 드리지 않게 단단히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위 감독도 “챔프전 갔으면 재밌는 경기를 했을 거라 생각하지만 ‘우승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은 남는다. 올해 역시 우승을 목표로 한다. 지켜야 하는 입장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KB가 우승후보다. 도전자 입장으로 챔프전에서 만나 좋은 경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핸드체킹 규정 강화로 국내 최고 공격력을 갖춘 포워드로 꼽히는 김단비의 활약이 기대를 모은다. [사진=WKBL 제공]

◆ 핸드체킹 룰 강화, ‘공격농구’로 이어질까

WKBL은 이번 시즌부터 공격 위주 농구를 지향하기 위해 공을 갖고 있는 선수에게 과도한 신체 접촉을 가하거나 불필요하게 손을 사용할 경우 기존보다 더 엄격하게 반칙을 적용하기로 했다.

정상일 감독은 “한국 여자농구선수들은 수비에서 발이 많이 느렸다. 유소년 때부터 기능적인 습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손을 많이 사용해왔는데, 관대하게 적용된 점이 있다. (규정 변화에) 선수들이 초반에는 적응을 잘 못했지만 최근에는 많이 적응한 것 같다. 공격적인 면에서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단 가용인원이 많은 팀에서 많은 반칙이 나올 수 있어 선수단 크기가 큰 팀이 유리할 것”이라 내다봤다.

올 시즌 앞서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얻은 뒤 BNK와 재계약하며 최단신(164㎝)으로서 최고연봉(3억 원)자가 된 가드 안혜지는 “팀 자유투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라 예상했다.

WKBL 대표 슈터 강이슬 역시 바뀐 룰을 잘 활용하겠다는 각오다. [사진=WKBL 제공]

국내 여자농구 최고의 슬래셔(slasher)로 불리는 김단비(신한은행)는 “공격만 놓고 봤을 때는 유리한 규정이다. 나는 공격만 해야 하는 선수가 아니라 상대 에이스도 수비를 해야하는 입장인데, 올해는 키가 10㎝ 이상 큰 선수들을 수비해야 해 걱정이 앞선다”면서도 “감독님께서 상대에게 득점을 많이 내주면 규정을 활용해 더 많은 점수를 내라고 주문하셨다”고 밝혔다. 김단비는 통산 5000점까지 단 280점만 남겨놓았고, 올 시즌 금자탑을 쌓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3점슛 66개를 성공하며 부문 1위를 차지한 WKBL 대표 슈터 강이슬은 최연소 3점슛 500개 달성에 도전한다. 그는 “내가 슛이 있기 때문에 수비수들이 좀 더 까다롭게 느낄 거라 생각해 돌파 비중을 높이려고 연습하고 있다”며 바뀐 룰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1994년 4월생인 강이슬은 강아정(KB)이 지난 2017년 27세 6개월 나이로 달성한 기록을 올해 깰 공산이 크다. 3점슛 21개만 추가하면 된다. 

위성우 감독은 “(외인) 없을 때도 해봤다. 장단점은 분명하다. 외인 있을 때는 화려한 농구, 볼거리가 있었다. 없을 때는 국내선수들에게 충분한 동기부여와 기회가 됐다. 아기자기한 맛이 있고, 선수들 성장에도 도움이 된 기억이 있다. 체력적인 문제야 있겠지만 규칙도 개정됐고, 공격적인 농구를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2020~2021시즌 WKBL 정규리그는 2021년 2월 24일까지 진행되며 올스타전은 1월 10일로 예정됐다. 장소는 아직 미정이다. 2021년 2월 27일부터 PO가 시작되고 챔피언결정전 5차전까지 갈 경우 3월 15일 시즌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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