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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정지윤-이다현 '너에게 난, 나에게 넌' [SQ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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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정지윤-이다현 '너에게 난, 나에게 넌' [SQ인터뷰]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09.28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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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프로배구 여자부 수원 현대건설은 지난해 한국배구연맹(KOVO)컵을 제패한 뒤 2019~2020시즌 정규리그도 1위를 달렸다. 통합우승도 충분히 가능했기 때문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인한 V리그 조기종료가 유독 아쉽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올 시즌은 판도가 달라졌다. 인천 흥국생명에 월드클래스 윙 스파이커(레프트) 김연경이 합류하면서 ‘1강’으로 평가받는다. 현대건설은 이달 초 열린 KOVO컵(제천·MG새마을금고컵)에서 흥국생명과 두 번 만나 모두 세트스코어 0-3으로 졌다.  

현대건설은 비시즌 적잖은 변화와 마주했다.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흥국생명)이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얻고 팀을 떠났다. 새 주전 세터 이나연과 호흡을 맞춰야 하고,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대신 레프트 루소를 지명했다.

지난 시즌 국내 최고 미들 블로커(센터) 양효진(31·190㎝)에 직전 시즌 신인왕 정지윤(180㎝)은 물론 신인 이다현(이상 19·185㎝)까지 맹활약하며 ‘센터부자’ 타이틀을 굳힌 현대건설로서는 기존 센터진의 활약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변화가 많은 만큼 중앙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각각 데뷔 2, 3년차를 맞는 이다현과 정지윤은 현대건설뿐 아니라 한국 여자배구의 미래로도 꼽힌다. 두 사람이 선의의 경쟁 속에 보여줄 성장세는 배구 팬들의 즐거움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스포츠Q(큐)에서 두 사람의 지난 시즌을 돌아보고 새 시즌 각오를 들어봤다.

 현대건설의 두 센터 정지윤(왼쪽)과 이다현은 서로에게 의지하고 또 경쟁하며 팀의 현재로 거듭나고 있다. [사진=현대건설 제공]

지난 시즌 현대건설은 최우수선수상(MVP)을 수상한 양효진을 위시로 해 다른 팀보다 막강한 중앙 공격력을 뽐냈다. 팀 블로킹, 속공, 퀵오픈, 시간차공격 등 주요부문 1위에 올랐다는 사실은 현대건설의 중앙 위력을 간접적으로 말해준다.

양효진과 함께 스타팅라인업에 든 건 주로 정지윤이었다. 평균 13.4%의 공격점유율로 경기당 10점씩 냈다. 정지윤은 “(센터부자 타이틀은) 아무래도 (양)효진 언니 등 선배들이 닦아놓은 길이다. (입단 전부터) 센터가 강하고 중요한 팀이었고, 같은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돌아봤다.

올 시즌 현대건설 최대 화두 중 하나는 라이트에 누가 설 것이냐다. 지난 시즌 주로 조커로 기용된 황연주도 있고, 리시브와 볼 처리가 모두 좋은 황민경도 있다. 본래 날개 공격수로 힘이 좋고 과감한 공격이 장점인 정지윤이 라이트로 뛸 것이라 예상하는 이들도 많다. 실제로 이번 KOVO컵에서 정지윤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 궁금증을 낳는다.

정지윤은 “KOVO컵 보름 전까지 측면 공격수로 연습하다 대회 직전 센터로 변경됐다. 사이드를 생각하고 연습을 많이 해왔는데, 우선순위는 센터 쪽에 두게 될 것 같다. 하지만 주포지션이 센터라도 측면 공격수로서 기용될 가능성을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다”고 했다.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은 이른바 '정지윤 국가대표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정지윤은 “감독님께서 장난 식으로 ‘너를 국가대표로 만들어줄게’라고 하셨는데, 바라는 것 없이 열심히 하다보면 좋은 결과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아직 과분하다는 듯 조심스러워했다.

정지윤(오른쪽)은 새 시즌 팀 상황과 경기 내용에 따라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가능성이 높다. [사진=KOVO 제공]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입단한 이다현은 신인왕 정지윤을 위협하는 신인으로 통했다. 정통 센터로서 이동공격과 블로킹에 강점을 보이며 출전 시간을 차츰 늘렸고, 첫 해부터 없어선 안 될 자원으로 성장했다. 후배지만 정지윤에게도 건강한 자극이 된다.

정지윤은 “센터로 봤을 때는 (이다현이) 훨씬 잘하는 것 같다. 다현이를 보면서 블로킹 손 모양이나 스윙, 속공 타이밍 등을 배운다. 또 힘도 좋다. 늘 열심히 하고 배구에 관심도 많은 친구라 배우는 게 많다”고 칭찬했다.

이다현 역시 “(정지윤은) 내게 없어선 안 될 존재다. 지윤 언니 이상으로 배우는 게 많다. 지난 시즌 경기에 함께 들어갈 때가 많았고 고충 같은 걸 나누기 좋았다”고 화답했다.

“기술적인 면에서 (양)효진 언니는 코트를 보는 시야가 좋다. 블로킹 톱이다. 지윤 언니는 항상 공격할 준비가 돼 있고, 어려운 볼도 잘 처리한다. 둘 모두 코트 밖에서 생활하는 거나 자기관리 철저하게 하는 것 보면 잘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선배들을 치켜세웠다.

이다현은 지난 시즌 신인왕은 놓쳤지만 이에 필적한 성과를 거뒀다. 이동공격 4위에 오르고, 11월 흥국생명전에선 선발로 나서 11점을 내며 1년 8개월 만에 흥국생명을 꺾는 데 앞장섰다. 그는 “입단했을 때 예상했던 것보다 기회를 많이 받았다. 영광스럽게 신인상 후보에도 올랐다. 비록 상을 타진 못했지만 이름을 조금 알렸기 때문에 만족할 만한 시즌이었다”고 자평했다.

이다현은 지난 시즌 데뷔하자마자 큰 주목을 받았다. [사진=KOVO 제공]

이다현은 올 시즌에도 흥국생명전 활약을 다짐한다. “(이)다영(흥국생명) 언니가 우리 팀에 있었을 때 자체 연습경기를 할 때면 나는 B코트에서 뛸 때가 많았다. 아직 어렵긴 한데, 건너편에서 (A코트 이다영의 플레이를) 본 시간이 많아 조금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다영의 패턴을 네트 건너에서 많이 봤기 때문에 블로킹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롤 모델 양효진과 같은 팀에서 뛰면서 배우는 게 많다. 두 선배와 비교해 자신이 가진 강점에 대해 묻자 “이동공격이 강점이다. 블로킹 손 모양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데, 어렸을 때부터 (양)효진 언니가 롤 모델이었다. 효진 언니의 블로킹 장면이 슬로모션으로 나오면 캡처해서 편집 앱으로 붙여서 보면서 따라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가대표 센터 출신 어머니 류연수 씨로부터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머니가 ‘가지고 있던 실력보다 결과가 좋았다’고 하셨다”며 “속공 시 간격 유지나 블로킹 등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고 했다.

2년차가 된 이다현은 이제 다른 이들의 팀 적응을 돕는 역할도 맡고 있다. 데뷔 동기 전하리가 화성 IBK기업은행에서 트레이드돼 현대건설에 합류했다. 이다현 덕에 벌써 팀 분위기에 빠르게 녹아들었다. 또 이달 신인 3명이 새로 들어왔다. 그는 “2년차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후배들이 계속 들어올 테니까 더 책임감 있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2년차를 맞으며 팀에서 해줘야 할 몫이 늘었다. [사진=KOVO 제공]

또 이번 KOVO컵에서 작전타임 때마다 루소의 통역을 맡은 듯 작전을 설명해주는 장면이 포착돼 팬들 사이에 '투잡'설이 제기기도 했다. 그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필리핀에서 2년 반 정도 공부했다. 지금은 많이 잊어버려서 간단한 수준의 대화만 된다. 어차피 배구용어라서 설명할 수 있었다”며 수줍어했다.

이어 “팀에서 루소와 가장 많은 얘기를 하는 편이긴 하다. 터키에서 뛰었던 만큼 프로정신이 뛰어나다. 배구를 연구하려는 모습도 많이 보이고, 배구를 생각하면서 알고 하는 것 같다. 물어보면 많이 알려주고, 외국리그에 대한 얘기도 많이 해준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현대건설은 루소를 레프트로 기용할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중앙에서 해결해줘야 할 몫이 늘어날 수 있다. 이다현은 “루소가 파이프(중앙 후위공격)를 많이 때리는데, 전위 플레이가 중요하다. 이동공격을 많이 해줘야 팀 공격 전체가 살아날 수 있다. 포인트를 많이 내고 싶다”고 다짐했다.

정지윤과 이다현 모두 새 시즌 자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정지윤은 “지난해와 비교해 여러 자리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고, 이다현도 “지난 시즌 풀타임으로 뛴 경기는 많지 않았다. 올해는 좀 더 비중을 높이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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