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세계랭킹 82위 권순우(23·당진시청·CJ후원)가 올 시즌 메이저대회를 모두 마쳤다. 3개 대회 본선에 나섰고, 4전 5기 끝에 메이저 첫 승을 따냈다. 2020 프랑스오픈(롤랑가로스·총상금 3800만 유로·517억 원)에서 1회전 탈락했지만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권순우는 지난 27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남자단식 1회전에서 브누아 페르(25위·프랑스)에 세트스코어 0-3(5-7 4-6 4-6)으로 졌다. 상금 6만 유로(8200만 원)를 챙기는 데 만족해야 했다.
목표했던 2개 대회 연속 2회전 진출에 실패했다. 그동안 클레이코트에서 약했던 그다. 비록 승부처에서 격차가 벌어졌지만 세계랭킹이 60계단 가까이 높은 페르를 상대로 매 세트 중반까지 밀리지 않고 맞섰다는 점에서 소득이 없지 않다.
프랑스오픈 단식에서 탈락하면서 권순우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취소된 윔블던을 제외하고, 올해 모든 메이저 일정을 마쳤다. 정현(148위·제네시스 후원)이 부상과 그에 따른 부진으로 올해 메이저 본선 무대를 한 차례도 밟지 못했다는 걸 감안하면 권순우는 진일보 하는 시즌을 보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정현은 프랑스오픈 예선 2회전에서 좌절했다.
올해 첫 메이저였던 1월 호주오픈에서 니콜로즈 바실라시빌리(29위·조지아)에 졌지만 풀세트 접전을 벌이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코로나19 전세계적 유행 이후 재개된 이달 초 US오픈에선 타이-손 크위아트코스키(185위·미국)를 잡아내며 마침내 메이저 첫 승을 수확했다.
내친 김에 클레이코트 대회인 프랑스오픈에도 좋은 기세를 이어가고자 했지만 클레이코트 경험이 적기도 했고, 첫 상대 수준이 높기도 했다. 페르는 2016년 세계랭킹 18위까지 오른 바 있고, 클레이코트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대회 단식에서 3회나 우승하는 등 객관적으로 권순우보다 강했다. 또 하루 1000명씩 제한적으로 관중 입장을 허용한 상황에서 페르는 프랑스 홈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까지 등에 업기도 했다.
권순우가 프랑스오픈에 출전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대회 개막 전 클레이코트 적응력을 높이고자 ATP 투어 포를리 챌린저 대회에 나서려 했지만 손바닥 물집 탓에 포기한 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는 페르를 상대할 때도 오른손에 보호 테이핑을 한 채 등장했다.
지난해 7월 윔블던에서 카렌 하차노프(16위·러시아)를 상대로도 잠재력을 보여준 바 있는 권순우다. 이로써 메이저 4개 대회 본선 무대를 모두 밟아봤다. 지난해 처음 100위 내로 진입하더니 꾸준히 경험을 쌓으며 성장하고 있다. 최근 주춤한 정현에게도 좋은 자극이 될 터다.
줄곧 약점으로 꼽히던 서브와 체력 문제도 많이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로 맞은 강제 휴식기 동안 체력 수준을 높이는 데 집중한 결과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권순우는 임규태 코치를 통해 “경기를 치르면서 너무 여유가 없었던 게 아쉬웠다”면서 “올해 좋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다음 시즌에는 클레이코트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권순우는 복식 랭킹 57위 디비즈 샤란(인도)과 한 조를 이뤄 프랑스오픈 남자복식 본선까지 소화한 뒤 귀국한다. 샤란은 단식 타이틀은 없지만 복식에선 최고순위 36위까지 오른 바 있고, 복식 대회에서 5회 우승한 이력이 있다. 권순우는 올해 호주오픈에 이어 두 번째로 메이저 남자복식에 출격한다.
1회전 상대는 오스틴 크라이직(더블랭킹 39위·미국)-프랑코 스쿠고(더블랭킹 31위·크로아티아) 조다.
한편 2020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는 JTBC3 골프&스포츠, 네이버스포츠, 아프리카TV를 통해 생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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