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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연 눈물의 대관식, 끝까지 완벽했던 드라마 [TS샴푸 LPBA 챔피언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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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연 눈물의 대관식, 끝까지 완벽했던 드라마 [TS샴푸 LPBA 챔피언십]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10.03 2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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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상대는 여제. 큰 기대에도 늘 아쉬웠던 성과. 또다시 조연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질 법 했지만 김세연(25)은 이전과는 달랐다. 과감한 변화는 김세연의 머리에 왕관을 씌웠다.

김세연은 3일 서울시 강서구 메이필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0~2021 프로당구 2차 투어 TS샴푸 L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임정숙(34·SK렌터카 위너스)을 세트스코어 3-2(4-11 7-11 11-0 11-9 9-6)로 꺾었다.

우승 후보라는 기대감 속에도 번번이 미끄러졌던 김세연은 9차례 도전 끝에 결국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 2000만 원을 챙겼다.

김세연(왼쪽)이 3일 2020~2021 TS샴푸 LPB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승리한 뒤 임정숙과 함께 우승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PBA 제공]

 

지난 시즌 초대 대회부터 김갑선에 아쉽게 밀리며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이후 성적표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6차 대회 16강 진출이 이후 최고 성적이었다.

올 시즌 첫 대회에서도 16강 진출에 만족해야 했던 김세연은 이번 대회에도 초반엔 부진했다. 서바이벌 첫 무대에서 3위로 어렵게 64강에 나설 수 있었다.

대회를 준비하는 김세연은 과감한 변화를 택했다. 특유의 성격과 닮은 힘 있는 스트로크는 장점이기도 했지만 아쉬움을 자아내는 부분이기도 했다. 김세연은 힘을 빼고 정교함을 살리기 위해 기본기를 전면적으로 가다듬었다.

그 탓인지 대회 초기엔 헤맸다. 첫 라운드 3위로 간신히 통과한 김세연은 64강, 32강에서도 2위로 다음 라운드로 향했다. 

그러나 바뀐 스트로크에 적응한 것인지 세트제에서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16강에서 김은빈을 2-0으로 꺾은 뒤 8강에선 정은영을 만나 에버리지 1.692로 완파하며 이번 대회 웰컴저축은행 웰뱅톱랭킹 톱 에버리지의 주인공이 됐다. 4강에서도 이유주를 2-0으로 제압하고 첫 우승을 향해 다가섰다.

샷에 집중하는 김세연은 2세트까지 내준 뒤에도 대역전극을 이뤄냈다.[사진=PBA 제공]

 

상대는 프로당구 최다 우승자(3회) 임정숙. 세트제에서 잘 나가던 김세연이지만 1,2세트 2점 대에 가까운 에버리지를 기록한 임정숙의 기세에 0-2로 끌려가 뻔한 결말로 마무리 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김세연은 악착 같이 달려들었다. 3세트 임정숙의 공타가 길어지는 틈을 타 11-0으로 분위기를 뒤집었다. 4세트엔 긴장한 탓인지 12이닝까지 10점을 만들어 놓고 8연속 공타를 이어가기도 했지만 마지막 득점에 성공하며 승부를 5세트로 끌고 갔다.

5세트는 손에 땀을 쥐게 했다. 7이닝 4-6으로 역전을 허용한 김세연은 2차례 원 뱅크샷으로 순식간에 매치 포인트를 만들더니 임정숙이 득점에 실패한 마지막 8이닝에도 원 뱅크샷 기회를 놓치지 않고 리버스 스윕을 완성했다. 과감한 변화로 시작한 발단부터 전개, 위기, 절정, 결말까지 구성을 완벽히 갖춘 각본이었다.

마지막 득점에 성공한 김세연은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함께 명승부를 펼친 경쟁자이자 평소 절친한 것으로 알려진 임정숙은 따뜻한 포옹으로 후배의 우승에 축하를 건넸다.

경기 후 중계방송사 인터뷰에서 “실감이 안 나고 너무 벅차다”며 말문을 잇지 못한 김세연은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우승을 장식하는 마무리샷 이후 큐를 번쩍 들어올리며 기뻐하는 김세연. [사진=PBA 제공]

 

이어 “아직도 (자세를) 바꿔나가는 중이긴 한데 대회에 나가야 하는데 예선 탈락도 감수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꼭 변화를 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결국 자세 변화와 결과물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냈다.

벼랑 끝까지 몰렸던 김세연은 “(끌려갈 걸) 예상은 했는데 엄청난 실력자고 4강에서 실력보다 못 치신 것 같아 ‘결승에서 호되게 혼나겠구나’ 생각했다”며 “한 세트만 따오고 싶었고 마지막까지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진 것 같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흔들리지 않는 멘탈이 감격의 우승을 안겨줬다고 봐도 무방했다. 김세연은 “안 될 때 표정 변화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안 맞았다고 아쉬워하면 상대방이 쉽게 볼 것 같아서 최대한 티를 안내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명승부를 펼쳐준 임정숙에 대한 존중도 잊지 않았다. “우스갯소리로도 말했는데 제가 가장 존경하는 여자 선수”라며 “언니 사랑해”라고 애정을 듬뿍 담아 표현했다.

경기를 끝낸 뒤엔 “엄마, 아빠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고 말하는 20대 중반 평범한 숙녀로 돌아온 김세연은 울먹이며 “나 우승했다”고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딸로서 기쁜 마음을 전했다.

그도 그럴 법 하다. 지난 시즌을 9위로 마친 김세연은 총 상금 580만 원을 수확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만 우승과 톱에버리지상을 석권하며 2200만 원을 품에 안게 됐다. 미래를 내다 본 변화인 기본기 수정까지 병행했다는 점에서 단숨에 LPBA에서 가장 위협적인 선수로 발돋움했다는 평가를 받게 된 김세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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