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부상으로 몸 상태가 완전치 않더라도, 상대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도 손흥민(28·토트넘 홋스퍼)에겐 45분이면 충분했다.

손흥민은 5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트래포드에서 열린 맨유와 2020~202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방문경기에서 선발 출장,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6-1 대승을 이끌었다.

지난달 27일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에서 햄스트링을 다친 뒤 재활을 위해 최소 3주 이상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조세 무리뉴 감독은 ‘역시나’ 손흥민을 조기 복귀시켰고 결과론적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무리뉴 감독은 4-3-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손흥민과 케인-에릭 라멜라를 3톱으로 출격시켰다. 중원은 탕귀 은돔벨레와 피에르 에밀 호이비에르, 무사 시소코가 이뤘고 4백엔 새로 영입한 세르히오 레길론을 시작으로 다빈손 산체스, 에릭 다이어, 세르주 오리에가 배치됐다. 골문엔 위고 요리스.

전반 2분 만에 페널티킥을 허용, 브루노 페르난데스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액땜 같은 일이었다.

2분 뒤 문전 혼전 상황에서 탕귀 은돔벨레의 선제골로 균형을 이룬 토트넘. 전반 7분 해리 케인이 공격 진영에서 넘어졌다. 주심이 휘슬을 불자 손흥민은 달렸고 케인은 다급히 일어서 문전으로 패스를 찔러 넣었다. 수비 2명을 뒤로 하고 질주한 손흥민은 튀어나온 맨유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의 손을 피하는 감각적인 슛으로 역전을 만들어냈다. 커리어 첫 맨유전 골이기도 했다.

행운도 따랐다. 전반 28분 맨유 앙토니 마샬이 라멜라의 얼굴을 가격해 퇴장 당한 것. 라멜라가 먼저 손을 댄 것처럼 보였지만 주심의 눈을 피해간 것도 토트넘엔 천만다행이었다.

수적 우위를 잡은 토트넘은 몰아붙였고 맨유의 수비 실수를 틈타 왼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손흥민이 문전에 자유롭게 자리한 케인에게 공을 건네며 어시스트를 더했다.

전반 37분엔 오른쪽 측면에서 오리에가 니어포스트로 건네준 공을 손흥민이 사각지대에서 데 헤아의 가랑이 사이를 통과하는 골을 만들어냈다.

리그 6골로 득점 선두로 뛰어오른 손흥민은 벌써 시즌 공격포인트 10개(7골 3도움)를 채우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기대케 하고 있다.

다만 걱정도 뒤따른다. 최근 몇 년간 소속팀과 국가대표 등을 오가며 강행군을 펼쳤던 손흥민이지만 다행스럽게도 큰 부상은 없었다. 그러나 체력 부담은 축적됐고 올 시즌 초반부터 체력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무리뉴 감독은 경기 도중 손흥민에게 “전력질주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해 화제를 모았다. 손흥민이 토트넘에 얼마나 중요한 선수인지 알 수 있는 방증이기도 했지만 쉽사리 휴식을 받기 힘든 열악한 상황을 보여주는 일이기도 했다.

손흥민은 부상 당한 뉴캐슬전을 제외하고 모든 경기에서 풀타임 출전했다. 결국 탈이 났다. 햄스트링 부상. 체력적인 부담이 커질 때나 지나치게 무리한 활동량을 보일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부상이다.

그럼에도 무리뉴 감독은 맨유전을 앞두고 “손흥민이 뛰지 않을 것이라고 거짓말을 하긴 싫다”고 말했다. 무리뉴는 에이스들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영국 현지 매체에서도 “무리뉴라면”이라며 손흥민의 맨유전 출전 가능성을 시사했을 정도.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토트넘은 6-1 대승을 거뒀고 팀 순위도 크게 끌어올렸다. 다행스럽게도 부상 재발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물론 잘하는 선수에게 출전 기회가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다만 손흥민을 조기 복귀시킨 것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수적 우위 속 4-1 리드 상황에서까지 72분이나 끌고 간 것은 다소 아쉬웠다. 교체 돼 나오는 손흥민은 뭔가 불만스러워했고 무리뉴 감독은 그런 손흥민을 껴안고 한참이나 달래줬지만 그의 허벅지를 감고 있는 테이핑을 보면 그를 향한 우려가 괜한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활약이야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유럽축구 전문 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이날 경기 손흥민에게 팀 최고 평점 9.7을 부여했다. 마찬가지로 2골 1도움을 기록한 케인(9.4)보다도 높았다.

아울러 손흥민은 리그 4경기 평균 평점 8.5로 하메스 로드리게스(8.41), 도미닉 칼버트-르윈(이상 에버튼, 8.32), 팀 동료 케인(8.31) 등을 제치고 리그 전체 1위로 뛰어올랐다. 부상만 아니라면 충분히 리그 최고선수로 거듭날 수 있는 시즌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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