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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우승 경쟁 긴장 속, 오히려 여유 만만한 정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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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우승 경쟁 긴장 속, 오히려 여유 만만한 정승현
  • 김준철 명예기자
  • 승인 2020.10.0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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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스포츠Q(큐) 김준철 명예기자] 울산현대축구단(이하 울산) 정승현(26)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엔 여유가 넘쳤다. 전북과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는 절체절명한 상황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 여유에는 정승현 특유의 자신감이 숨어있었다.

울산은 지난 2일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20 24라운드 상주상무프로축구단(이하 상주) 전에서 4-1 역전승을 거뒀다. 중앙 수비수 정승현이 멀티골로 팀에 값진 승점 3을 선물했다. 

울산 중앙 수비수 정승현이 지난 2일 상주 전 멀티골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 중앙 수비수 정승현이 지난 2일 상주 전 멀티골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이날 울산은 경기 초반 상대 공세에 주춤했다. 전반 3분 만에 정원진에게 실점하며 끌려갔고, 이후 상주 빠른 역습과 강한 압박에 어려운 경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정승현이 세트피스 상황에서 멀티골을 기록해 경기를 뒤집었다. 전반 31분 날카로운 홍철 프리킥을 정확한 헤더로 꽂으며 순식간에 분위기를 가져간데 이어, 전반 36분에는 박정인 헤딩 패스를 받아 문전에서 재치 있는 오른발 슈팅으로 역전골을 뽑아냈다. 단순 역전이 아니라 끌려 다니던 경기 분위기를 울산 쪽으로 완벽히 돌려놨다. 기세가 오른 울산은 시종일관 상대를 몰아쳤고, 후반 교체 투입된 비욘 존슨이 멀티골을 추가해 4-1 완승을 거뒀다. 

울산 승리 값어치는 컸다. 울산은 전북과 치열한 선두 경쟁을 하는 중인데 최근 5경기에서 1승 3무 1패로 부진했다. 그 사이 5점 차까지 났던 승점이 동률이 됐고,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다행히 울산은 부진을 끊고 선두권 경쟁에서 앞서 나갈 기회를 만들었다. 

정승현도 선두 경쟁의 긴장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그는 경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힘든 경기였다. 전반 일찍 실점해서 어려운 상황이었다. 팀이 위기였는데 골을 넣어서 다행이었고, 한편으론 기뻤다”고 소감을 밝힌데 이어, “상주가 극단적인 투 톱 전술을 썼다. 오세훈, 이근호는 공중 볼 경합뿐만 아니라 결정력까지 좋은 선수들이다. 크로스 방어와 클리어링 고민을 계속했고, 공간을 내주지 않으려 했다. 공중 볼을 잘 장악해서 추가 실점을 막을 수 있었다”며 공중 볼 경합을 중점적으로 수비했다고 전했다. 

위기가 지나고 나니 정승현은 여유를 찾고 자신의 플레이를 가감 없이 펼쳤다. 울산이 라인을 높여 공격적으로 나가자 정승현은 하프 라인까지 올라서며 중원 미드필더 역할까지 담당했을 뿐더러, 후방 수비에도 소홀히 하지 않고 상대 역습을 적절하게 끊어냈다.

또한 합을 맞춘 불투이스와 좋은 호흡을 보여줬다. 불투이스 실수로 선제골을 허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승현은 흔들리지 않고 서로 위치를 조정하며 센터백 라인을 견고하게 만들었다. 그는 “불투이스가 따로 고맙다는 말이 없었다. 제가 2골을 넣어 질투하는 것 같다. 불투이스가 선제골 상황에서 태클로 크로스를 막으려 했는데 운이 좋지 않았다. 아쉬운 장면이었다”며 동료 실수를 감쌌다. 

치열한 우승 경쟁 속에서도 자신감을 자랑하는 정승현 [사진=김준철 명예기자]
치열한 우승 경쟁 속에서도 자신감을 자랑하는 정승현 [사진=김준철 명예기자]

이날 경기장에는 지난 대구 전 2-2 무승부를 비판하는 걸개가 서포터 석 앞을 자리했다. 강한 메시지가 담긴 내용이라 선수들에게 부담이 되거나 기분 상할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정승현은 달리 생각했다. 그는 “걸개를 봤다. 개인적으로 동기 부여가 많이 됐다. 팬들에게 고맙기도, 미안하기도 했다. 선수들이 모두 그것을 보고 파이팅하자고 했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승부했다”며 오히려 팬들 비판이 자신에게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정승현은 득점 이후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그는 “오늘도 세리모니를 했다. 부인이 좋아해서 하고 있다. 동료들 신경 쓰지 않고 나 혼자 즐기고 있다”며 멀티골의 달콤함을 더했다.

울산은 다음날 열린 전북과 포항 경기로 시선을 옮겼다. 숙명의 라이벌이지만, 울산은 내심 포항이 전북을 잡아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정승현도 “감독님을 포함해서 선수단 전원이 주목하고 있다. 포항이 라이벌이지만 전북이랑 할 때는 숨죽이며 응원하고 있다”며 재치 있는 대답을 내놨다.

정승현은 오는 9일과 12일 열리는 국가 대표팀 친선 경기 명단에 포함됐다. 상대인 U-23 대표팀 공격 멤버가 화려하기에 선배로서 그들을 막아야 하는 그의 입장이 난처하다. 그러나 정승현은 이 역시도 부담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즐기려는 마음가짐이 강했다. 그는 “젊은 선수들이지만 훌륭한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많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부담은 없다. 벤투 감독님이 더 부담일 것이다. 좋은 경기하고 돌아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즐겁게 하라는 말이 있다. 정승현은 이 교훈을 빨리 깨우친 듯했다. 리그 선두 경쟁과 더불어 국가 대표팀 차출로 부담이 상당하겠지만 반드시 헤쳐 나가야 할 관문이다. 그렇다면 정승현처럼 현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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