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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레이블탐방] (73) 무서운 신인밴드 설(Surl), 남다른 독창성 ‘잔나비’ ‘새소년’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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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레이블탐방] (73) 무서운 신인밴드 설(Surl), 남다른 독창성 ‘잔나비’ ‘새소년’ 잇는다
  • 박영웅 기자
  • 승인 2020.10.06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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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밴드포커스’와 함께 연재 중인 ‘인디음악 전문 인터뷰’ 인디레이블탐방이 돌아왔습니다. 수년간 인디신 전문 취재를 통해 다져진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인디뮤지션들의 심층적인 인터뷰를 다룰 계획입니다. 뮤지션과 함께하는 음악 리뷰와 여러 이야기를 통해 국내 밴드 음악을 편하게 이해하며 즐기시길 바랍니다. <편집자 주>

[스포츠Q(큐) 박영웅 기자] 최근 수년간 국내 인디신 시장은 뛰어난 음악적 재능과 퍼포먼스 능력을 갖춘 훌륭한 신인들이 연이어 나오면서 활력을 얻고 있는 모양새였다. 특히 잔나비와 새소년 같은 신인 밴드들은 인디신을 넘어 가요시장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이끌며 인디음악의 새로운 기수 역할을 했다. 하지만 올해 갑작스러운 신종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런 거물급 신인 팀들의 활약도 미미해졌고 새로운 신인 등장도 뜸해진 상태여서 안타까움을 더한다.

이런 상황에서 잔나비와 새소년의 바통을 이어받을 만한 뛰어난 신인급 밴드가 등장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바로 설(Surl)이다.

 

◆ 무서운 신인 밴드의 등장

설호승(보컬/기타), 김도연(기타), 이한빈(베이스), 오명석(드럼)으로 구성된 4인조 밴드 설은 지난 2018년 싱글 '여기에 있자'로 데뷔했다. 그 해는 신인 밴드 설에게는 잊을 수 없는 한해였다. '2018년 EBS 스페이스 공감 올해의 헬로루키 우수상', 2018년 신한카드 루키 프로젝트 대상 등을 석권하며 그해 최고 신인 밴드 반열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런 성과들은 현재 설이 인기 밴드로 도약하는 데 있어 큰 밑거름이 됐다.

이후 2019년에도 설은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며 인디신 마니아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공연, 음반 활동 모두 준수한 성적으로 신인답지 않은 성과를 만들었다. 결국 올해 소속사 해피로봇레코드와 함께 대대적인 방송과 공연 활동 그리고 앨범 발매 계획을 수립하고 인디신 최고의 인기 밴드로 도약할 준비를 끝마친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코로나 19사태로 인해 인디신 최고 인기 밴드 도약이라는 목표는 잠시 미룰 수밖에 없게 됐다. 비록 올해 목표 달성에는 차질을 빚게 됐지만, 설은 그들의 음악 활동과 여러 준비를 꿋꿋하게 이어가면서 자신들의 잠재력을 폭발시킬 기회만 엿보고 있다.

 

◆ 장르 초월 '설' 그들만의 음악을 구현하다

신인 밴드에 가장 힘든 부분이 있다면 자신만의 음악적 색깔을 확실하게 구축하는 작업이다. 음악의 경력이 적은 탓에 자신들이 어떤 부분을 잘하고 어떤 느낌을 표현해야 독자적인 스타일이 나올지를 처음부터 깨닫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슈퍼스타로서 기운이 느껴지는 소수의 특별한 신인 밴드들은 배우거나 의도하지 않았어도 자신들만의 고유한 색깔이 음악에 묻어나온다. 결국, 이런 밴드들은 대부분 스타반열에 올랐다.

설 역시 첫 앨범부터 사운드, 창법, 유니크한 감성까지 그들만의 특유한 색이 묻어나왔다. 영국 브릿팝 스타일을 기반으로 하지만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와 절대 약하지 않은 사운드, 신인답지 않은 수준 높은 연주력을 활용해 설만의 음악 스타일을 들려주는 데 성공했다.

대중성 또한 놓치지 않았다. 한번 들으면 쉽게 잊을 수 없는 멜로디 라인과 사운드 보컬 설호승의 묘한 느낌을 지니고 있는 달콤한 보이스는 누가 들어도 빠져들 수밖에 없는 대중성을 완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디 음악 팬들과 전문가들은 이들의 성공을 직감했고 조만간 국내 인디신을 대표할 뮤지션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을 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설은 자신들의 음악에 대한 이 같은 평가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일단 우리가 추구하는 음악에 대한 이야기부터 말씀드리면 예전에는 블루스랑 브리티시 장르 기반이라고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이젠 하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를 많이 시도하고 싶기 때문이에요.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가지를 많이 시도하면서 설만의 고유 음악을 완성하고 싶은 마음이 정말 커요." (이한빈)

"그리고 아까 기자님께서 연주력이 뛰어나다고 칭찬해 주셨는데 아직 저희가 이 부분은 최고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고. 다만 저희가 모두 음악 관련 전공생이다 보니 연주나 연주력, 그리고 사운드나 음악 장비에 정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항상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거기다 멤버 모두가 외향적인 성격이 아니다 보니 연주 연습, 장비에 대한 관심에 더 시간을 많이 쏟아 붓는 것 같습니다." (설호승)

"마지막으로 높게 평가해주시는 분들께 너무 감사드리고 있어요. 사실 신인 밴드가 이런 평가를 받으며 활동을 시작하기가 쉽지는 않고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분들도 있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부담감은 없습니다. 기대를 많이 해주기 때문에 빨리 이 기회를 잘 살려서 더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은 생각만 있어요. 멤버들 모두 같은 생각일 겁니다." (이한빈)

 

◆도약을 위한 서막 'Don't Say No' 리뷰

이처럼 설은 인디신 마니아들과 평단의 높은 기대를 충족 시켜야만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지난 8월 새 앨범 'Don't Say No'를 발매했고 대중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는 데 성공했다.

이번 앨범 'Don't Say No'는 동명의 타이틀곡 'Don't Say No'와 '침묵' 두 곡이 수록된 싱글 앨범으로 그동안 설이 시도해온 유니크한 음악 스타일 위에 높은 대중성을 가미해 누구나 들어도 빠져드는 곡들을 완성해 냈다.

우선 타이틀곡 'Don't Say No'는 보컬 설호승의 몽환적이고 극도의 감성을 담은 보컬과 설 특유의 섬세한 연주, 말랑말랑하면서도 깊이 있는 사운드가 주요 매력 포인트인 곡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대한민국 힙합계의 거물로 성장한 박재범의 피처링 참여다. 이 곡에서 박재범은 단순 피처링뿐만 아니라 랩까지 참여했다. 박재범의 랩이 곡속에 스며들면서 브리티시 느낌의 몽환적이고 소프트한 록 음악으로만 끝날 것 같던 'Don't Say No'는 예전 레드 핫 칠리 페퍼스가 시도하던 랩&록이나 인큐버스가 보여줬던 '반전'이 담긴 록 음악 스타일로 업그레이드됐다. 결국 설은 'Don't Say No'에 박재범을 절묘하게 녹여내면서 신인 록밴드가 갖춰야 한 덕목인 대중성과 실험정신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올 하반기 현재까지 발매된 인디신 록 음악들 중 가장 센세이션한 곡이 아닌가 생각된다.

"박재범 선배님은 원래 밴드 음악에 관심이 많던 분이셨던 걸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Don't Say No' 같은 경우 곡을 써놓고 아예 피처링 파트는 자리를 비워놨었습니다. 박재범 선배님에게 피쳐링을 부탁하기 위해서요. 그래서 데모를 보내드렸고 좋은 것 같다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작업이 성사됐습니다." (설호승)

"사실 박재범 선배님의 랩은 의도해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랩 부분에는 처음에 기타 솔로만 들어간 상태였죠. 하지만 데모를 드렸는데 박재범 선배님이 랩을 보내주셨어요. 들어보고 좋으면 넣으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들어봤는데 너무 신선했고 랩과 기타 솔로가 함께 어우러지면서 정말 멋있는 음악이 완성됐습니다. 확실히 월클은 월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기자님께서 레드핫칠리페퍼스가 떠오른다고 하셨는데 박재범 형님도 레드핫칠리페퍼스를 좋아 했다고 하더라고요." (이한빈)

"마지막으로 'Don't Say No'는 항상 그랬듯 연주에도 신경을 많이 쓴 곡이고 특히 가사를 보면 상대방이 말을 할 게 있는 것 같은데도 말을 안 하는 분위기에서 차라리 그러지 말고 나에게 솔직하게 말해달라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사람들이 끙끙 앓고 말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솔직히 말하고 짐을 덜면서 말해줬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죠. 곡을 들으면서 이런 부분을 해소하시길 바랍니다." (이한빈)

 

두 번째 수록곡 '침묵'은 타이틀곡 'Don't Say No'와는 완전히 다른 사운드 무게를 느낄 수 있다. 설 특유의 몽환적이고 섬세한 연주와 더불어 강렬한 사운드가 귀를 사로잡는다. 거칠고 빈티지한 사운드 구성은 설이 정통 록밴드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떠오르게 해준다. 록 사운드가 쇠퇴하고 있는 인디신의 현재 분위기에서 '침묵'은 마른 땅에 단비와도 같은 멋진 노래다.

"'침묵'은 옥상에서 애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쉬는데 (악상이) 떠올랐고 바로 작업실로 뛰어 내려갔어요 이후 입으로 흥얼거리다 팀원들과 기타를 치고 잼을 해서 정리한 후 거기서 바로 가사를 쓰고 즉흥적으로 만든 곡입니다. (설호승)

"악기 활용에 정말 많은 신경을 썼어요. 베이스도 그렇고 기타도 그렇고 톤을 잡으려고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드럼도 거세게 친 곡입니다. 하루에 두 곡을 쳤고 준비를 많이 한 곡입니다. 'Don't Say No'도 뒷부분 반전이 있는데 이 곡도 반전이 들어 있는 곡입니다. 참고로 이런 스타일의 곡들은 이전에도 코러스를 넣고 활용을 했는데 이번에도 코러스를 잘 활용하면서 색깔을 잘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이한빈)

"믹스를 톤 스튜디오에서 했는데 믹스가 너무 잘 나왔습니다. 의도한 부분을 곡에 잘 나타나게 해주시고 호승이가 코러스 한 부분도 잘 잡아주면서 곡의 완성도가 올라간 것 같아요." (김도연)

"작업방식 믹스 그런 것까지 설만의 아이덴티티가 확실한 곡인 것 같아요. '침묵'은 'Don't Say No'가 상대적으로 잘돼서 살짝 가려진 부분도 있는데 우리 매력과 정체성이 많이 드러난 곡인 만큼 많이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오명석)

 

◆ 밴드 설 그들의 매력은 '공연 능력'에도 있다

'Don't Say No' 앨범 공동리뷰에서 느낄 수 있듯 설은 끊임없는 연습으로 완성한 섬세한 연주력을 갖춘 밴드다. 이 때문에 이들의 공연은 데뷔 순간부터 인디신 마니아들을 단숨에 사로잡는 히트상품이 됐다. 과연 설 멤버들이 생각하는 자신들의 공연 능력과 매력은 무엇일까?

"연주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특히 라이브에서는 음원을 듣는 것이랑 다른 매력이 나오는 것이 있는데 이 부분을 살리기 위해 일주일에 3번 3시간씩 항상 합주하고 있습니다. 꾸준한 노력과 연습을 이어가야만 공연능력 연주능력이 항상 된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이 생각을 잊지 않고 연주 부분, 더 넓게는 공연능력을 키우도록 하겠습니다. 뷰민라(뷰티풀민트라이프) 때 무대에 서본 일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꼭 다시 무대에 서고 싶습니다." (설호승)

◆설의 음악적 목표

마지막으로 음악적 목표를 간단하게 이야기해달라고 부탁했다. 무척 순수하고 담백한 답변이 나왔다.

"지금처럼 하고 싶은 음악들을 할 때 대중 여러분들이 항상 공감해주고 좋다고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또한 공연을 꾸준히 하면서 대중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싶어요. 이런 에너지를 바탕으로 많은 분이 오래 기억해주는 밴드로 거듭나겠습니다." (설호승)

◆개인소개

 

설호승=23세. 서울 관악구 출신. 기타를 초등학교 5학년 때 취미로 시작했다. 중, 고등학교 시절 밴드부를 하면서 음악을 직업으로 하고 싶었고 부모님을 설득했다. 호원대 실용음악과에 재학하면서 음악을 더 깊게 배웠고 현재 1학년 휴학하고 설로 활동을 시작했다.

 

오명석=23세. 경기도 안양 출신. 집안에 예술 관련된 사람들이 없었다. 부모님들은 공부하길 원했다. 전교 등수를 받았던 우등생. 하지만 중학교 때 합창부 지휘를 했는데 선생님의 제안으로 드럼을 배웠고 이것이 계기가 돼 드럼을 치기 시작했다. 이후 밴드 활동을 하며 부모님을 설득. 현재는 설의 드러머가 됐다.

 

이한빈=23세. 강동구 토박이. 부모님이 음악을 하셨다. 특히 아버지가 지휘를 하셨다. 코리아 팝스 오케스트라 지휘자. 어머니는 파이프오르간 연주를 하셨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피아노 첼로를 많이 다뤘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대중음악이 하고 싶어 교회에서 베이스를 치기 시작했다. 뛰어난 베이스 연주의 실력자.

 

김도연=23세. 강동구 토박이. 초등학교 5학년 때 YB 밴드 공연을 보고 그때부터 기타를 쳤다. 6학년 때 레드 제플린을 듣게 되면서 기타에 더욱더 푹 빠졌다. 지미 페이지를 동경한다. 어머니가 비틀스 마니아다. 고교 때부터 프로 밴드 활동이 목표였고 설을 통해 꿈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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