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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진 아닌 김선호, 최태웅 '승부수'에 장병철도 웃다 [남자배구 신인드래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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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진 아닌 김선호, 최태웅 '승부수'에 장병철도 웃다 [남자배구 신인드래프트]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10.07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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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최태웅 천안 현대캐피탈 감독의 선택에 그 절친 장병철(이상 44) 수원 한국전력 감독도 웃었다.

6일 진행된 2020 한국배구연맹(KOVO) 프로배구 남자부 신인 드래프트 앞서 관심사는 현대캐피탈이 1라운드에서 어떤 순위 지명권을 얻느냐였다. 현대캐피탈은 하루 앞서 전역을 앞둔 국가대표급 미들 블로커(센터) 김재휘를 의정부 KB손해보험에 내주고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얻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지난 시즌 3위로 마친 현대캐피탈은 4%의 낮은 추첨권 확률을 가졌기 때문에 1라운드에서 하위권 팀들보다 상위 순위 지명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직전 시즌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조기 종료됐지만 그 앞선 4년 동안 꾸준히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던 만큼 신인 지명에 있어선 늘 열세에 놓였던 현대캐피탈이다.

6위로 마감한 KB손해보험의 추첨 확률 30%를 가져와 도합 34%를 갖게 되면서 1, 2순위 영입전에 뛰어든 셈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1순위 추첨에서 KB손해보험의 구슬이 나왔고, 자연스레 지명권은 현대캐피탈에 양도됐다.

최태웅 감독은 최대어로 꼽힌 임성진 대신 김선호를 선택했다. [사진=KOVO 신인 드래프트 중계 캡처]

최태웅 감독은 1라운드 1순위에서 이례적으로 '타임'까지 부르며 고심한 끝에 윙 스파이커(레프트) 김선호(21·한양대·187㎝)를 선발했다. 전광인 군 입대 및 문성민 부상으로 날개 공격진이 약해진 만큼 레프트를 선발할 거란 전망은 따랐지만 최대어로 꼽힌 임성진(21·성균관대·195㎝)을 호명하지 않은 건 다소 의외였다.

최 감독은 “임성진과 김선호 중 선택하기 쉽지 않았다. 고민을 많이 했던 선수 중 한 명이었고 마지막까지 고민했다. 우리 팀에 가장 적합한 선수를 찾자고 해서 기본 밑바탕이 좋은 김선호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김선호는 고등학교 2학년까지 리베로로 뛰었다. 임성진보다 키가 7㎝가량 작지만 보다 공수 균형을 갖췄다는 평가다. 최 감독은 “기본적인 리시브나 수비 쪽에서 도움을 많이 줄 것 같다. 보이지 않는 범실도 적을 것 같다”며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겠다. 팀에 와서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본인이 와서 하는 만큼 기회를 많이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선호 역시 “리시브와 수비에 자신감이 있다. 신장은 작지만 요령껏 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작은 키를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올 시즌 현대캐피탈 주전 세터로 뛸 김형진과는 중·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라 기대되는 시너지도 있다.

현대캐피탈은 또 4순위에서 자신들의 구슬이 나오면서 예상보다 높은 순위 지명권을 하나 더 얻는 행운까지 따랐다. 리베로 박경민(21·인하대·170㎝)과 계약했고, 이어진 라운드에서 리베로 이준승(18·성지고·170㎝), 세터 박건휘(22·목포대·187㎝), 레프트 노경민(21·홍익대·189㎝)까지 총 5명을 품었다. 

김선호(왼쪽)가 현대캐피탈, 임성진이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게 됐다. [사진=KOVO/연합뉴스]

최태웅 감독은 “리빌딩을 하는 데 소중한 자원이다. 그 선수들에게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오늘 이 선택이 앞으로 현대캐피탈 배구단에 큰 도움이 되리라 믿고 있고 기대가 크다”고 설명했다.

문성민(현대캐피탈), 김요한(은퇴)을 잇는 꽃미남 스타이자 이번 드래프트 최대어로 꼽힌 임성진은 2순위로 한국전력에 입단했다. 

원래 레프트진이 약하다는 평가가 따랐던 만큼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박철우를 영입했고, 외국인선수로 레프트 러셀을 선발한 뒤 장신 세터 김명관을 적극 활용해 한국배구연맹(KOVO)컵에서 우승한 상승세를 잇겠다는 각오다.

장병철 감독은 “수비형 레프트로서 그 정도 신장에 공격력을 가진 선수는 흔치 않다. 앞으로도 찾기 힘들다. 우리 팀 장신화 과정에 있어 도움이 될 것 같고 수비도 많이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이시몬이 군대를 가야 한다. 박철우가 어느 정도까지 버텨줄지 모르나 전 경기 소화는 어렵다. 임성진을 레프트로 두루두루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기뻐했다.

임성진은 함께 뛰게 돼 좋은 선수로 박철우를 꼽았다. “다른 선수들도 존경하는 선배님인데 (박철우와) 한 팀으로 함께 경기한다는 건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키가 큰 편이지만 기본기에도 자신 있다. 공격에서 조금 떨어지는 면이 있지만 보완하겠다. 신인답지 않다는 말을 듣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전했다.

남자배구 신인 드래프트가 종료됐다. [사진=KOVO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어린 시절 오랫동안 함께한 임동혁(인천 대한항공)과 프로에서 맞대결을 벌이게 된 점에 대한 소회도 전했다. “초·중·고 모두 같은 팀으로 지내다가 (임)동혁이가 먼저 프로에 갔다. 부럽기도 하고 자랑스러웠는데, 이제 같은 프로 무대에서 얼굴을 보면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더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이밖에 안산 OK금융그룹은 3순위로 라이트와 센터를 모두 소화하는 박창성(22·한양대·201㎝), 대전 삼성화재는 5순위로 레프트 김우진(20·경희대·189㎝), 서울 우리카드는 6순위로 세터 홍기선(21·인하대·187㎝), 대한항공은 7순위로 레프트 겸 라이트 임재영(22·경기대·191㎝)을 뽑았다.

이로써 2017년 19세 이하(U-19) 세계배구선수권대회에서 24년만의 4강 신화를 쓴 4인방(김선호, 임성진, 김우진, 박경민)이 얼리 드래프트를 신청, 모두 1라운드에 발탁되며 프로에 첫 발을 내딛게 됐다. 

당시 대표팀에서 함께 뛰던 세터 최익제(KB손해보험), 라이트 임동혁(대한항공), 레프트 김지한(현대캐피탈)은 고교 졸업을 앞두고 2017~2018시즌 드래프트에 참여해 프로에 입문했다. 이제 4인방이 프로에서 함께 자웅을 겨루게 됐다. 국제무대에서 오랜 침체기를 겪은 국내 남자배구가 황금세대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

이날 드래프트에는 총 39명이 참가했는데 26명이 프로 문턱을 넘어서며 67%의 취업률을 보였다. 여자배구에서 50%도 넘지 못한 것과 달리 많은 이들이 프로선수로 출발선에 서게 돼 코로나19 사태로 경직된 배구계에 훈풍이 불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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