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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안타 대업 박용택, '이런 레전드 또 없습니다' [SQ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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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안타 대업 박용택, '이런 레전드 또 없습니다' [SQ인물]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10.07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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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박용택(41·LG 트윈스)의 은퇴 투어 이야기가 나왔을 때 일부 야구 팬들은 크게 반발했다. “박용택이 그만한 대우를 받을 정도로 선수냐”는 주장이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그렇다”고 볼 수 있다. 박용택 만한 레전드를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박용택은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홈경기에서 9회말 팀이 2-2로 맞선 1사 1루 상황에서 대타로 나서 이승현을 상대로 우익수 키를 넘기는 큼지막한 2루타를 날렸다.

2002년 데뷔 후 19시즌 만에 기록한 2500번째 안타. 프로야구 역사에 새로 쓰인 대기록이다. 올 시즌을 끝으로 그라운드를 떠나기로 결정한 그이기에 더욱 의미가 남달랐다.

LG 트윈스 박용택이 6일 프로 통산 2500번째 안타를 만들어낸 뒤 기념식을 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의 야구 인생은 누구보다 꾸준했다. 철저한 자기관리로 큰 부상 없이 19시즌을 개근할 수 있었다. 항상 평균 이상의 실력을 유지했고 대부분 정상급 선수로서 활약했다.

통산 2222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8 2500안타 213홈런 1191타점 1259득점. 프로야구 역사에서 이토록 많은 누적 스탯을 쌓은 선수를 꼽기 힘들다.

2002년 4월 16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치른 SK 와이번스전에서 2루타로 프로 첫 안타를 신고한 박용택은 2009년 1000안타, 2013년 1500안타, 2016년 역대 6번째로 2000안타 고지를 돌파했다. 2018년 6월 8일엔 2300안타를 기록했고 23일 4안타 맹타를 휘두르며 양준혁(2318안타)의 역대 최다안타 기록을 넘어섰다.

이후에도 변함없는 기량을 과시하며 커리어를 이어온 박용택은 6일 드디어 전인미답 2500안타 등정에 성공했다.

큰 사건·사고와 부상, 부진 없이 20년 가까이 버텨왔다. 마흔이 돼서도 치열한 경쟁에서 크게 밀리지 않았다. 여전히 제 몫을 해주는 3할 타자로 후배들의 든든한 기둥이 돼주고 있다.

양준혁이 자신의 기록을 깨고 2500안타까지 만들어 낸 박용택(오른쪽)을 축하해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경기만 더 나서면 20년간 활약했던 정성훈(2223경기)의 최다 출전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당분간 프로야구 역사에 가장 많이 뛰었고, 가장 많은 안타를 쳐낸 선수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그런 그에게 온당치 않은 일부 비판이 따랐다. 프로야구선수협회 차원에서 은퇴 투어를 마련할 예정이었으나 뜬금없이 ‘자격론’이 일었다. 그를 향한 일부 팬들의 부정적인 시선이었다.

박용택을 향한 이들의 미움의 감정은 2009년 한 번의 행동에서 비롯된 영향이 크다. 당시 타격왕 경쟁을 이어가던 박용택은 타율 관리를 위해 시즌 최종전에 나서지 않았는데, 당시 팀에선 롯데 홍성흔에게 고의볼넷을 내주며 박용택의 타격왕 등극을 도왔다. 이후 그에겐 ‘졸렬택’이라는 오명이 따르게 됐고 박용택은 시상식 무대에서도 웃지 못하며 사과의 뜻을 전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다소 아쉬운 기억이기는 하지만 어떤 불법적 방법을 쓴 것도, 규정을 어긴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를 향한 부정적 꼬리표는 오래도록 따라붙었다.

프로야구 역사에서 가장 많이 경기에 나서 누구보다 많은 안타를 기록한 그에게 레전드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없다면 누가 역사에 남게 될까. 특히 누구보다 모범적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가며 오랜 시간 활약했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전설에 등극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프로 2500번째 안타를 날린 박용택이 2루 베이스에 서서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스로도 “2500안타보다 최다 경기 출장 기록이 더 의미 있다”며 “정말 많은 일을 했다고 느낀다”고 소회를 전한 그다.

물론 다시 나오지 않을 불세출의 스타라고 단정짓기는 어려울 수 있다. 롯데 자이언츠 손아섭(1536경기 1876안타), 팀 후배 김현수(1513경기 1786안타), SK 최정(1765경기 1743안타) 등은 박용택의 두 기록을 모두 넘어설 가능성이 적지 않은 선수들이다.

그러나 가장 먼저 그 길을 갔다는 건 인정받아 마땅하다. 야구에선 박찬호, 골프에선 박세리, 축구에서 차범근, 박지성 등이 더 박수 받는 건 비단 그들의 실력뿐 아니라 후배들에게 더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넓혀준 선구자적 역할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선수들 스스로 이러한 가치를 잘 알고 있다. 공식적인 은퇴투어는 무산됐지만 KIA 타이거즈를 시작으로 KT위즈 등 선수단이 마지막 원정경기에 나선 박용택을 향한 작은 고별식을 준비해 예우를 갖추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팬들과 함께 하지 못해 아쉽다는 박용택이지만 정작 팬들로부터 업적에 비해 박한 평가를 받았다.

작가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는 걸작들이 있다. 프로야구 선수로서 박용택의 가치도 그가 그라운드를 떠난 뒤 더욱 밝게 빛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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