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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히어로즈 손혁 사임, 3위 감독이 왜? [SQ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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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히어로즈 손혁 사임, 3위 감독이 왜? [SQ이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10.08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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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10개 팀 중 절반에만 들어도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프로야구. 그런데 3위팀 감독이 한 해를 버티지 못하고 스스로 옷을 벗었다. 대체 이유는 무엇일까.

키움 히어로즈는 8일 “손혁 감독이 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경기가 종료된 뒤 김치현 단장과 면담을 갖고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며 “키움은 내부 논의를 거쳐 손 감독의 의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지휘봉을 잡은 지 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손혁 감독은 물러났다. 가을야구가 코앞으로 다가운 시점이기에 얼핏 보면 더욱 납득하기 힘든 결정으로 보인다.

손혁 감독이 8일 키움 히어로즈 지휘봉을 내려놨다. [사진=스포츠Q DB]

 

손혁 감독은 “최근 성적 부진에 대해 감독으로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구단에 전달했다”며 “저를 감독으로 선임해준 구단에 감사하다. 기대한 만큼 성적을 내지 못해 죄송하다. 기대가 많았을 팬들께 죄송하고 선수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키움은 126경기를 치른 현재 73승 58패 1무, 선두 NC 다이노스에 9경기 차, 2위 KT 위즈에 단 한 경기 뒤진 3위다. 플레이오프 직행을 내다볼 수 있는 순위임에도 ‘성적 부진’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적절치 않아 보이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고개가 끄덕거려지기도 한다.

키움은 경영난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려운 팀이다. 네이밍 스폰서를 활용해 지난해엔 팀명이 넥센에서 키움으로 이름이 바뀌기도 했다. 유일하게 모기업이 없는 구단이기에 재정난은 늘 키움을 따라다녔다.

그럼에도 키움은 2013년 이후 꾸준히 가을야구에 나서고 있다. 최근 7시즌 동안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한 건 2017년 단 한 번이었다. 구단 운영을 위한 여유가 충분치는 않지만 안정적으로 성적을 낼 수 있는 토대를 확실히 구축해 놨다는 점에선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팀이 키움이다.

특히나 올해는 대권에 대한 욕심이 컸다. 2014년에 이어 지난해 다시 한국시리즈에 나섰지만 4연패로 고개를 숙인 게 뼈아팠다. 게다가 올 시즌을 마치면 핵심 내야수인 김하성이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모색할 가능성이 커 어떻게든 우승을 노린다는 목표를 안고 맞이한 시즌이었다.

투수진 육성에 정평이 난 손혁 감독을 선임한 것은 유망한 투수들의 육성 등 마운드를 더욱 공고히 하면서도 화끈한 타선의 힘을 살려나간다는 청사진이었다.

손혁 감독은 "최근 성적 부진에 대해 감독으로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구단에 전달했다"고 마지막 한마디를 남겼다. [사진=스포츠Q DB]

 

키움의 계산은 틀리지 않아 보였다.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과 핵심 자원들의 부진이 있었지만 선두 NC를 바짝 쫓았고 승차를 0까지 지우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 이후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최근 10경기 3승 7패를 기록했고 KT 위즈에도 따라잡히고 말았다. NC와는 9경기 차까지 벌어졌다.

극심한 부진이 이어졌다. 손혁 감독이 말한 ‘최근 부진’을 이유로 물러선다는 게 괜한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는 결과에만 있지 않았다. 지난해 팀 타율 1위를 차지한 키움이지만 올 시즌엔 희생번트 시도가 전체 2번째로 많았다. 그러나 성공률은 최하위(46.5%)로 지난해(50%)보다 시도는 늘었지만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번트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경우도 잦았는데 이 같은 결과와도 연관이 있다.

손혁 감독은 주자들이 루상에 나가면 다소 조급해지는 것 같아 보였다. 팀 분위기가 가라앉기 시작하자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이겨도 뒷맛이 개운치 않았고 지는 경기에선 유독 팬들의 불만이 크게 터져 나왔다.

장점으로 꼽혔던 마운드 운영도 큰 비판을 불렀다. 올 시즌 키움은 구원투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컸다. 537회, 521이닝으로 두 부문 모두 압도적 1위였다. 선발진의 잦은 부상 등으로 인해 안정감이 기대만큼은 따라오지 못했지만 선발 평균자책점(ERA)은 4.45로 전체 4위였다. 이 또한 손 감독의 조급했던 운영을 보여주는 한 대목이다.

손혁 감독의 뒤를 이어 감독대행 역할을 맡게 된 김창현 퀄리티컨트롤 코치.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많은 번트와 계투 활용 자체가 나쁘게 평가 받을 일은 아니다. 다만 팀 상황에 맞지 않는 운영이라는 비판이 들끓는 가운데 결과까지 안 좋게 나오자 손 감독 스스로도 더 이상 팀을 이끌어가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800만 관중 시대를 맞으며 늘어난 관중수 만큼 팬들의 눈높이도 많이 높아졌다. 단순히 결과에만 집착하는 것이 아닌 얼마나 합리적으로 팀을 운영하는 지도 평가의 잣대가 되는 시대가 됐다.

다만 일각에선 손혁 감독의 자진 사임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부상이 워낙 많았던 시즌이고 부임 첫해라는 걸 고려하면 어느 정도 공을 인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렇기에 이토록 갑작스런 사임이 사실상 경질에 가까운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정확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가을야구를 코앞에 두고 감독을 잃은 키움은 올 시즌을 감독대행 체제로 운영할 예정이다. 김창현 퀄리티컨트롤 코치가 그 자리를 메운다.

김 감독대행은 대전고를 거쳐 경희대에서 선수생활을 했고 2013년 구단 전력분석원으로 입사해 프런트 생활을 경험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선수단에 대한 높은 이해와 데이터 분석 능력 등을 인정받아 퀄리티컨트롤 코치에 선임됐다. 현장 경험은 부족하지만 프런트 야구를 실현하기에는 이만한 인물을 찾기 힘들다.

김치현 단장은 “‘코로나19’로 정규리그 개막이 늦춰졌고 많은 부상선수들이 나온 시즌이었지만 최선을 다해주신 손 감독께 감사드린다”며 “잔여 경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치열한 순위 싸움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현장과 프런트의 소통을 강화하겠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야구를 통해 최선의 결과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식 감독 없이 치르게 될 가을야구에선 키움이 과연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까. 유독 우여곡절이 심했던 키움의 2020년을 마무리할 가을야구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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