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7:11 (금)
[SQ인물] 떠나는 한화이글스 김태균, 마무리는 '김선배' 모드로
상태바
[SQ인물] 떠나는 한화이글스 김태균, 마무리는 '김선배' 모드로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10.21 16: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프로야구를 떠나 한국 스포츠사에 이처럼 별명이 많은 선수가 있을까. 그만큼 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던 김태균(38·한화 이글스)이 올 시즌을 끝으로 작별을 고한다.

한화는 21일 “한화 이글스 대표 프랜차이즈 스타 김태균이 은퇴를 결정했다”며 “김태균은 최근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후배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고 싶다며 은퇴를 결정, 최근 구단에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20년 프로생활의 마무리는 다소 초라했다. 영구결번이 유력한 레전드지만 성대하기보다는 후배들을 위하며 끝을 맺기를 바랐다.

한화 이글스 김태균이 올 시즌을 끝으로 정든 그라운드를 떠난다. [사진=스포츠Q DB]

 

한국을 대표하는 우타자였고 한화 역사엔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천안남산초-천안북중-북일고를 거친 김태균은 2001년 신인 1차로 고향팀 한화에 입단했다. 첫 시즌부터 남다른 타격 재능을 뽐낸 김태균은 신인왕에 오르며 한화의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거포로 단숨에 이름을 알렸다.

3할, 20홈런이 보장되는 4번 타자로 자리매김한 김태균은 2005년과 2008년 1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2008년엔 커리어 최다인 31개 아치를 그리며 홈런왕에 오르기도 했다.

이듬해 제 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한 김태균은 타율 0.345, 3홈런(공동 1위), 11타점(1위), 9득점(1위)하며 한국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대회 1루수 올스타에 선정된 그는 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주가를 높여가던 그는 2010년 구단주 신동빈 회장이 직접 영입을 지시할 만큼 환대를 받으며 일본프로야구(NPB) 명문 지바 롯데 마린스로 이적했다. 첫 시즌 올스타에도 선발되며 성적과 인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당시 KBSN스포츠 아나운서였던 김석류와 백년가약으로 경사를 맞은 그는 재팬시리즈에서도 우승하며 한국에서 이루지 못한 트로피 수확에 성공했다. 시즌 종료 후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국가대표 4번타자로 맹활약했던 김태균은 화려했던 과거를 뒤로 하고 20년의 커리어를 마무리한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손목 부상과 부진, 도호쿠 대지진으로 인한 심리적 불안까지 겪으며 시즌을 다 마치지 못하고 계약을 해지해 도마에 올랐다. 국내외 비판 여론 속 ‘김도망’이라는 오명이 붙은 것도 이때였다.

2012시즌을 앞두고 한화로 돌아오며 15억 원에 달하는 거액 연봉 계약으로 화제가 됐는데 심리적 안정을 찾은 김태균은 0.363 고타율로 타격왕에 등극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홈런수는 점점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출루율과 장타율을 기록했고 2016년엔 지명타자로 커리어 3번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이글스의 전설을 써내려갔다.

뛰어난 출루본능에 ‘김출루’, 뛰어난 수비를 보일 땐 ‘김캐치’, 주루 도중 실수로 넘어질 땐 ‘김꽈당’ 등 행동 하나하나마다 별명이 따라 붙었다. 오죽하면 ‘김별명’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그만큼 뛰어난 실력과 이로 인한 높은 관심을 방증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타격 생산성이 점점 떨어졌다. 지난해까지도 3할 타율을 기록했지만 홈런은 물론이고 타점, 장타율까지 모두 내리막을 그렸다. 높은 타율에 비해 아쉬운 장타율에 ‘김똑딱’이라는 오명이 씌어진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 다시 FA 자격을 얻은 김태균은 구단의 2년 15억 원 제안을 뿌리치고 1년 10억 원 단기계약을 맺었다. 냉정히 결과로 평가받겠다는 각오였다.

6월 반짝 활약을 하기도 했지만 부진의 터널을 쉽게 헤쳐 나오지 못했다. 지난 8월엔 팔꿈치 부상으로 재활군으로 내려갔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모든 훈련 활동이 금지되자 마음을 굳혔다.

은퇴 경기도 마다한 김태균(오른쪽)은 후배들의 기회를 뺏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조용한 퇴장을 택했다. [사진=스포츠Q DB]

 

통산 2009경기에 출전해 타율 0.320(역대 9위) 2209안타(3위), 3557루타(4위), 출루율 0.421(2위), 311홈런(공동 11위) 등 다양한 족적을 남긴 김태균은 조용히 떠나기로 결심했다.

마지막 4차례 홈경기에서 팬들에게 인사할 기회도 있지만 김태균은 이또한 마다했다. “우리 이글스에는 미래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좋은 후배들이 성장하고 있다. 후배들에게 그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은퇴를 결정했다”는 김태균은 “구단과 팬 여러분 모두 많은 사랑을 주셨는데 그것을 다 보답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하지만 우리 팀의 미래를 생각할 때 내가 은퇴를 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했다”고 은퇴 결정 배경을 전했다.

팬들에게 보답하겠다는 마음은 은퇴 후에도 이어갈 예정이다. 한화는 김태균의 의사를 반영해 내년 시즌 그를 스페셜 어시스턴트로 위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김태균은 팀 내 주요 전력관련 회의와 해외 훈련 등에 참가하는 단장 보좌 어드바이저 역할을 담당한다.

은퇴경기는 무산됐지만 인사도 없이 떠나가는 건 아니다. 한화는 올 시즌 코로나19에 따른 제한적 관중 입장이 진행 중인 관계로 김태균의 은퇴식은 내년 시즌 중 진행키로 했다. 이에 앞서 22일 KIA 타이거즈와 홈경기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어 소회를 직접 밝힌다.

한화 팬들을 웃고 울리기도 했던 김태균이다. 긍정적인 것만큼 부정적인 별명도 많았다. 하지만 마지막엔 후배들을 위한 배려를 잊지 않는 ‘김선배’ 모드로서 미련 없이 정든 그라운드와 작별하게 됐다. 또 하나의 별이 지지만 팬들은 다양했던 별명 만큼이나 제각각 기억으로 그를 추억할 것이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