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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 스페셜매치가 갖는 의미 셋 [SQ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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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 스페셜매치가 갖는 의미 셋 [SQ현장]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10.22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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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사실상 올해 국내에서 열린 첫 유관중 여자축구 경기였다. 선수들과 팬들 모두 간절히 바랐던 국가대표팀 경기다. 스페셜매치에 나선 양 팀 모두 내년 초 거사를 치를 예정이기에 서로를 상대하는 이 맞대결이 갖는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22일 경기도 파주스타디움에서 A대표팀과 20세 이하(U-20) 대표팀 간 2020 신세계 이랜드 후원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스페셜매치가 열렸다. 2차전은 오는 22일 같은 장소에서 비공개로 진행된다.

하지만 표면적 의미 외에도 이번 스페셜매치가 갖는 의미가 상당하다. 이를 세분화하면 크게 3가지다.

올해 국내 첫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경기가 열렸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간절했던 실전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은 도쿄 올림픽 최종예선 플레이오프(PO)에 대비한다. 지난 2월 이후 8개월 만의 소집이다. PO 중국전은 당초 3월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해 내년 2월로 연기됐다.

도쿄 올림픽에는 국제축구연맹(FIFA·피파)랭킹 11위 강호 일본이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참가하고, 북한(10위)이 불참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본선 경험이 없는 한국(18위)에게도 절호의 기회가 왔다. 이미 호주(7위)가 PO를 통과해 본선행을 확정한 가운데 마지막 티켓 한 장을 두고 한국은 중국(15위)과 다퉈야 한다. 

허정재 감독이 지도 중인 U-20 대표팀 역시 26일까지 FIFA 코스타리카-파나마 U-20 여자월드컵 대비 3차 국내훈련을 벌이고 있다. 역시 8월 개최됐어야 했지만 내년 1월로 미뤄졌다.

그동안 정상적인 소집훈련 및 실전경기를 진행할 수 없었기에 이번 두 차례 경기와 이를 전후한 훈련과정은 소중한 기회다. 두 팀 모두 새로운 선수들을 시험하고 전력을 점검할 수 있다.

허 감독은 월드컵을 3개월 앞둔 상황에서 선수들에게 A대표팀이라는 '강팀'과 경기 경험을 부여하는 것은 물론 실전감각을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다. 그동안 남자 유소년 선수들과 연습경기를 치르며 체격이 좋은 외국 팀과 벌일 본선을 준비해왔지만 10년 전 같은 대회를 경험한 '언니'들이 다수 포진된 A대표팀만큼 좋은 스파링 파트너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허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 중 하나다. 결과보다는 팀이 발전하는 게 중요하고, 오늘 뛰지 않은 선수들도 최대한 강팀(A대표팀)과 경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 2차전 로테이션을 가동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날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 활발하게 움직인 주장 강지우(고려대) 역시 “U-20 대표팀에서 A대표팀으로 월반한 선수들이 있어 나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 내게 많았던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게 아쉽다”며 “언니들은 경험이 많기 때문에 압박을 여유롭게 풀고 공간을 만드는 능력이 좋았는데, 그런 점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민아를 응원하는 팬들이 유니폼과 포스터, 현수막을 내걸었다. [사진=STN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WK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의 유니폼이 경기장 곳곳에 걸렸다. [사진=STN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 팬들 갈증도 풀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1단계로 하향됨에 따라 이번 스페셜매치에 관중을 들였다. 전 좌석을 오픈한 것은 아니지만 경기장 동측 스탠드 1, 2층에 팬들이 자리했다. 또 STN스포츠, 네이버스포츠, 아프리카TV 등 주요 플랫폼을 통해 생중계됐다.

평일 오후 2시라는 취약시간대에 경기가 열렸기 때문에 지난해 경기도 용인에서 열린 아이슬란드와 2연전만큼 많은 관중이 운집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축구 그리고 여자축구, WK리그(여자 실업축구)를 사랑하는 열성적인 팬들이 파주스타디움을 찾았다. 이날 총 441명이 늦가을 쌀쌀한 날씨 속 코로나19 사태에도 아랑곳 않고 경기장을 방문했다.

몇몇 팬들은 대표팀 인기스타인 장슬기, 이민아(이상 인천 현대제철) 등 WK리그 소속 구단 유니폼과 포스터, 현수막 등을 내걸고 응원전을 벌였다. 육성 응원은 제한됐지만 각자 지정된 좌석에서 경기 진행요원 안내에 따라 지침을 준수하며 현장에서 팬심을 전달했다.

여자축구는 지난 3월 올림픽 최종예선이 취소됐고, WK리그는 무관중으로 축소 운영했다. 또 지난 8월 여왕기 전국여자축구대회 역시 코로나19가 다시 창궐하면서 관중 없이 치러졌다. 여자축구 팬들 입장에선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반가운 이벤트가 아닐 수 없다.

대한축구협회는 10월 남녀대표팀 스페셜매치 4연전을 준비했는데, 이는 수입이 감소한 상황에서 꺼낸 고육지책으로도 풀이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후원사, 보고 있나?

올해 A매치는 사실상 실종됐다. 비단 여자축구뿐 아니라 남자축구도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이 내년으로 미뤄지는 등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번 스페셜매치는 선수들 기량을 점검하고, 실전감각을 유지하기 위한 차원의 경기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KFA가 생존을 위해 꺼낸 고육지책성 카드이기도 하다. 

KFA가 올해 책정한 예산은 963억 원. A매치가 정상적으로 치러졌을 경우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 633억 원이 포함된 수치다. 국내외 A매치 유치를 통해 기대되는 중계권 및 입장료 수익이 적잖은데, 올해는 지금껏 이 부분이 전무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KFA 사업계획 결산자료에 따르면 중계권과 입장료 수익은 각각 102억 원, 83억 원 수준이었다.

KFA는 최근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지난 4월 임직원과 각급 대표팀 지도자 등 급여를 일부 삭감했다. 또 이달부터 내년 3월까지 전 직원 단축 근무 체제에 돌입한다. 임금을 17%가량 줄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또 FIFA로부터 500만 달러(57억 원)를 대출해 부족한 부분을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KFA 수입 상당 비중이 공식 후원사로부터 나온다. 지난해 후원사 수익은 311억 원이었고 올해는 이보다 20% 가까이 늘어났다고 전해진다. 파트너사 홍보를 위해 올해 적어도 KFA 주관 A매치 5경기 개최를 약속했지만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혔다. 

10월 남녀대표팀 스페셜매치 3경기를 기획하고 ‘벤투호’의 11월 유럽원정을 추진한 덕에 가까스로 5경기를 충족했다. 스폰서사 대부분이 KFA와 오랫동안 협력하고 있는 만큼 어려운 상황을 잘 이해한다. 이번 남녀대표팀 각 2연전은 KFA가 후원사를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치인 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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