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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초점] KT 유한준 '나를 따르라', 가을야구 '무한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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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초점] KT 유한준 '나를 따르라', 가을야구 '무한 자신감'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10.23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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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포스트시즌에선 나만 믿고 따라오라고 말하고 싶다.

불혹의 베테랑은 자신의 이름과는 반대로 가을야구에 대한 무한한 자신감을 보였다. KT 위즈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행을 이끈 주장 유한준(40)의 이야기다.

유한준은 22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쏠) 프로야구(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최종전에서 6회초 싹쓸이 2루타 포함 5타수 2안타 4타점 맹활약하며 17-5 대승을 이끌었다.

2013년 1군 편입 후 6시즌 만에 창단 첫 가을야구 진출을 확정지은 날, KT 2번째 시즌부터 함께 했던 유한준이 중심에 있었다.

KT 위즈 유한준이 22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3타점 싹쓸이 2루타를 때려낸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KT 성장과 함께한 베테랑, 드디어 이룬 꿈

1,3회 침묵한 유한준은 팀이 1-3로 끌려가던 6회초 선두 타자로 나서 상대실책으로 출루해 추격의 불씨를 당기는 득점에 성공했다. 타자일순하며 5-3으로 역전한 뒤 2사 만루 다시 타석에 들어서선 홍건희에게 좌중간을 가르는 대형 2루타를 때려내며 주자 3명을 모두 불러들였다. KT가 사실상 승기를 굳힌 장면이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마주한 유한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좋다. 매번 ‘가을야구에 가겠다’고 호언장담했는데, 거짓말쟁이가 안 된 것 같아 다행”이라며 “팬들께 가을야구를 약속했는데 꿈을 이뤘다. 약속을 지키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기에 더욱 감격스러웠을 터다. 2004년 현대에서 데뷔한 유한준은 2015년 타율 0.362 23홈런 116타점 커리어하이 시즌을 써내고 생애 첫 골든글러브까지 수확했다. 최전성기에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그의 선택은 KT였다. 4년 60억 원 대형 계약을 맺고 막내 팀 KT를 가을야구로 이끌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품고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30대 중반을 넘긴 나이에도 4년 연속 3할 타율을 유지한 유한준과 달리 팀은 쉽게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지난 시즌엔 이강철 감독 부임과 함께 첫 5할 승률을 달성했지만 그게 끝이었다. 가을야구는 남의 집 잔치였다.

큰 반전 없이 흘러가는 듯 보였다. 8월 중순까지도 7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유한준이 앞장섰다. 올 시즌 114경기 타율 0.281 10홈런 60타점 47득점으로 다소 아쉬운 기록이었지만 10월 타율 0.452 맹타를 휘둘렀다. 가을야구를 확정짓던 날에도 유한준은 가장 돋보였다. 결국 팀과 자신 모두 함께 원하던 목표 하나를 이뤄냈다. 

유한준은 "포스트시즌에선 나만 믿고 따라오라고 말하고 싶다"고 가을야구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사진=연합뉴스]

 

◆ 나를 따르라, 베테랑은 외친다

처음 나서게 된 가을야구를 앞두고 걱정이 클 법하다. 이강철 감독도 “남은 기간 고쳐나가면 좋아질 것”이라며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를 부인하지 않았다.

경험이 가장 큰 약점인 막내 팀이기에 유한준에게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다. 주장 유한준은 팀 동료들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형이지만 올해는 묻어갔다”며 “이런 말하기 조심스럽긴 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선 나만 믿고 따라오라고 말하고 싶다. 경험도 있고 고참들이 리드할테니 어린 선수들은 형들만 따라왔으면 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조심스러운 성격으로 그동안 말보다 실력으로 증명해왔기에 더욱 신뢰가 갔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은 팀이 가장 필요로 할 때 믿음을 안겨줬다. 올 시즌 득점권에만 서면 타율 0.310으로 강해졌고 중압감이 큰 4번 타자 자리에서도 0.326로 방망이는 더욱 불타올랐다.

5시즌이나 포스트시즌에 나서며 팀 내 누구보다 가을에 바빴다. 통산 포스트시즌 타율은 0.193로 좋지만은 않았지만 2014년 한국시리즈에선 연타석 홈런을 때려내는 등 타율 0.333 맹타를 휘두르기도 했다. 큰 무대 경험에 대해선 아낌없는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위치다.

가을야구 진출의 기쁨은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 평소 콜라도 마시지 않을 정도로 철저한 자기 관리를 하는 유한준은 “시즌 후엔 콜라가 아니라 맥주 한 잔도 괜찮다”면서도 당장은 또 다른 목표를 향해 솔선수범하겠다고 강조했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해 있는 박경수를 위해서라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시간을 벌겠다는 유한준. 가을야구를 앞두고 팀의 잠재력을 무한으로 끌어올리려는 그의 행보에 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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