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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 베일 손흥민 'KBS'와 축구판 상징적 공격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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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 베일 손흥민 'KBS'와 축구판 상징적 공격라인
  • 김준철 명예기자
  • 승인 2020.10.2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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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준철 명예기자] 시즌 15골 이상 책임질 수 있는 공격수 1명만 있어도 성공적인 시즌을 보낼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선수가 2명 더 있다면 축구계를 흔들만한 막강 공격라인 구축이 가능해진다. 최근 공격축구가 대세로 떠오르며 공격트리오들이 주목받고 있다. 그 영향으로 과거 한 획을 그었던, 굵직한 공격라인도 재평가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화제를 모으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 ‘KBS 라인(해리 케인-가레스 베일-손흥민)’이다. 토트넘은 지난 19일(한국시간)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202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5라운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전에서 3-3으로 비겼다.

올 시즌 기대를 모으고 있는 토트넘 'KBS(케인-베일-손흥민) 라인' [사진=토트넘 홈페이지]
올 시즌 기대를 모으고 있는 토트넘 'KBS(케인-베일-손흥민) 라인'. [사진=토트넘 공식 홈페이지 캡처]

올 시즌 토트넘 임대로 기대를 모은 베일은 이날 후반 교체로 첫 출격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물론 아직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아 기대에 부응하는 경기력을 보여주진 못했다. 더군다나 그가 들어오기 전 3-0으로 앞서던 토트넘은 투입 뒤 내리 3실점하며 3-3 무승부를 기록했다. 그래도 베일은 환상적인 드리블 돌파로 일대일 찬스를 만드는 등 의욕적인 플레이로 기대감을 높였다. 

이미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손흥민, 케인에 베일까지 가세한다면 리그 내 가장 위력적인 공격라인을 만들 수 있다. 지난 라운드에서도 8분여 짧은 시간이었지만 3명이 함께 뛰며 합을 맞추기도 했다. 오는 27일 리그 6라운드 번리전에서도 이 조합이 선발 출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손흥민이 리그 7골로 득점 공동선두에 올라있고 케인이 5골 7도움으로 최전방에서 위용을 떨치고 있는다. 베일까지 예전 기량을 회복한다면 토트넘은 단숨에 우승후보로 올라설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 BBC 라인(카림 벤제마, 가레스 베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베일은 이미 레알 마드리드에서 화려한 공격조합을 경험한 바 있다. 바로 'BBC' 라인이다. 베일-카림 벤제마-크리스티아누 호날두로 이어진 BBC 라인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4회, 라리가 우승 1회, 코파 델 레이(국왕컵) 우승 1회를 합작하며 레알 역사상 최고 스리톱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이들이 합을 맞춘 두 번째 시즌인 2014~2015시즌 레알은 총 178골을 넣었는데, 이 중 60%인 108골을 이 셋이 책임지며 엄청난 화력을 자랑했다.

플레이 스타일도 역동적이었다. 주로 호날두와 베일을 역발 윙어로 두고, 측면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와 마무리하는 득점 패턴이 가장 많았다. 벤제마는 최전방에만 머무르지 않고 2선으로 내려와 탁월한 연계로 두 선수 득점 지원에 힘쓰는 한편, 결정력이 필요할 때는 순도 높은 골 결정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BBC 라인은 시즌을 치를수록 함께하는 시간이 적어졌다. 2016년 지네딘 지단 감독 부임 이후 벤제마가 득점 면에서 전성기에 올랐고 호날두와 베일도 전반기 몰아치기와 달리 높은 결정력을 보여줬으나, 노쇠화와 부상이 계속해서 그들의 발목을 잡았다. 결국 2016~2017 UCL 조별리그에서 베일이 발목 부상을 입고 수술대에 오르자 BBC 라인은 더 이상 합을 맞추기 어려워졌다. 그리고 2018년 7월 호날두가 유벤투스로 이적하면서 트리오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 MSN 라인(리오넬 메시, 루이스 수아레스, 네이마르)

'MSN(메시-수아레스-네이마르) 라인' 덕분에 바르셀로나는 2010년대 전성기를 구가했다. [사진=연합뉴스]
'MSN(메시-수아레스-네이마르) 라인' 덕분에 바르셀로나는 2010년대 전성기를 구가했다. [사진=연합뉴스]

레알에 BBC 라인이 있다면 라이벌 바르셀로나에는 'MSN' 라인이 있었다. 메시, 루이스 수아레스, 네이마르가 이끈 MSN 라인은 수아레스가 합류한 2014년 여름부터 네이마르가 파리 생제르맹(PSG)으로 이적한 2016~2017시즌까지 유지됐다. 기간은 BBC보다 짧았지만, 임팩트는 더 컸다는 게 중론이다. 2014~2015시즌 이들은 바르셀로나에 트레블(라리가, 코파 델 레이, UCL)을 선물하면서 기념비적인 시즌을 보냈고, 이듬해 더블을 기록하며 바르셀로나 황금기를 이끌었다.

결성이 발표된 직후에는 셋의 플레이 스타일이 겹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으나, 메시를 축으로 두고 나머지 두 선수 위치만 조정한 뒤 프리롤로 뛰게 하자 엄청난 시너지를 냈다. 호르헤 삼파올리 아르헨티나 전 국가대표 감독은 “이 3명이 친하기까지 한 건 축구계 최악의 사건이다. 셋이 함께 뛰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밝힐 정도였으니 이 조합이 최고였음에는 이견이 없다.

MSN 라인은 바르셀로나를 오래 이끌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재정문제가 터졌다. 2017년부터 세 선수 연봉 합계 추정치는 샐러리캡 상한치 1/3에 이른 상황이었다. 그리고 PSG가 바이아웃(이적 허용 최소이적료)을 지불, 네이마르를 영입하며 MSN 라인은 해체됐다. 이후 영입된 필리페 쿠티뉴와 앙투안 그리즈만 등을 엮어 'MSC' 라인, 'MSG' 라인을 만들어봤지만 원조만큼 무게감이 느껴지진 않았다.

◆ 마누라 라인(사디오 마네, 호베르트 피르미누, 모하메드 살라)

지난 10월 영국 매체 BBC는 리그 최고 공격트리오를 뽑는 투표를 진행했는데, 토트넘 KBS 라인이 1위(득표율 37%)를 차지했다. 하지만 2위와 격차가 크지 않았다. 2위는 바로 33% 지지를 받은 마네-피르미누-살라 '마누라' 라인이다.

마누라 라인은 2017~2018시즌 결성됐다. 이전까지 피르미누와 마네가 버티고 있었으나 공격진에서 활약이 아쉬웠다. 피르미누가 2년 연속 11골에 그쳤고, 마네도 사우샘프턴 시절과 비교해 훨씬 낫다는 평가를 내리기 어려웠다. 그러나 '슈퍼 크랙' 살라가 들어오면서 이 트리오가 제대로 빛을 냈다. 살라는 이적 시즌부터 영국프로축구선수협회(PFA) 올해의 선수상, 잉글랜드 축구기자협회(FWA) 올해의 선수상, EPL 득점왕 등을 휩쓸며 역대급 '레코드 브레이커'로 활약했고, 그 시너지로 피르미누와 마네도 더 많은 공격포인트를 올릴 수 있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마누라 라인이 폭발하니 리버풀 부흥기도 절로 따라왔다. 세 공격수는 리버풀이 2018~2019시즌 14년 만의 UCL 우승, 지난해 첫 EPL 우승을 차지하는데 중대한 역할을 수행했다. 올 시즌에도 공격력은 여전하다. 리그 4경기에 함께 나서 10골 2도움을 기록했다. 리그 2연패와 UCL 16강 진출을 염원하는 리버풀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마누라 라인이 반드시 힘을 내야 한다.
 
◆ 3R 라인(호나우두, 호나우지뉴, 히바우두)

브라질 '3R(호나우두-호나우지뉴-히바우두) 라인' 최전방 공격수 호나우두 [사진=연합뉴스]
브라질 '3R(호나우두-호나우지뉴-히바우두) 라인' 최전방 공격수 호나우두. [사진=연합뉴스]

BBC, MSN, 마누라 모두 2010년대 축구에 한 획을 그은 공격진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 분야 대선배 격인 트리오가 있다. 바로 브라질 '3R' 라인이다. 호나우두-호나우지뉴-히바우두로 이뤄진 3R 트리오는 2002 국제축구연맹(FIFA) 한일 월드컵 주인공이었다. 브라질이 1994년 미국 월드컵 이후 8년 만에 월드컵 트로피를 드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고, 호나우두는 대회 골든볼을 거머쥐었다. 셋은 브라질이 월드컵에서 기록한 18골 중 15골을 합작했다. 이들 중 적어도 한 명은 경기마다 골을 넣으며 확실한 득점력을 뽐냈다.

스리톱은 맞지만 정확히 말하면 1-1-1에 가까운 형태였다. 호나우두가 최전방에, 히바우두와 호나우지뉴가 각각 세컨드 스트라이커와 공격형 미드필더 롤을 맡았다. ‘몰라서 못 막는’ 호나우지뉴가 2선에서 화려한 개인기로 상대 수비를 벗겨냈고, 히바우두가 역동적인 드리블로 치고 들어가면, ‘알아도 못 막는’ 호나우두가 탁월한 결정력으로 마무리하는 식이었다.

명성 하나 만큼은 실로 대단했으나 이 라인은 그렇게 길게 지속되지 않았다. 당초 클럽이 아닌 대표팀이라는 한계도 있었고, 남미선수 특유의 짧은 전성기로 세 선수가 함께 최전성기를 누리기란 어려웠다. 공교롭게 브라질은 2002년 이후 월드컵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4차례 월드컵 중 3번이나 8강에서 떨어지며 체면을 구겼다. 카카와 아드리아누, 네이마르 등 슈퍼스타들이 뒤를 이어 이름을 날렸지만, 이들만큼 무게감 있는 선수들은 없었기에 브라질 팬들 그리움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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