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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슬기X심서연 시프트,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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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슬기X심서연 시프트,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효과는?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10.23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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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장)슬기 선수 중요해요. 슬기, 왼쪽 백? 문제 없어요. 미드필더? 문제 없어요.”

콜린 벨(59) 한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장슬기(26·인천 현대제철)를 향한 무한 신뢰를 드러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파가 합류하지 못한 상황에서 장슬기의 어깨가 무거웠다. 장슬기가 멀티플레이어 기질을 잘 살린 덕에 다양한 선수들을 곳곳에서 점검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여자축구 대표팀은 22일 경기도 파주스타디움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대표팀과 신세계 이마트 후원 여자축구 스페셜매치 맞대결에서 1-0으로 이겼다.

장슬기는 이날 4-3-3 전형의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하며 경기를 진두지휘했다. 전반 추가시간 U-20 대표팀 골키퍼 김민영(울산과학대)의 실수를 틈타 결승골까지 넣었다.

공수 모두 능한 장슬기지만 대표팀에선 주로 레프트백에 설 때가 많았다. 이번엔 소속팀에서 갈고 닦은 미드필더로서 능력을 뽐냈고,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주축이 상당수 빠졌고, 또 소집훈련을 오랜만에 가진 터라 호흡이 잘 맞지 않았던 만큼 경기력이 아쉬웠는데 장슬기가 ‘언니들' 체면을 살렸다.

콜린 벨 여자축구 대표팀 감독은 장슬기를 향한 두터운 신뢰를 표현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경기가 끝나고 장슬기는 “보통 많이 보는 측면이 편하긴 한데, 현대제철에선 미드필더도 보기 때문에 감독님께서 어떤 자리에 기용하든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지금처럼 어느 자리든 잘해서 팀에 꼭 필요한 선수가 되겠다”고 밝혔다.

벨 감독은 “성공하는 팀을 만들고 싶다. 장슬기 같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꾸리고 있다. 지소연(첼시), 조소현(웨스트햄 유나이티드) 등 해외파뿐 아니라 이영주(현대제철), 장창(서울시청) 등 중원 자원이 부상으로 빠져 변화가 필요했다. 장슬기는 인천에서 미드필더로 뛰면서 더 성숙한 축구를 하고 있다. 대표팀 내 리더 중 하나이기 때문에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며 “다양한 포지션에서 뛰고 있는데 피치 위에서 다양한 관점들을 제공할 수 있을 거고, 본인이 배우면서 더 다양한 상황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감독으로서 어디서 뛰라고 해도 군말 없이 잘 따라와 주는 (장슬기 같은) 훌륭한 태도를 갖춘 선수가 있다는 건 감독으로서 정말 좋은 것 같다”고 기뻐했다. 앞서 서툰 한국말로 “슬기 선수 중요해요. 슬기, 왼쪽 백? 문제 없어요. 미드필더? 문제 없어요”라며 치켜세웠던 그다.

장슬기는 이민아(현대제철)와 공격을 지원했고, 포백은 박예은(경주한수원)이 보호했다. 이민아는 햄스트링 부상에서 돌아와 복귀전을 치른 만큼 기량이 한창 좋을 때만 못했다. 장슬기는 양 팀 통틀어 가장 독보적인 기량을 뽐냈다. 순간적인 침투와 경기조율, 활동량까지 흠 잡을 데 없었다.

장슬기가 미드필더로 올라서자 심서연(오른쪽)이 측면 수비로 이동해 뛰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보통 장슬기가 서던 포백의 왼쪽에는 심서연이 자리했다. 풍부한 경험을 갖춘 그는 올 시즌 소속팀에서 측면에서도 좋은 경기력을 보였는데 이날도 빠른 발과 전진성이 눈에 띄었다. 

벨 감독은 “가용할 수 없는 선수가 많은 관계로 경험 많은 장슬기를 미드필더로 올렸다. 심서연은 인천에서 왼쪽에서 뛰었기 때문에 적응하기 쉬웠을 것”이라며 “그래서 센터백에 이세진(한국수력원자력)을 기용할 수 있었다. 심서연은 다양한 포지션에서 뛸 수 있고, 인천에서도 올 시즌 최고 퍼포먼스를 보인 선수 중 하나다. 장슬기와 연계플레이도 좋았다”고 칭찬했다.

대표팀에서 주로 센터백으로 뛰었던 그다. 지난해 프랑스 여자월드컵 최종명단에 낙마했지만 벨 감독 부임 이후 주전으로 낙점됐다. 빌드업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이날은 유틸리티 능력까지 뽐냈다. 덕분에 경험 많은 이세진도 2013년 이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벨 감독의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여자축구 대표팀은 내년 2월 중국과 도쿄 올림픽 최종예선 플레이오프(PO)를 준비하고 있다. 사상 첫 올림픽 본선 진출을 위한 길목에서 코로나19로 발목이 잡힌 상태다. 해외파가 빠졌지만 이렇게 ‘동생’들과 스파링을 벌일 수 있다는 것, 모여서 훈련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값진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벨 감독은 “코로나19 탓에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경기를 진행할 거라고 말씀드리긴 어렵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이번 소집에선 선수들에게 높은 목표를 설정해주고, 대표팀에 들어와 다시 한 번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콜린 벨 감독은 이번 스페셜매치를 소중한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 다양한 연령층 선수들을 소집해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이어 “선수들에게 각인하고 싶은 건 WK리그(여자 실업축구)와 앞으로 치를 국제대회 강도가 다르다는 것”이라며 “더 많은 노력을 해야만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에 추효주(울산과학대), 문은주(대전 대덕대) 등 U-20 대표팀 자원을 콜업하고, 한동안 태극마크와 멀어졌던 이세진, 미드필더 권하늘(보은 상무), 골키퍼 김정미(현대제철) 등 베테랑들을 모두 호출했다. 그는 부임 이후 꾸준히 나이와 상관없이 실력만 된다면 대표팀에 들어올 수 있다며 국내 자원들에 동기를 부여해왔다.

다양한 위치에 설 수 있는 장슬기, 심서연 등 존재는 대표팀 선수운용 폭을 더 넓혀주는 효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벨 감독은 “내가 지금껏 맡았던 팀은 항상 고강도로 훈련하고, 열심히 뛰는 팀이었다. 이번 소집은 대표팀이 다시 잘 굴러갈 수 있도록 첫 발을 떼는 기간이다. 지도자 생활 31년 동안 이렇게 오래 쉰 적은 처음이다보니 현재 훈련 중인 매 순간순간이 만족스럽다”고 했다.

대표팀은 오는 22일 허정재 감독의 U-20 대표팀과 2차전을 치른다. 1차전 교체 출전한 여민지(수원도시공사), 권은솜(수원도시공사), 최유리(세종 스포츠토토) 외에도 이날 뛰지 못한 더 많은 자원들이 벨 감독의 눈도장을 받기 위한 쇼케이스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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