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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식의 아트&아티스트] 언택트 공연, 새로운 대안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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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식의 아트&아티스트] 언택트 공연, 새로운 대안이 될까
  • 스포츠Q
  • 승인 2020.10.26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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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최준식 칼럼니스트] 2020년의 공연계 키워드는 ‘언택트(un+contact)’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공연계는 ‘뉴노멀(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기준 또는 표준)’을 생각해야 할 정도의 위기에 직면했으며, 새로운 대안을 강요 받고 있습니다.

공연계에서는 무대와 관객이라는 공연 생산과 소비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는 아무도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저 이 위기가 떠나길 바랄 뿐 코로나19 이후 공연계의 패러다임을 논할 겨를이 없습니다. 공연시장은 침체를 넘어 생존의 위기까지 내몰리고 있으며 폐업 소식도 여러 곳에서 들리고 있습니다.

서울시오페라단 '오페라 톡톡-로시니' 공연 온라인 생중계 현장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시오페라단 '오페라 톡톡-로시니' 공연 온라인 생중계 현장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공연계의 새로운 대안으로 언택트를 논하지만 비대면 공연을 시작한 것은 대면 공연이 갑작스럽게 유통되지 못하는 현실에서 임시방편으로 갑작스레 진행되고 있습니다. 공연계 사람들은 어느 누구의 가이드도 없으며 플랫폼과 채널도 변변치 않은 상태에서 각자 알아서 새로운 표준을 만들고 있습니다. 정말 할 수 없이 시작한 언택트 공연입니다. 하지만 이제 공연계 내에서 공감을 나누고 관객들에게 제시할 새로운 공연 방식을 이해하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입니다.

언택트 공연은 이제 민간 기획사부터 공공예술단체, 심지어 극장에서도 준비해야 할 하나의 공연제작방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국공립문화시설이 운영 재개된 이후에도 언택트 방식의 무대를 어떻게 구현하고 송출할 것인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세종문화회관도 산하 서울시 예술단 여러 곳이 언택트 공연을 실현하고 있으며 다양한 반응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서울시극단 연극 ‘나, 혜석’, 서울시오페라단 ‘마티네콘서트’, 서울시무용단 무용극 ‘놋-N.O.T’ 등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공연장 휴관 중에도 무관객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관객들과 소통했습니다. 서울시 예술단뿐만 아니라 국립예술단체와 민간, 상업뮤지컬도 네이버TV나 유튜브를 통해 송출하고 실시간으로 관객의 반응을 접하면서 언택트 공연 방식을 조금씩 정립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제 코로나19가 다시 악화될 경우 바로 언택트로 전환 할 수 있도록 극장과 예술단체는 만반의 준비를 해놓은 상황입니다.

 

방탄소년단 온라인 콘서트 '방방콘'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방탄소년단 온라인 콘서트 '방방콘'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순수예술을 넘어 대중예술도 이제 언택트 공연은 새로운 공연체험방식으로 관객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또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등 새로운 문화기술을 접목하며 영상의 재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또한 팬덤 문화가 확실한 K팝 콘서트는 언택트 방식의 유료 공연으로 기존 무대 공연보다 더 큰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관객 수가 정해진 무대 공연과 달리 언택트는 서버가 허용되는 범위에서 수많은 관객들이 시청할 수 있어 입장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국내 팬 뿐만 아니라 해외 팬도 다양하게 접속하여 K팝의 묘미를 즐길 수 있기에 공연 관객층을 다양화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올해 SM엔터테인먼트의 언택트 공연 ‘비욘드 라이브’는 매출 200억 원을 창출했으며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방방콘’도 매출 255억 원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1인당 온라인티켓 가격에 3~4만 원의 고가임에도 저비용 고수익의 매출구조를 확보했다는 측면에서 언택트 공연이 경이적이기까지 합니다. 대형 기획사외에 중소 기획사도 언택트 유료 공연을 진행하기 시작했고 CJ ENM도 유료화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저는 공공 공연장에 재직하고 있기에 관객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극장이 변모해야 한다는 것을 느낍니다. 언택트 공연은 이제 새로운 시대적 흐름입니다. 무대가 현장에 온 해당 관객을 위한 1회성이 아니라 극장 내 영상설비를 확충한 공연 영상화를 통해 실감나게 관객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것은 대세인 듯 합니다. 영국 국립극장에서 히트를 친 공연 영상물 ‘NT Live’는 공연이 무대 밖에서 다른 매체 형식으로 성공적으로 유통될 수 있다는 계기와 확신을 준 프로젝트였습니다. 이제 극장의 역할은 온라인과 실시간으로 무대예술의 현장성을 살려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더욱 넓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최근 모 대기업이 세종문화회관에 ‘온라인 극장’ 구축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세종문화회관이 온라인 상에서 우수 콘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이 필요하고 이를 ‘온라인 극장’이라는 이름으로 구현하자는 내용입니다. 언택트에 대한 관객의 눈높이에 맞춰 공연의 시대적 조류에 대응하는 공공 공연장의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러나 언택트 공연이 공연의 새로운 ‘뉴노멀’로 자리잡기에는 우려되는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첫째로 무대의 현장성은 관객이 공연을 체험하는 중요한 가치이기에 언택트로는 대체할 수 없습니다. 대표적인 대중매체인 TV가 유튜브 등 온라인 매체로 전환되는 시대, 대중매체에 최적화돼 있는 K팝 등 대중예술은 이에 적응하기 쉽습니다. 그리고 주요 소비층도 이러한 전환이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무대 예술이 중심인 순수예술은 이러한 언택트 전환이 낯설고 순수예술을 소비하는 계층도 무대 외에 영상 등 다른 매체에 적응하는 것을 불편해 합니다. 또한 순수예술 장르는 무대의 현장성 자체가 매력이며 관람의 진수입니다. KBS국악한마당은 좋은 TV프로그램이지만 무대에서 체감되는 국악의 매력에 비할 수가 없습니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음악회는 방송으로 송출도 되고 영상화되어 DVD로 판매되고 있지만 오스트리아 빈의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의 관객이 되는 것이 더 영광스럽습니다. 언택트 이전에 무대의 현장성과 매력을 더 끌어올리는 것이 극장의 본연의 임무이며 극장으로 관객을 불러모으는 것이 극장 관계자의 제1의 소임입니다. 무대와 관객은 공연을 통해 혼연일체가 되어야 하며 무대와 관객의 하모니가 공연예술의 매력입니다. 언택트 시대에도 이러한 극장의 역할과 전통을 지켜나가야 합니다.

둘째로, 언택트 공연의 활성화가 오히려 축제 등 공연 시장을 더욱 위축시키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언택트 유료공연이 활성화된다고 하지만 이것은 대중예술시장의 양상일 뿐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지역축제행사는 전멸했습니다. 지역축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도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공연생태계의 한 축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대면 접촉을 꺼려하는 시대적 분위기가 유지된다면 지역 축제는 중단될 수 밖에 없습니다. 축제는 단순한 야외공연행사가 아닙니다. 도시의 매력이자 중요한 관광자원입니다. 그리고 축제를 통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기도 합니다. 축제는 돈을 낸 관객만을 위한 상품이 아닙니다. 모두가 즐기는 공공재이자 지역의 화합과 단합을 위한 촉매제이기도 합니다. 한국은 수도권 중심의 문화가 팽배해 있고 지역문화가 발달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특수성을 살리는 특색 있는 축제는 유지되어야 하고 축제의 현장이 보존돼야 합니다.

서울시무용단 '놋' 온라인 생중계 현장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시무용단 '놋' 온라인 생중계 현장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공연의 뉴노멀이 언택트로 결론 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공연예술의 본질은 지키고 언택트는 취사선택하는 요소가 될 것입니다. 언택트 기술이 진화해 무대의 현장성을 실감나게 전달한다 해도 무대가 주는 매력은 앞으로 여전할 것입니다. 또한 언택트 시대에도 무대와 극장은 더 많아져야 합니다. 무대를 서고 싶어하는 많은 예술인이 조용히 땀 흘리고 있습니다. 한국은, 아직도 극장은 귀하고 무대는 적습니다. 공연예술을 무대에서 향유하는 관객은 지금도 많지 않습니다. 첨단 언택트 기술을 구현하는 공연장이 많아지길 기대하며 언택트뿐만 아니라 무대현장의 매력이 많은 관객들에게 전달되길 바랍니다.

 

최준식
- 스포츠Q(큐) 문화 칼럼니스트
- 예술평론가, 서울시 세종문화회관 근무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축제 심의위원
- 한국콘텐츠진흥원 문화콘텐츠 평가위원
- 한국디자인진흥원 우수디자인 심사위원
- 문체부 예술경영지원센터 직무역량교육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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