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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주 최태원 회장과 김택진 대표 그들만의 1위 축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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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주 최태원 회장과 김택진 대표 그들만의 1위 축하법
  • 김준철 명예기자
  • 승인 2020.10.26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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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준철 명예기자] 최태원(SK 그룹) 회장과 김택진(엔씨소프트) 대표의 구단 응원 방식 차이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두 구단주는 같은 날 격려 차 경기장을 찾았는데 최 회장은 배려심 깊은 축하를 건넨 반면, 김 대표는 ‘인싸(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이)’의 표본을 보여줘 팬들의 흥미를 끌었다.  

SK 그룹 최태원 회장이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제주-수원 전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SK 그룹 최태원 회장이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제주-수원 전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먼저 웃은 쪽은 최태원 회장이었다. 최 회장은 지난 24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0 25라운드 수원FC 전을 직관했다.

사실 최 회장의 제주유나이티드FC(이하 제주) 사랑은 유명하다. 작년 11월 24일 제주 강등이 확정되던 순간에도 그는 경기장에 자리했다. 경기장 방문을 대중에게 알리지 않은 그는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경기장을 조용히 빠져나갔다.

그리고 약 1년이 흐른 시점 제주는 1위 수성 갈림길에 서 있었다. 수원 전은 사실상 K리그2 결승전이었다. 만약 제주가 이번 라운드에서 승리해 승점 차를 6으로 벌린다면 리그 우승의 9부 능선을 넘는 셈이었다. 잔여 경기가 2경기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승점 1을 따내거나, 수원이 2경기 전승을 거두지 못한다면 제주 우승은 확정이다.

올 시즌 가장 중요한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최태원 회장은 이번에도 극비리에 경기장을 찾았다. ‘선수단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제주 선수들은 평소처럼 경기를 치렀고, 당연하듯 승리하며 선두 자리를 더욱 공고히 했다. 단단한 조직력 아래 날카로운 공격이 상대를 몰아치자 수원은 제풀에 지친 모습이었다. 1위를 놓고 다툰 경기라고 하기에는 무색할 정도로 일방적인 제주 흐름이 계속됐다.

최태원 회장은 제주 선수들이 득점에 성공할 때마다 기립박수를 쳤다. 그런데 그것이 전부였다. 보통 경기 마무리가 잘 되면 구단주가 선수단을 찾아 축하 인사를 건네고 격려 차원에서 보너스도 주기 마련이지만 그는 경기가 끝나자마자 발길을 돌렸다.

제주는 이번 승리로 2부 리그 우승과 1부 직행 승격에 유리한 고지에 선 것은 맞지만, 아직 2경기가 남아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구단주가 나선다는 자체가 선수단에 민폐를 끼칠 수 있다는 최 회장 나름의 속내와 배려가 읽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선수단과 대중 앞에 나서진 않았으나, 최 회장은 묵묵한 제주 서포터로 자리했다. 제주는 지난 시즌 강등을 당하는 아픔을 뒤로하고 최 회장의 과감한 투자로 리그를 선도할 힘을 키웠다. 시즌 중반 몇 차례 위기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즌 전부터 그가 가꿔놓은 탄탄한 투자라는 뼈대가 흔들리지 않으며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팀 창단 첫 정규 시즌 우승을 맛본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 [사진=NC 다이노스]
팀 창단 이후 첫 정규 시즌 우승을 맛본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 [사진=NC 다이노스]

제주가 수원을 꺾고 약 3시간이 흐른 뒤, 창원에서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NC 다이노스(이하 NC)가 정규 시즌 우승을 확정한 것. 경기 후 선수들이 우승을 자축하는 사이,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바로 김택진 대표였다.  

김택진 대표는 NC 매직 넘버가 1로 줄었을 때부터 함께 경기장을 따라다녔다. 최 회장과 달리 언론에도 많이 보도될 만큼 NC가 언제 우승을 확정 지을지 귀추가 주목됐다.

하지만 운이 좋지 못했다. 지난 21일 KIA 전을 구단 임직원과 함께 찾았지만 우천 취소되며 아쉬움 속에 발걸음을 옮겼고, 23일 한화 전에서도 우승 축포를 쏘는 것을 지켜보기 위해 직관했으나 팀이 패하며 헛걸음을 해야 했다.

3번 째 시도 만에 김택진 대표는 홈 경기에서 우승 감격을 누릴 수 있었다. 이번 NC 우승은 2011년 창단, 2013년 1군 무대에 합류한 뒤 일군 첫 우승이라 한층 뜻 깊었다. 김 대표 통 큰 씀씀이와 이동욱 감독 리더십이 함께 어우러져 이룬 혁혁한 성과였다.

또한 김택진 대표는 눈높이를 맞춰 소통하는데 일가견이 있다. 괜히 김 대표가 선수단과 팬들 사이에서 ‘구단주’라는 직함보다 ‘택진이 형’이라는 애칭으로 자주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2018 시즌 팀이 최하위로 추락하자 팀 내 고참인 모창민을 불러 향후 방향성에 대해 의논한 바 있다. 의견을 수렴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스스럼없이 선수단과 호흡하고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예였다.

경기가 끝나자 NC 선수단은 우승 모자와 티셔츠로 갈아입고 나와 플래카드를 들고 우승 확정 세리머니를 펼쳤다. ‘인싸’ 김택진 대표도 같은 티셔츠와 모자를 착용하고 기념사진을 찍는 등 선수단에 융화되는 모습이었다. 그는 “창단 때부터 꿈꾸던 꿈 하나를 이뤄냈다. 다음 꿈을 위해 뚜벅뚜벅 걸어 나가겠다. 많은 말을 준비했지만, 함께 이 순간에 있어서 기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팬들에게 인사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우승 향방을 놓고 싸우는 중요한 경기에서 방식이 조금 달랐을 뿐, 최태원 회장과 김택진 대표 응원이 선수단에 큰 힘이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두 구단주 덕분에 제주와 NC 모두 순위표 가장 높을 곳을 차지하며 행복한 잔여 시즌을 보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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