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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체팀' 담원은 증명했다, LCK는 3부리그가 아니라고 [2020 롤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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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체팀' 담원은 증명했다, LCK는 3부리그가 아니라고 [2020 롤드컵]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11.0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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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담원 게이밍이 해냈다. 3부 리그라는 오명을 썼던 LCK는 드디어 자존심을 되찾았다. 담원은 ‘한국 체(최)고 팀’이 아닌 ‘세체팀’으로 우뚝 섰다.

담원은 지난달 31일 중국 상하이 푸둥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리그 오브 레전드(롤)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에서 쑤닝 게이밍(LPL)을 세트스코어 3-1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2013년부터 5연속 정상에 오른 뒤 지난 2년 주춤했던 LCK. 그러나 담원은 LCK가 아직 건재하다는 걸 증명하며 소환사의 컵을 들어올렸다.

담원 게이밍이 2020 롤드컵 정상에 우뚝 섰다. [사진=롤 e스포츠 페이스북 캡처]

 

2017년 창단해 빠르게 성장한 담원은 지난해 롤드컵 8강까지 오르며 세계가 주목하는 다크호스가 됐다.

올 시즌 LCK 스프링 도중 약점으로 평가받은 바텀 라인에 원딜러 ‘고스트’ 장용준이 합류하며 담원은 완전체로 변모했다. ‘베릴’ 조건희의 힘이 더욱 강하게 실렸고 하체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이는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낳았다. 세계 정상급 기량을 지닌 탑 ‘너구리’ 장하권과 미드 ‘쇼메이커’ 허수를 향한 견제가 자연스레 줄어들 수밖에 없었고 반대로 정글러 ‘캐니언’ 김건부는 상체 쪽에 더욱 힘을 실어줄 수 있었다.

LCK 서머에서 담원은 클래스가 다른 팀이 돼 있었다. 단 16승 2패. 승률은 9할에 육박했다. 유리한 상황에서 무리하며 내준 경기도 있었지만 이 같은 운영의 아쉬움도 대회가 후반으로 향하며 완벽히 보완했다.

LCK 1위로 롤드컵에 나선 담원은 LPL 2위 징동 게이밍 등을 압도하며 1위로 8강에 진출했다. 드래곤X(DRX)에 이어 준결승에선 ‘LCK 킬러’ G2 e스포츠마저 꺾었다. 지난해 담원을 울리고 8강에서 젠지 e스포츠를 잡아낸 G2는 자신만만했지만 담원 아펭 웃을 수 없었다.

담원의 우승을 이끈 '너구리' 장하권(왼쪽부터), '캐니언' 김건부, '쇼메이커' 허수, '고스트' 장용준, '베릴' 조건희. [사진=롤 e스포츠 페이스북 캡처]

 

결승 상대도 만만치 않았다. 징동에 이어 담원과 ‘2강’으로 꼽힌 LPL 1위 탑 e스포츠(TES)마저 격침하며 결승에 올랐다. 한타가 강점인 담원에도 밀리지 않은 폭발적 전투력이 무기였다.

1세트 초반부터 용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담원은 어느 때보다 신중히 경기를 끌고 갔다. 플레잉 타임 30분을 잘 넘기지 않기로 유명한 담원은 42분 바론 싸움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한 뒤에야 경기를 마무리했다.

2세트엔 상황이 반대로 펼쳐졌다. 쑤닝에 용 주도권을 내주고 결국 스부는 1-1 원점이 됐다. 탑 라이너 ‘빈’에게 막판 펜타킬까지 내주고 분위기를 넘겨줄 위기였다.

3세트 ‘세체탑’ 장하권이 일을 냈다. 초반부터 탑에서 우위를 점하며 담원은 차이를 벌려갔고 스노볼을 굴려 승리를 따냈다. 4세트 상체에서 재미를 보며 기분 좋게 시작한 담원은 하체에서 손해를 보고도 김건부의 영리한 운영 속에 승기를 가져왔다. 그 사이 잘 큰 장용준의 케이틀린은 막판 쑤닝에 치명타를 입혔다.

상대 넥서스 코앞까지 진격한 담원은 승리를 확신했다. 선수들은 먼저 탈락한 DRX와 젠지의 이모티콘을 띄우며 LCK 팀들을 떠올렸다.

김건부는 결승전 MVP를 거머쥐며 '세체정'으로 등극했다. [사진=롤 e스포츠 페이스북 캡처]

 

경기 후 장하권은 “LCK가 강력한 리그라는 걸 다시 증명하는 첫 발을 뗀 것 같아 정말 기분이 좋다”고 했고 허수는 “작년 8강에서 떨어지고 무력함을 느껴 열심히 노력한 게 팀 우승에 보탬이 된 것 같다”고 뿌듯해 했다.

장하권은 “밴픽부터 시작해 정말 예상이 안됐다. 상대를 예측하는 건 미뤄두고 우리가 뭘 할 수 있는지를 찾는 게 우선이었다”고 말했다. 어쩌면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허수는 “쑤닝도 한타를 잘하지만 우리도 잘하는 팀이라고 생각했다. 집중력 있게 맞섰다”고 승리의 비결을 전했다.

결승전 MVP로 뽑힌 김건부는 “롤드컵 시작할 때 목표가 우승하고 MVP까지 받는 것이었는데 믿기지 않는다”며 “우리팀이 감독, 코치님부터 선수들까지 어느 때보다 열심히 했는데, 그게 좋은 성적의 비결인 것 같다”고 밝혔다.

2013년을 시작으로 SK 텔레콤 T1, 삼성 화이트, 그리고 T1의 2연패, 삼성 갤럭시의 우승으로 LCK는 세계 최고 리그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2018년 국내에서 열린 대회에서도 4강 진출에 실패하며 충격을 안겼고 지난해에도 LPL에 밀려 4강에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맞은 10회 대회. 어느 때보다 강력한 존재감을 뿜어내는 담원이 앞장섰고 결국 LCK에 6번째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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