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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컵 결승] 울산 전북 '또 너?', 감출 수 없는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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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컵 결승] 울산 전북 '또 너?', 감출 수 없는 속내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11.02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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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로=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올 시즌 3번 만났는데 모두 전북 현대가 이겼고, 결국 역전 우승까지 달성했다. 2020시즌 K리그1(프로축구 1부)은 종료됐지만 FA컵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는 남아 있다. 울산 현대는 지나간 아픔을 뒤로 하고 다시 현대가(家) 라이벌 매치를 준비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2020 하나은행 FA컵 결승전 화상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오는 4일 오후 7시 울산문수축구경기장과 8일 오후 2시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홈 앤드 어웨이로 열리는 울산과 전북의 맞대결 앞서 김도훈 울산 감독과 센터백 불투이스, 조세 모라이스 전북 감독과 미드필더 손준호가 각오를 전했다.

양 팀은 하루 전날 열린 K리그 27라운드 최종전에서 나란히 승리를 챙겼지만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26라운드에서 울산을 꺾은 전북이 역전 우승에 성공한 반면 시즌 대부분 1위를 지켰던 울산은 막판에 정상에서 내려왔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과 같은 일이 반복됐다.

전북 현대 2인방은 시종일관 여유가 넘쳤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오는 5일 예정된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각각 감독상과 최우수선수(MVP)상 수상이 유력한 전북의 모라이스 감독과 손준호는 시종일관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여유까지 느껴졌다.

모라이스 감독은 “리그는 끝났지만 FA컵은 아직 남았다. 프로답게 최선을 다해 전북이 잘하는 걸 다시 한 번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했고, 손준호 역시 “팀 분위기가 좋다. 리그 우승을 하면서 FA컵도 제패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더블을 꼭 이뤄내고 싶다”며 “울산이 1000% 준비하면 우리는 1100%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김도훈 감독은 “FA컵에선 부상과 퇴장을 당했던 선수들도 돌아오는 만큼 좋은 경기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감독으로서 팀과 선수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우승도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결연한 각오를 다졌다. 

리그 트로피는 내줬지만 울산은 11월 말 재개되는 ACL까지 여전히 더블(2개 대회 우승)도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눈앞의 FA컵 2연전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울산은 비장한 각오로 FA컵 결승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김도훈 감독은 “더블을 노리기보다 FA컵에 집중해야 한다. 얼마나 자신감을 갖고 우리의 경기를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3패 했지만 잃을 게 없다고 생각한다. 올 시즌 해오면서 좋았던 경기내용을 최대한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K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함으로써 전북전 진 뒤 처졌던 분위기를 전환, 다시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선수들에게 3번 다 졌으니까 FA컵에선 잘 준비해 이길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특히 울산 수비의 핵 불투이스는 25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전에서 레드카드를 받은 탓에 26라운드 전북전 포함 마지막 2경기에 결장했다. 전북전 불투이스 대신 선발 출전한 김기희가 통한의 헤더 실수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는 장면을 피치 밖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불투이스는 “(퇴장 당한 게) 굉장히 실망스러웠지만 축구의 일부라고 받아들였다. 리그 우승 실패는 이미 지나간 일이다. 바꿀 수 있는 건 없기 때문에 FA컵과 ACL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힘줬다.

양 팀은 서로에 대한 존중을 나타내면서도 때때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과거 인터 밀란(이탈리아)에서 조세 무리뉴 감독을 도와 트레블(3개 대회 우승)을 경험한 모라이스 감독에게 여러 대회에서 우승하는 노하우를 묻자 그는 “기자님께 상당히 죄송하지만 지금 김도훈 감독도 듣고 있기 때문에 나중에 따로 알려드리겠다”는 재치있는 답변을 내놨다. 이에 김 감독 역시 구단 스태프에게 “잘 안들린다고 전해”라며 맞받아쳤다.

불투이스가 한글로 전북을 도발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손준호와 불투이스는 서로를 연신 도발했다.

예상스코어를 묻자 손준호가 “1차전 2-0으로 이기겠다”고 했다. 그러자 불투이스는 “2-0이라고 했는데, 1차전은 우리 홈에서 한다. 우리가 2-0으로 승리한다는 걸 의미하는 것 같다”고 응수했다.

불투이스는 또 종이에 한글로 “샴페인 내일 하루 더 드세요”라고 적어 전북에 익살스러운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1차전 전날 밤 우승 축하주를 마시라는 너스레를 떤 것. 이에 손준호는 “샴페인을 마시면 컨디션이 오히려 좋아질 것 같다”며 “하지만 우승한 뒤 마시도록 하겠다”고 받아쳤다.

울산과 전북 모두 1차전 중요성을 강조했다. 울산은 김도훈 감독과 함께 2017년 FA컵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다. 또 김 감독은 20년 전 현역 때 전북 유니폼을 입고 FA컵 결승에서 득점하며 정상에 선 기록이 있어 흥미롭다. 또 은퇴를 선언한 이동국(전북)이 2차전 홈경기에는 나설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어 축구 팬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김도훈 감독은 우승하면 선수들 유니폼을 팬들에게 선물하는 것도 모자라 큰 절을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리그를 마치며 “지난 2년간 많이 늙은 것 같다”는 말로 마음고생을 토로한 그다. 김 감독이나 불투이스나 울산 팬들의 실망감을 알기 때문에 더 각오가 남다르다. 울산 2인방의 말에선 비장함이, 전북 2인방의 말에선 자신감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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