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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클' 김연경, '도사' 루소 압도... 숫자에 못 담는 리더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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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클' 김연경, '도사' 루소 압도... 숫자에 못 담는 리더 [SQ초점]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11.03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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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프로배구 여자부 수원 현대건설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동료 이다현은 헬렌 루소(29·벨기에)를 ‘배구도사’라고 칭했다. ‘배구여제’ 김연경(32·인천 흥국생명)도 루소가 V리그에 오자 “한국에서 뛸 선수가 아니다”라는 말로 그 기량을 설명한 바 있다.

3일 경기도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의 2020~2021 도드람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맞대결은 양 팀 에이스 김연경과 루소의 매치업으로도 기대를 모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김연경의 완승이었다. 터키리그에 이어 다시 만난 루소를 한 수 지도했다. 이날 루소가 흥국생명 높은 블로킹 벽에 고전한 반면 김연경은 명불허전 공수겸장 기량을 과시했다.

이날 서브에이스 3개, 블로킹 2개 포함 26점(공격성공률 53.84%)으로 흥국생명의 세트스코어 3-1 승리, 개막 4연승을 이끌었다. 범실은 단 2개에 그쳤다. 트리플크라운급 활약이다. 하지만 그가 팀에 끼치는 긍정적인 기운은 비단 숫자로 나타낼 수 있는 경기력에만 국한되진 않는다.

김연경이 흥국생명의 개막 4연승을 이끌었다.

현대건설이 기세를 올릴 때면 서브에이스와 특유의 각 깊은 스파이크로 점수를 내며 흐름을 끊었다. 적시에 블로킹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직접 상대 공격을 리시브한 뒤 점프해 때린 공격은 김연경 클래스를 요약한 장면이었다. 4세트 24-23 기나긴 랠리에서 이다영은 계속 김연경에게 공을 밀었고, 그는 마지막에 특유의 페인트로 득점하며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에 맞선 루소는 현대건설에서 가장 많은 17점을 올렸지만 공격성공률 31.48%, 공격효율 12.96%에 그쳤다. 경기를 중계한 장소연 SBS스포츠 배구 해설위원은 “외국인선수 루소가 성공률 40% 이상, 그리고 연타만이 아닌 강타도 때려줘야 한다”는 말로 이날 아쉬웠던 루소 활약을 꼬집었다.

김연경은 경기를 마친 뒤 “1세트를 뛰면서 쉬운 경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역시 쉽지 않았다. 몸 상태, 선수들과 호흡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 앞으로 더 기대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11년 만에 부모님이 방문한 현장에서 V리그 통산 150번째 서브에이스를 달성했으니 감회가 남다르다고 했다.

김연경 가세는 경기력 향상은 물론 동료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효과도 크다. 특히 지난 시즌까지 팀 공격 절반가량 책임진 이재영은 한결 부담을 덜었다.

지난해까지 김해란이 코트 위 실질적 리더였다면 이제는 김연경(왼쪽)이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사진=KOVO 제공] 

이재영은 “작년보다 부담은 훨씬 많이 줄었다. (김)연경 언니도 있고, 루시아와 센터, 좋은 세터도 있다 보니 좋다. 지난 시즌까지 (김)해란 언니가 중심을 잘 잡아줬고, 올해는 연경 언니가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천 한국도로공사와 직전경기에서 먼저 두 세트를 내주면서 끌려갔지만 역전승을 일궜다. 이날도 2세트를 내줬고, 4세트에도 앞서다 역전을 허용하며 승부를 풀세트까지 끌고 갈 뻔했지만 버텨냈다. 기대만큼 압도적인 경기력은 아니나 어쨌든 위기를 극복해 가면서 4연승에 도달했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언니들이 중심을 잘 잡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김연경은 코트 위에서 여러 방면으로 팀에 도움을 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수비와 2단 연결은 물론 주장으로서 동료들을 다독이고 기를 세워주는 기술도 일품이다. 이날 루시아가 어려운 공을 처리해주자 머리를 쓰다듬는 장면에 눈에 띄었다.

이에 대해 그는 “루시아가 부상을 달고 뛰고 있다. 심적으로도 많이 힘들 텐데 팀 분위기를 생각해 티를 안내고 있다. 4세트 어려운 순간 3득점 해주며 팀에 보탬이 돼 고맙다”고 치켜세웠다. 이다영과 호흡이 완벽하지 않은 데다 부상도 있어 경기력에 기복이 있지만 감싸안으며 북돋웠다.

김연경은 주장으로서 경기 외적으로도 팀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4세트 도중 황민경이 착지하는 과정에서 이다영 발을 밟았고, 이다영이 아킬레스건을 다쳐 경기가 잠깐 중단됐는데 김연경이 분위기를 수습하는 데 앞장섰다. 때때로 심판에게 필요 이상으로 항의할 때도 있는데 이에 대해 “작전이긴 한데, 가끔 경기 흐름을 끊기 위해 심판에게 항의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김연경을 중심으로 흥국생명 경기력은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박미희 감독과 김연경이 공통으로 꼽는 과제는 명확하다. 새 주전 세터 이다영과 호흡을 끌어올리고, 승부처에 김연경에게 토스가 집중되는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박 감독은 “어려울 때 김연경 본인이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점도 있지만 긴 시즌 지치지 않으려면 좋은 공도 받아야 한다. 쉽게 점수를 낼 수 있는데 굳이 돌아갈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또 팀 경기라 개인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그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오늘도 (이다영이) 1~2개 더 김연경에게 줄 수 있었다”면서도 “세터 입장에선 고른 분배에 대한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럴 때 참고 줄줄 알아야 한다. 앞으로 더 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연경 역시 “후반에 공이 몰려서 오는 부분이 있어 다 같이 한 번 생각을 해봐야 할 것”이라는 말로 풀어야 할 숙제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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