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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심장' KT 소형준, '국대급 투수' 등장이오! [SQ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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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심장' KT 소형준, '국대급 투수' 등장이오! [SQ인물]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11.09 2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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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이름과는 전혀 달랐다. ‘대형 심장’을 지닌 무서운 신예 소형준(19)는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를 기우로 바꿔놨다.

소형준은 9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0 신한은행 SOL(쏠)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 1차전에 선발 등판, 6⅔이닝 100구 3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 호투했다.

막내 구단의 첫 가을야구에 가장 어린 선수가 선봉에 섰다. 팀은 2-3으로 졌지만 무서움을 모르는 당찬 신인의 패기에 KT도 힘을 얻었다.

KT 위즈 첫 가을야구 1선발을 맡은 소형준. 기대에 걸맞은 투구로 팀에 용기를 심어줬다.

 

창단 이후 첫 가을야구. 이강철 KT 감독의 선택은 소형준이었다. 류현진(18승·당시 한화), 염종석(17승·당시 롯데)에 이어 역대 만 19세 투수 중 3번째로 많은 승리를 따낸 남다른 ‘떡잎’이었다.

큰 경기에 신인을 선발로 등판시킨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두산과 준PO에 나선 이민호는 불안감을 키웠다. 올 시즌 4승 4패 평균자책점(ERA) 3.69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고 두산전 4경기에서도 ERA 2.57로 강했다.

하지만 가을야구는 달랐다. 준PO 2차전 선발로 나서 3⅓이닝 5피안타(1피홈런) 4사사구 3실점하며 고개를 숙였다. 노련한 두산 타자들을 상대로 가을야구의 중압감을 벗지 못했다.

그러나 소형준은 자신이 왜 신인상 1순위로 평가받는지 증명했다. 고졸루키로서 올 시즌 13승 6패 ERA 3.86을 기록하고 두산전에서도 6경기 3승 1패 ERA 2.51로 강력한 면모를 보였던 그는 경험 많은 두산 타자들을 철저히 봉쇄했다.

호수비한 심우진(왼쪽)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는 소형준.

 

1회초 유격수 심우준의 실책으로 불안하게 시작하고도 이후 세 타자를 모두 범타로 잡아내며 스스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4회 김재환에게 2루타를 맞기까지 노히트 피칭을 펼치던 소형준은 이후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6회에도 수비 실책이 나왔지만 흔들리지 않고 이닝을 마무리지었다.

그러나 투구수가 100구에 근접한 7회 위기가 찾아왔다. 1사에서 허경민에게 좌측 펜스를 맞고 나오는 대형 안타를 맞고도 수비 도움으로 2아웃을 잡았는데, 이후 박세혁에게 안타, 김재호에게 볼넷을 내주고 흔들렸다.

누구보다 듬직하게 가을야구 첫 무대를 장식한 소형준 뒤엔 형들이 있었다. 공을 넘겨받은 주권은 오재원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며 소형준의 무실점 피칭을 완성시켰다.

경기 후엔 “이강철 감독이 1차전 선발로 낸 이유가 있다. 신인이지만 경기 운영을 하거나 마운드에서 던지는 것 보면 1선발로 손색이 없는 투수”라고 극찬했다.

소형준은 가을야구 데뷔전 6⅔이닝 무실점 호투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소형준에게도 여간 부담스러운 경기가 아니었을 터. 이 감독은 경기 전 “일부러 아무 말도 안했다. 인사만 했다. 어차피 옆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했을 것”이라며 “괜히 내가 가서 이야기하면 긴장만 더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경기 후 이 감독은 “뭐라고 더 이상 칭찬할 게 없다”며 “국대급 투수가 하나 나온 것 같다. 나도 저 때 저렇게는 못했다. 누구 못지않게 좋은 경기를 했다. 강팀 두산을 만나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었던 건 소형준 덕분”이라고 제자를 치켜세웠다.

소형준의 호투는 경험이 가장 큰 약점인 KT에 큰 자양분이 됐다. 디펜딩 챔피언과 대등히 싸웠고 2점을 먼저 내주고도 동점을 만드는 저력을 보였다. 비록 승리는 놓쳤지만 소형준의 쾌투가 KT에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줬다.

지휘봉을 잡고는 처음 포스트시즌에 나선 이강철 감독도 “분위기에서 밀릴 수 있는 걸 소형준이 대등한 경기로 이끌어줬다”며 “선수들도 잘 적응한 것 같다. 2차전부터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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