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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퍼트 그리고 플렉센, 두산 'AGAIN 2015' 현실이 될까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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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퍼트 그리고 플렉센, 두산 'AGAIN 2015' 현실이 될까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11.10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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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시구자로 잠실벌을 찾은 ‘니느님’ 더스틴 니퍼트(39)는 고개를 숙였고 크리스 플렉센(26)도 모자를 벗어 예의를 갖췄다. 두산 베어스의 과거와 현재의 만남이었다. 마치 과거의 기운을 현재에 전달해주는 것 같기도 했다.

이후 플렉센은 니퍼트의 향기를 마구 뿜어내고 있다. ‘어게인 2015’를 힘차게 외칠 수 있는 것도 플렉센이라는 확실한 1선발이 있기 때문이다.

플렉센은 9일 KT 위즈와 플레이오프(PO) 1차전 선발 등판, 7⅓이닝 4피안타 2볼넷 11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고 결승타의 주인공도 있었지만 경기 MVP는 이견 없이 플렉센이었다.

크리스 플렉센이 9일 KT 위즈와 PO 1차전에서도 완벽투를 펼쳤다.

 

올 시즌을 앞두고 기대감을 모으며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어린 나이와 큰 키, 강력한 속구는 니퍼트를 떠올리게 했다. 그러나 시즌이 진행되며 부침을 겪었다. 부상까지 당해 2개월 가량 1군에서 말소돼 있었다.

놀랍게도 9월 복귀 후 플렉센은 한 단계 성장해 있었다. 준PO에서 만난 류중일 LG 트윈스 감독은 “이천(두산 2군 캠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10월 5경기에 나서 4승 평균자책점(ERA) 0.85로 압도적인 피칭을 펼쳤다. 기세를 몰아 나선 LG와 준PO 1차전 6이닝 동안 106구를 던지며 4피안타 11탈삼진 무실점 호투, 승리까지 따냈다.

나흘 쉬고 마운드에 오른 플렉센은 최고 시속 152㎞ 속구(56구)와 큰 폭으로 떨어지는 커브(19구), 날카롭게 휘어나가는 슬라이더(27구), 체인지업(6구)를 섞어 108구를 던지며 KT 타선을 잠재웠다.

빠른공을 좀처럼 공략하지 못했고 속구에 타이밍을 잡고 있던 타자들의 방망이는 폭포수 같은 커브에 힘없이 허공을 갈랐다.

플렉센은 이날도 삼진 11개를 잡아내며 포스트시즌 최초 2경기 연속 두자릿수 탈삼진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준PO에 이어 연속 11탈삼진. 역대 포스트시즌에서 2경기 연속 두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한 건 플렉센이 처음이다. 얼마나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는지 알 수 있다.

2015년이 오버랩된다. 당시 두산은 3위로 준PO를 시작해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 NC 다이노스,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도장깨기’를 하며 ‘업셋 우승’을 차지했다. 이전까지 역대 3차례에 불과한 업셋 우승을 이뤄낼 수 있었던 건 압도적 1선발 니퍼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2011년 이후 두산의 마운드를 책임졌던 니퍼트는 당시 넥센과 준PO에서 7이닝 2실점을 시작으로 NC와 PO에선 완봉승 포함 2승 ERA 0.00으로 시리즈 MVP를 따냈다. 이어 한국시리즈에선 7이닝 5K 무실점 승리를 거두더니 5차전에서도 불펜으로 나서 2⅓이닝 완벽투를 펼치며 팀에 4번째 우승을 안겼다. 두산 왕조 서막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공교롭게도 플렉센은 준PO 1차전 시구자로 나선 니퍼트와 인사를 나눈 뒤 호투를 펼쳤다. 니퍼트에 대해 묻자 “니퍼트의 업적과 기록은 항상 얘기를 들어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구 에이스' 니퍼트(왼쪽)와 현재 간판 투수 플렉센은 준PO 1차전을 앞두고 인사를 나눴다. 이후 플렉센의 '크레이지 모드'가 펼쳐지고 있다.

 

또다시 무실점 피칭을 펼친 플렉센은 니퍼트가 연상되는 투구라는 말에 “기분 좋다. 레전드인 니퍼트를 따라갈 수 있을 진 확신 없지만 최선을 다해 던지면 좋은 결과가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겸손한 답을 내놨다.

2015년 이후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은 이 중 3회 우승을 거뒀다. 2015년과 2016년에 니퍼트가 있었다면 지난해엔 조쉬 린드블럼(33·밀워키 브루어스)이 있었다.

린드블럼은 지난해 20승 3패 ERA 2.50으로 정규리그 MVP를 차지하더니 키움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5이닝 5탈삼진 1실점하며 두산이 4연승으로 ‘V6’를 이뤄내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번엔 플렉센이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지만 준PO부터 PO까지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플렉센의 활약으로 인해 1차전을 챙긴 두산은 6연속 한국시리즈행을 위한 81.2%(26/32)의 확률을 챙겼다.

믿음직한 확실한 선발카드를 보유한 두산은 자신 있게 한국시리즈 진출, 나아가 7번째 우승을 목표로 내건다. 2015년 니퍼트를 떠올리게 하는 플렉센의 존재만으로 그 어렵다는 ‘업셋 우승’ 가능성이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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