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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과격액션, 여자배구 정수 속 MVP의 초월적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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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과격액션, 여자배구 정수 속 MVP의 초월적 존재감?
  • 김의겸 기자
  • 승인 2020.11.12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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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김연경(32·인천 흥국생명)이 11년 만에 돌아온 프로배구 V리그에서 1라운드부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위용을 뽐냈다. 실력과 화제성 양면에서 장충체육관을 휘어잡았다.

김연경은 1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GS칼텍스와 2020~2021 도드람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원정경기에 풀타임 출전, 팀 내 최다인 38점을 터뜨리며 세트스코어 3-2(23-25 25-22 25-19 23-25 17-15) 승리를 견인했다. 

흥국생명은 한국배구연맹(KOVO)컵 결승에서 셧아웃 완패를 안긴 GS칼텍스와 시즌 두 번째 맞대결에서 패배 직전까지 몰렸지만 김연경을 중심으로 위기에서 탈출, 개막 후 6연승(승점 16)을 달렸다. 1경기 덜 치른 2위 화성 IBK기업은행(승점 10)을 따돌리고 1위를 독주했다.

차상현 감독이 이끄는 GS칼텍스는 주포 강소휘가 빠졌음에도 메레타 러츠(43점), 이소영(25점) 쌍포를 앞세워 풀세트 접전을 벌이며 흥국생명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다운 경기를 벌였다. 이날 이번 시즌 처음으로 수용규모 50%까지 관중을 받았다. 올 시즌 들어 최고 명승부로 경기장을 찾은 1669명에게 여자배구 묘미를 제대로 알렸다.

김연경이 외인급 득점력으로 흥국생명의 6연승에 앞장섰다. [사진=KOVO 제공]

신흥 라이벌전답게 매 세트 뜨겁게 달아올랐다.

GS칼텍스가 러츠-이소영 쌍포를 앞세워 1세트를 따내자 김연경의 승부욕에 불이 붙었다. 그는 2세트 23-21에서 오픈공격이 GS칼텍스 미들 블로커(센터) 김유리에 막히자 경기가 풀리지 않는다는 듯 공을 잡고서 바닥에 세게 내리쳤다. 강주희 주심이 김연경을 따로 불러 주의를 줄 정도였다.

24-22 특유의 강력한 백어택으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린 김연경은 3세트에도 10점을 몰아치며 세트스코어를 뒤집었다.

GS칼텍스도 쉽사리 물러서지 않았다. V리그 2년차 한층 무르익은 러츠가 4세트에만 10점으로 응수하며 경기를 5세트로 끌고 갔다. 이소영 역시 어려운 공을 득점으로 연결, 강소휘 몫까지 2인분을 했다. 

흥국생명은 5세트 8-12까지 끌려갔고, 항간에 떠돌던 무패우승 시나리오가 깨지는 듯했다. 그때 김연경이 퀵오픈으로 한 점 만회한 뒤 GS칼텍스 유서연 공격범실과 이다영, 이주아의 블로킹을 묶어 흥국생명이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에도 GS칼텍스가 한 점씩 앞서나갈 때마다 김연경이 차곡차곡 점수를 내며 듀스 승부를 이끌었다. 결국 김미연, 이재영의 연속득점으로 흥국생명이 적지에서 포효했다.

김연경은 공을 바닥에 내리치고, 네트를 잡고 끌어내리는 등 과격한 동작으로 심판으로부터 주의를 들어야 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외인 루시아 프레스코가 1세트 이후 어깨 부상으로 인한 컨디션 난조로 선발에서 제외되자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역할을 겸한 김연경은 높아진 공격점유율과 치열했던 경기내용만큼 큰 액션으로 승부욕을 드러냈다.

승부 분수령이었던 5세트 14-14에서 김연경의 오픈공격이 권민지 블로킹에 막히자 아쉬움에 네트를 잡고 끌어내리는 동작으로 차상현 감독의 거센 항의에 직면하기도 했다. 강 주심이 GS칼텍스 주장 이소영에게 "상대팀에 화를 냈을 때는 경고를 줄 수 있다. 그러나 (네트를 잡은 건) 자기만의 감정 표현"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차 감독은 경기 후 “말을 아끼지만, 분명히 말하자면 어떤 식으로든 경고를 줘야 했었다”고 꼬집었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어떻게 보면 기싸움이다. 본인이 절제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승부욕과 책임감이 나온 것 같다”고 두둔하며 “(김연경에게) 조금 절제해야 한다는 조언을 했다”고 밝혔다.

김연경 스스로도 “어느 팀이 이겨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양 팀이 좋은 경기를 펼쳤다. 경기가 안 풀렸다기보다도 팬들이 많이 오셔서 나 또한 열정적으로 됐다. 어떨 때는 과격하기도 했지만 즐겁게 경기했다”면서 “공을 세게 때린 부분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다. 하지만 네트를 끌어내린 건 과했다. 참아야 했는데, 상대방을 존중하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잘못됐다”고 사과했다.

강주희(왼쪽) 주심과 김연경. [사진=KOVO 제공]

김연경의 과격한 행동을 두고 현재 팬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보는 관점에 따라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동작으로 보일뿐더러 위화감을 조성하기도 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는 의견이 적잖다. 차 감독 비판에 동조하며 김연경이 배구판에서 갖는 위상을 감안, ‘김연경이니까 봐줬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는 국내 복귀를 발표한 직후 "올림픽 최종예선으로 입은 부상으로 휴식할 때 장충체육관을 찾았을 때 느꼈던 열기에 가슴이 뭉클했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는 이날 블로킹 3개 포함 38점, 공격성공률 55.56%를 기록하며 V리그에 돌아온 뒤 가장 많은 팬들 앞에서 실력을 과시했다.

여자배구는 최근 매년 평균 시청률이 높아질 만큼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 아이콘 격인 김연경은 이튿날 오전인 12일 오전 9시 현재까지도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차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연경이 이날 경기에서 보여준 존재감을 대변하는 현상 중 하나다. 그야말로 장충을 들었다 놨다 한 그가 앞으로 보여줄 행보에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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