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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 극찬' 두산베어스, '마의 8회' 이렇게 무너질 줄이야 [프로야구 PO 3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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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 극찬' 두산베어스, '마의 8회' 이렇게 무너질 줄이야 [프로야구 PO 3차전]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11.12 2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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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두산이, 김태형 감독이 참 잘하는 것 같다.”

복선을 암시하는 말이었을까.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야구를 보여주던 두산 베어스는 경기 전 이강철(54) KT 위즈 감독의 발언 이후 놀랍게도 무너졌다. ‘마의 8회’를 넘기지 못했다.

두산은 12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와 2020 신한은행 SOL(쏠)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 3차전에서 8회초에만 5실점하며 2-5로 졌다. 포스트시즌 최다연승 타이 기록도, 한국시리즈 1차전에 크리스 플렉센을 내보내겠다는 계획도 모두 무산됐다. 당장 한국시리즈 6연속 진출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12일 두산 베어스와 프로야구 PO 3차전 박세혁의 포일 때 홈을 밟은 뒤 기뻐하는 멜 로하스 주니어(왼쪽)과 허탈해하는 홍건희.

 

2차전까진 흠 잡을 데 없었다. 준PO에서 LG보다 한 수 높은 수준의 야구를 펼쳤다. PO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차전 KT 괴물신인 소형준이 완벽투를 펼쳤음에도 두산의 노련함에 당했다. 2차전에서 보인 차이는 ‘역시 두산’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냈다.

경기 전 이강철 감독은 김태형 두산 감독과 만나 반갑게 이야기를 나눴다. 과거 두산에서 코치로서 김 감독을 보좌했던 이 감독이다. 코치로 가을야구를 경험했지만 적으로 만난 두산의 벽은 더욱 높았다.

이강철 감독은 “두산이 참 잘한다고 이야기했다”며 “김태형 감독이 참 잘하는 것 같다. 나도 처음인데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조금 움직이는 것이 늦었다”며 “빨리 실패하란 소리도 있으니 오늘은 내 생각보다 한 템포 빠르게 움직이려고 한다. 한 경기는 가져가야 한다”고 절박한 심정을 나타냈다.

7회까지 완벽투를 펼친 알칸타라가 8회 2사 후 주자 2명을 내보낸 뒤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있다.

 

심지어 이날 두산 선발은 올 시즌 20승(2패) 평균자책점(ERA) 2.54를 기록한 알칸타라. 한 해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최동원상을 수상한 그는 담 증세를 안고 등판했던 LG 트윈스와 준PO 때 홈런 3방을 맞고 무너졌지만 이날 경기를 앞두고는 완전히 회복한 것으로 보였다. 포수 박세혁은 “본인이 끝내겠다고 했으니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포스트시즌이 처음이었던 만큼 그런 것도 있을 것 같다. 고척에서 좋은 기억이 있으니 잘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알칸타라는 준PO 악몽은 완전히 잊은 듯 했다. 7회까지 89구만 던지며 KT 타선을 꽁꽁 묶었다. 8회초에도 등판한 그는 손쉽게 아웃카운트 2개를 잡고 이닝을 마치는 듯 했다.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돌연 황재균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고 투구수가 100구를 넘겨 만난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안타를 맞고 교체됐다.

김태형 감독은 2차전에서 호투한 홍건희에게 공을 맡겼다. 유한준이 2루수와 유격수 사이로 타구를 날렸고 김재호가 몸을 날렸는데, 타구는 글러브에 맞고 타구는 중견수 방면으로 흘렀다. 3루 주자 황재균은 홈으로, 로하스는 2루를 지나 3루까지 내달렸다.

8회초 점수를 0-4로 벌리는 배정대의 타구를 깔끔하게 잡아내지 못하고 있는 두산 정수빈.

 

여전히 아웃카운트 하나만 잡아내면 역전 기회는 충분했다. 그러나 포수 박세혁이 평범한 속구를 빠뜨리며 한 점을 더 헌납했다. 완벽해 보였던 두산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강백호를 고의4구로 내보낸 뒤 박경수에게도 볼넷을 내줘 2사 만루가 됐다. 배정대의 타구가 중견수 방면으로 높게 솟았는데, 정수빈과 오재원 사이 절묘하게 떨어졌다. 한 점을 내주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낙구 지점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포구에 실패하며 2루 주자의 득점과 1루 주자의 3루 쇄도를 막지 못한 건 뼈아팠다.

투수교체는 결과론이라지만 이틀 전 33구를 던진 불펜 투수를 주자 2명이 있는 상황에서 올려 보낸 것도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결정이었다.

이후 박치국을 올려봤지만 장성우에게 좌전안타를 맞고 1점을 더 내줬다. 정수빈의 실책성 수비가 아니었다면 5번째 실점은 막아낼 수도 있었다. 함덕주가 올라와 이닝을 간신히 끝냈지만 승부는 이미 돌이키기 힘든 상황이 돼 있었다.

적장까지도 감탄하게 만들었던 경험 많은 두산도 완벽할 순 없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무기력하게 무너진 건 이후 경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승부처에서 잃은 집중력은 두산 답지 않아 더욱 낯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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