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6 19:13 (화)
'절친' 울린 KT 쿠에바스, 이강철호 대역전극 서막을 열다 [SQ포커스]
상태바
'절친' 울린 KT 쿠에바스, 이강철호 대역전극 서막을 열다 [SQ포커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11.12 23: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척=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8이닝 103구 1실점.

상대는 2020년 최동원상 주인공이자 20승 투수 라울 알칸타라(28·두산 베어스). 오랜 인연을 맺어온 절친한 동료였기에 어느 때보다 더 잘 던지고 싶었고 팀 첫 가을야구 승리를 안겼다.

윌리엄 쿠에바스(30)는 12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 2020 신한은행 SOL(쏠)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 3차전에서 완벽투를 펼치며 5-2 승리를 견인했다.

2패 후 1승. KT 선수들에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값을 매길 수 없는 호투였다.

KT 위즈에 가을야구 첫 승을 안긴 쿠에바스는 데일리 MVP의 영예를 안았다.

 

올 시즌 10승 8패 평균자책점(ERA) 4.10을 기록한 쿠에바스. 1선발은 고졸루키 소형준에게 양보했고 그 뒤를 이어 등판한 PO 1차전에서 ⅔이닝 2실점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많은 공을 던지지 않았지만 첫 경험한 포스트시즌의 시작이 좋지 않아 이날 경기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를 키웠다. 게다가 이날 선발은 리그 최고 투수 알칸타라. 지난해 KT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동료는 몰라보게 성장해 있었다. 대부분 알칸타라의 우위를 점쳤다.

뚜껑을 열자 쿠에바스는 전혀 밀리지 않는 투구를 펼쳤다. 이보다 영리할 수 없었다. 두산은 선발 9명 중 6명을 좌타자로 배치했는데 쿠에바스는 몸쪽을 파고드는 컷패스트볼로 완벽히 대처해냈다. 103구 중 43구가 컷터였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쿠에바스의 컷터를 좌타자들이 공략하지 못했다”며 “공격쪽에서 힘 한 번 못 써봤다”고 아쉬워했다.

탈삼진은 단 2개. 역설적이게도 쿠에바스가 8회까지 던질 수 있었던 이유였다. 쿠에바스는 적극적으로 존을 파고드는 공을 던지며 두산 타자들의 방망이를 이끌어냈다.

쿠에바스는 8이닝 동안 103구 3피안타 2탈삼진 1실점 호투하며 팀에 감격의 포스트시즌 첫 승을 선사했다.

 

그러나 좌타자에겐 컷터, 우타자에겐 체인지업과 역회전성 투심패스트볼을 던지며 범타를 이끌어냈다. 이날 8회 김재환에게 솔로포가 터지기 전까지 두산 타자들은 단 6차례 외야로 타구를 보냈는데 모두 야수 글러브에 빨려들어가는 힘 없는 뜬공이었다.

경기 후 이강철 감독은 “쿠에바스가 너무 잘 던져줬다. 찬스 때 점수를 못 냈는데 쿠에바스의 훌륭한 투구와 8회 타자들의 집중타가 나오며 승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연패를 당한 KT. 쿠에바스의 호투로 불펜 투수도 아낄 수 있었다. 9회말 주권이 1이닝 17구를 던진 걸 제외하면 불펜 소모는 없었다. 이강철 감독은 “지는 분위기면 (배)제성이에게 기회를 주려고 했는데 가급적 내일 던지길 바랐다”고 말했다. 쿠에바스 덕에 배제성은 4차전 선발로 나설 수 있게 됐다.

경기 전부터 컨디션이 좋았고 알칸타라에 판정승을 거뒀다. 쿠에바스는 “알칸타라는 KT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함께 뛰었다”며 “둘 다 잘하길 바랐는데 좋은 경기해 기쁘고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걸 더 잘 보여줘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뛰어난 피칭은 물론이고 가을야구가 처음인 팀에 승리 DNA를 이식하고 있는 쿠에바스다. 8회말 2사 정수빈의 타석 때 교체 사인이 있었지만 쿠에바스는 완강히 거절 의사를 나타냈다.

승리의 주역 쿠에바스(가운데)가 투구를 마치고 내려가자 반겨주는 KT 동료들.

 

쿠에바스는 “더그아웃에서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보였다. 경기를 잘 이끌어왔고 흥분한 상황이었다. 이번 이닝까지는 책임지겠다고 강하게 의사를 표시했고 벤치에서도 받아들였다”면서도 “이닝 종료 후 코치님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코치님도 못해서 그런 게 아니라 투구수가 많아서 그런 결정을 한 것이었다고 말하며 잘했다고 말씀해주셨다”고 말했다.

남은 PO 경기에선 활약할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더그아웃 치어리더를 스스로 자청했다. 쿠에바스는 “더그아웃에선 선수들한테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세리머니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행동을 많이 하는데 그런 에너지가 선수들에게 전달돼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시즌 중에도 그랬지만 처음 경험하는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경기할 수 있는 이유다. 이런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좋은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강철 감독은 1차전을 앞두고 2,3,4차전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차전을 내줬지만 이날 승리로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자신감을 안겨준 쿠에바스다. 

4차전 선발 투수로 KT는 배제성, 두산은 유희관을 내세운다. 둘 모두 시즌 상대전적은 좋지 않았지만 시즌 막판 고전했던 유희관과 달리 배제성은 9월 이후 ERA 2.75로 좋은 컨디션을 보였다. 이날 장단 11안타로 타선이 완전히 살아난 것도 고무적.

이강철 감독의 말대로 벼랑 끝에서 희망의 불씨를 키운 KT에 4차전 분위기가 넘어올 수 있을까. 말하는 대로 현실로 이어진다면 이날 쿠에바스의 호투가 반격의 신호탄이 된 것을 결코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