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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극찬' 두산 김민규, 안우진 뺨친 존재감 [2020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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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극찬' 두산 김민규, 안우진 뺨친 존재감 [2020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 민기홍 기자
  • 승인 2020.11.13 2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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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Q(큐) 글 민기홍·사진 손힘찬 기자] “나도 기량을 키워서 언젠가는 우진이와 당당하게 맞대결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지난 8월 22일 인천. 김민규(21‧두산 베어스)는 SK 와이번스를 상대로 생애 첫 1군 선발등판해 5이닝 무실점 승리를 거둔 뒤 이렇게 말했다. 그의 휘문고 동기가 바로 시속 157㎞ 강속구를 뿌리는 ‘6억 팔’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이다.

그로부터 3개월 뒤. 김민규가 한국시리즈로 가는 길목에서 이름을 널리 알렸다. 첫 가을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배짱이다. 안우진과 겨뤄도 될 커리어를 하나하나 적립하는 중이다.

김민규는 13일 막을 내린 2020 신한은행 쏠(SOL) KBO(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에서 2경기 5⅔이닝 무실점을 기록, 두산이 6년 연속 코리안시리즈로 가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김민규가 혼신의 힘을 다해 공을 던지고 있다.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는 1차전 7⅓이닝 2실점, 4차전 3이닝 무실점한 크리스 플렉센의 차지였지만 김민규의 존재감도 그에 못지않았다.

4차전은 사실상 선발이나 다름없었다. 선발 유희관이 3연속 안타를 맞고 강판당한 절체절명의 위기. 1사 2,3루에 등판한 김민규는 까다로운 타자 유한준, 강백호를 돌려세우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4이닝은 1피안타 1볼넷 무실점. 3‧4회는 퍼펙트였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치르게 된 김태형 감독은 “점수 주지 말라고 낸 게 아니고 최대한 끌고 가주면, 어느 정도(2~3점) 정도만 버텨주면 된다고 계산했다”며 “오늘도 방망이가 안 터졌는데 민규가 너무 잘해줬다”고 극찬했다.

김민규는 유희관의 조기강판으로 부담감이 커진 마운드에 안정감을 심었다. 그 사이, 두산은 4회말 터진 최주환의 투런홈런으로 리드를 잡았다. 김민규 공략에 실패하면서 벼랑 끝에 몰린 KT 타선은 이승진, 플렉센을 상대로도 침묵하고 고개를 숙였다.

포수 박세혁의 사인을 보고 있는 김민규.

 

광진구 리틀야구, 잠신중 출신 김민규는 안우진과 원투펀치로 휘문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2016 봉황대기 우수투수상을 수상한 유망주다. 2018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2차 3라운드 30순위로 두산에 입단했다.

그러나 안우진, 한동희(경남고-롯데 자이언츠), 김민(유신고-KT‧이상 1차 지명), 강백호(서울고-KT‧2차 1라운드 1순위), 양창섭(덕수고-삼성 라이온즈‧2차 1라운드 2순위), 정은원(인천고-한화 이글스‧2차 3라운드 24순위) 등 먼저 지명된 동기들이 주전급으로 자리 잡는 동안 성장이 더뎠다. 지난 2년간 정규리그 통산 성적이 2경기 2⅓이닝 2실점이 전부였다.

올해는 달랐다. 이용찬 부상, 이형범 윤명준 난조 등 악재가 연이어 터진 두산 마운드에 단비를 뿌렸다. 평균자책점(방어율)은 4.89로 다소 높았지만 계투 중 박치국, 홍건희, 함덕주 다음으로 많은 53⅓이닝을 소화해 숨통을 틔웠다. 정규리그 승리에다 세이브, 포스트시즌 홀드와 승리까지 신나는 ‘도장깨기’ 중이다.

김민규는 “적당한 긴장감 속에 집중이 더 잘 됐다. 자신 있게 던지면 먹히겠다 싶어 (박)세혁이 형 미트만 보고 던졌다”며 “(데일리) MVP를 받게 돼서 너무 기쁘다. (한국시리즈에서) 어떤 상황이든 이 타자가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전력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김민규는 계약금 8000만 원, 연봉 2900만 원을 받는다. 계약금 6억, 연봉 4800만 안우진보다 더뎠던 김민규가 마침내 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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